•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김영봉] 사교육은 평준화 정책이 키웠다 - 세계최고 교육열 규제로 잡지못해(순기능 인정… '자율과 경쟁' 도입해야)
 
2009-06-29 11:38:00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면 100% 암시장이 발생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옛 소련 공산주의 계획경제에도 거대한 암시장이 존재해 부족한 소비재와 사치품이 거래됐다. 그러나 암시장의 가장 큰 고객은 놀랍게도 중앙계획의 지령(指令)을 받는 국영생산기업들이었다고 한다. 예컨대 국영기업 A가 기업 B로부터 공급받기로 지령된 부품을 제대로 인도받지 못한다. 이때 유능한 A기업 책임자는 암시장에라도 가서 필요한 부품을 조달해 생산목표부터 달성할 것이다. 이런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A기업은 자사의 가장 좋은 제품을 암시장에 내다팔고 나머지로 생산목표를 채울 것이다. 결국 암시장에는 양질 제품이 넘치고 국가계획부문에는 조악품만 남게 된다. 또한 암시장이 없다면 계획생산체제 가동도 불가능해진다.

한국의 교육시장이 바로 이 사회주의 골동품과 같다. 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뽑으려 하고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 하지만 공교육은 갖은 규제를 동원해 학교와 학생의 차별화를 금한다. 수요자는 '내 기회를 증가시킬 교육'을 원하는데 공교육은 '평준화교육'만 공급하므로 국민은 이를 다른 시장에서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작년 초 · 중 · 고생 학부모가 20조9000억원을 지출한 사교육시장이 생겨났다. 결국 학생들에게는 사교육시장에서 받는 교육이 '양질의 교육'이 되는 셈이다. 이 사교육시장이 평준화 일변도의 우리 교육에 그나마 경쟁과 수월성을 수혈하는 것이다.

집권 2기를 맞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목표가 '사교육 소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자율과 경쟁을 확대해 인재(人材)대국을 만들겠다"던 정권의 원대했던 구상이 '사교육을 잡는 서민대책'으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사교육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외고입학규제,대학입학규제,학원단속 같은 공무원 동원과 규제강화로는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 공교육이 국민의 시장수요를 충족시키지 못 하는 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의 사교육 문제는 과거의 평준화 공교육이 초래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처럼 폭발적인 교육수요를 가진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매년 정부교육예산에 맞먹는 사교육비가 지출되며 세계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이렇게 교육열과 신분상승 욕구가 넘치는 국민에게 평준화와 교육규제가 맞겠는가? 진작부터 공교육을 경쟁,자율과 책임에 노출시켰다면 한국은 거대한 교육자원에 걸맞은 교육성장을 이루었을 것이고 사교육시장이 자랄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사교육의 근원적 해결 방도는 오히려 이 정권의 원래 교육정책기조인 '자율과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기본 방향은 국제고,외고,과학고,자사고,특목고 등 어떤 고등학교,어떤 대학교라도 자율적으로 설립하고,그 정원,입학,경영,교육방법을 자율 결정하게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시장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자율이 허용되면 시장이 수요자와 공급자를 선발해 균형을 이루게 하고 사교육시장이 저절로 공교육 부문에 통합될 것이다.

전교조는 '끝없는 경쟁교육이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경쟁만이 다양한 교육을 만들어내고 모든 사람들의 수요에 부응하게 한다. 먼 장래 우리 교육시장이 그 성장잠재력에 부응하는 발전을 이룬다면 한국은 조선,자동차,휴대폰처럼 세계적 교육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에쿠스를 가질 수는 없지만 국민 일반은 지금보다 몇 배 좋은 교육을 누릴 수 있다. 학교가 튼튼해지고 명문학교가 많아지면 더 좋고 더 많은 입학기회와 장학금이 주어질 것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교육을 없애고 서민의 교육기회도 증대할 교육정책 방향인 것이다. 정권당국이 이런 교육혁명에서 지금 후퇴했지만 그 시대적 사명까지 잊으면 안 된다.

 

♤ 이 글은 2009년 6월 29일자 한국경제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625 [강천석] 이명박·이회창 연대설과 민주당의 고립 09-07-21
624 [이인호]지원(支援) 취소, 재단 탓 말라 09-07-21
623 [이창원] 왜 다시 '처칠'인가 09-07-16
622 [김영봉] 비정규직 보호법의 가면을 벗겨라 09-07-13
621 [주간동아] 보수의 성공을 위한 고언 (09.07.14) 09-07-09
620 [조영기] 북(北) 미사일, 누구 돈인가 09-07-07
619 [조영기] 실무회담 교착, 기로에 선 개성공단 09-07-06
618 [김영봉] '유괴범'에게 몸값을 지불한 사람들 09-07-01
617 [주간조선] '15년 안에 선진국 못 되면 우린 가망 없다' 09-06-29
616 [중앙여고 강연] 세계와 나 09-06-29
615 [강천석] 중도 강화론이 진짜 정권의 보약(補藥) 될까 09-06-29
614 [김영봉] 사교육은 평준화 정책이 키웠다 - 세계최고 교육열 규제로 잡지못해(순기.. 09-06-29
613 [손기섭]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일본의 흥분 09-06-26
612 [이인호] 의견 배척하는 문화 사라져야 한다 09-06-23
611 [이인호] 교육의 큰 틀을 생각하자 09-06-22
610 [유호열] 일(日)언론만큼 집요했으면 09-06-16
609 [김진현] 대한민국의 ‘자유’ 09-06-16
608 [김용호] 한나라당, 리더십·소통 문제 해결하라 09-06-10
607 [송종환] 북한 체제의 장래 전망과 한국의 선택 09-06-10
606 KBS.대한민국 길을 묻다 (강연원고) 09-06-09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