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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한나라당, 리더십·소통 문제 해결하라
 
2009-06-10 11:07:06

 

 

한나라당, 리더십·소통 문제 해결하라

 

경제위기와 북핵 위협 속에 ‘조문 정국’마저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집권당이 해법은커녕 내분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어서 나라가 불안하다. 특히 한나라당의 내분, 국회 공전, 민생 문제 처리 지연, 야당의 장외 투쟁, 시민사회의 도전 등이 이번에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처방과 함께 장기적인 해법 및 실천이 필요하다. 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수록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면전환용 제스처나 대증요법보다 긴 안목에서 장래를 도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리더십 부재를 해결해 비전과 국가 경영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집권당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이때 한나라당은 무얼 하고 있는가. 외국의 집권당은 이번 경제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추락하게 된다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런 자각이 부족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훌륭한 리더십이 나오지 않는다면 장래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정책이 있더라도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경제회생 정책만 하더라도 국민의 공감과 참여가 없으면 실패하기 때문에 소통이 중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정책을 알리고 지지를 얻기 위해 ‘디지털 타운홀 미팅(Digital Townhall Meetings)’을 비롯해 5월 한 달 간 3개 주요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최근에 의료개혁을 지지하는 집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했다. 이처럼 한나라당도 야당을 비난하는 성명서 대신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의 보도·강연·집회가 이어져야 한다.

특히 한나라당이 아직도 엘리트 의식이 강해 계몽적인 자세로 국민을 계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장 훌륭한 소통은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조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에게 다가가서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해법을 마련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교수의 시국선언문이 나오면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에서 신속히 달려가 이들과 토론할 수 있는 분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한나라당의 소통 문제는 국회 내에서 더 심각하다. 최근 국회는 여야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원이 매우 적어서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진정한 지도자는 당내 추종 세력의 확대에만 전념하지 않고 야당 의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

정치는 경제와 달리 비이성적·감성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경향이 강한데,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정치적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자신의 진정성과 함께 상대방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메시지의 내용이 새롭고 풍부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의 메시지는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국민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야당도 한나라당과 거의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1 야당인 민주당 역시 리더십의 부재, 소통의 문제, 정치적 감동 부족 등을 겪고 있다. 더욱이 과거 야당 시절의 한나라당처럼 민주당도 여당 발목잡기, 장외 투쟁, 반사이익 의존 등으로 인해 국민의 안정된 지지를 얻는 데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도가 한나라당보다 높게 나왔다고 하지만, 국민의 거의 절반이 아직도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의 정당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 이 글은 2009년 6월 9일자 문화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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