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문명의 두 공범
현대문명 그늘 깊이 고민할 때
지구 위협하는 중국 車 수요
자동차 산업과 자동차 문명은 지각변동의 전기를 맞고 있다. 현대 산업과 화석연료 의존 경제사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 `인공` `창조` `자연극복`을 진보라 믿었던 신념체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세기를 넘는 역사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2008년은 세계 자동차 왕국 GM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자 그 왕위를 일본 도요타에 뺏기는 해이기도 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계속해 중국 신차 판매대수가 미국을 앞질렀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독일 일본 미국을 제치고 2009년 초 세계 최대시장 자리를 굳혔다.
생산능력에서 프랑스 한국 독일을 제치고 미국 일본 다음으로 3위에 오른 중국은 모든 선진국 시장이 포화 내지 불황으로 계속 침체를 벗기 힘든 조건에서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모두 중국시장 확장노력에 전력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자동차 보유는 앞으로 역사적 `급증`을 보일 것이다.
올해 말까지 중국 자동차 보유대수는 총 7000만대를 넘을 것이고 생산능력 확장과 수입까지 합쳐 2012~13년쯤이면 1억대에 이를 것이다. 1900년 세계 자동차 생산은 9504대였으나 지금은 생산능력이 9232만대나 된다. 자동차 생산 110여 년 만에 9억대에 이른 지상의 자동차는 현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연장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년 뒤 20억대를 예상케 한다.
인도 역시 지난 2일 대당 2000달러짜리 `타타`를 출시했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까지 자신하고 있다. 이런 여세라면 중국과 인도가 세계 자동차의 생산ㆍ 소비ㆍ시장ㆍ수출을 주도할 것이다. 마치 미국 일본에서 중국 인도로 주역이 교대되는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모두는 석유와 에너지의 지속적 확보, 소득수준의 지속적 상승 그리고 환경의 지속적 안정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가능하다.
에너지, 소득, 환경이라는 세 가지 딜레마만 없다면 제임스 캔튼 같은 컨설턴트 장사꾼들 말대로 2020년이면 GM차이나가 중국에서만 10억대 자동차를 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구촌 딜레마는 워낙 깊어서 14년 만에 창설자 가문 CEO가 된 도요타 아키오의 말대로 20세기 자동차 산업의 번영을 가져왔던 모든 여건이 무너지고 있다.
2004년 상하이 에너지 환경위원장 셴진하이는 2020년 중국 경제성장 배증 계획이 성공하려면 다른 행성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할 때 농담처럼 받아들였다.
3년 전 쑹젠(宋健) 중국 전 과학기술 주임과 대화에서 에너지 대책으로서 우주 개발 이유를 듣고 놀랐으나 지금은 유인 우주선을 포함한 우주 프로젝트 추진 이유가 안보 아닌 달을 포함한 다른 행성에서 에너지를 확보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공식 방침이다.
중국은 1인당 소득 3000달러, 6000만대 자동차 수준에서 이미 20배나 높은 소득과 3억대인 미국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공해 대국이다. 그리하여 미국과 중국을 CO₂ 공범자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자동차 문명을 즐기면서 에너지 부족과 공해문제 때문에 중국에 자동차 덜 갖고 에너지 덜 소비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그것은 도덕성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가능하다.
자동차, 현대산업, 소득격차, 에너지, 환경, 이것은 중국 문제군이고 인류의 문명사적 문제군이다. 자동차 보유증가와 소비증가를 지속적으로 허용하기엔 자원과 환경의 지구용량이 모자라고 지구용량만큼 소비와 환경을 억제하면 중국의 정치ㆍ사회가 깨진다.
미국이 창조한 자동차 대중화라는 현대문명은 `중국 자동차시대`라는 만리장성에 부딪히면서 두 공범자의 운명, 인류의 운명을 모두 위협하고 있다. 과학기술, 사회시스템, 도시화, 욕망구조, 삶의 양식 개혁을 종합한 대안 모색을 대한민국의 경험을 재구성ㆍ재창조하면서 우리가 선도해볼 만하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 무역협회 연구자문위원장]
♤ 이 글은 2009년 4월 29일자 매일경제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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