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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안보리 4·13 의장성명의 ‘對北 제재’
 
2009-04-15 10:13:57

 

안보리 4·13 의장성명의 ‘對北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4월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을 비난하면서 대북(對北) 제재를 강화하는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의장성명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18호 위반이며 그 의무를 충실히 따를 것을 명시했다. 그리고 안보리는 제1718호에 의해 부과된 대북 제재조치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 조치가 현실화하면 사문화 상태였던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의 대상 목록을 작성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 제1718호를 오히려 강화하게 된다.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 제재 의장성명에 대해 한국 정부는 환영과 지지의 뜻을 밝히고, 북한에 대해 도발적 행위를 중단할 것과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북한은 즉각 반응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결의할 경우 6자회담 탈퇴, 핵 불능화 조치의 원상복구, 추가 핵실험 등 국제사회를 향해 위협을 한 바 있다.

북한은 강화된 제재에 대해 반발만 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제재의 칼날을 받아야만 하는 근원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근원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불씨를 제공했으며, 내부적으로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며 선군(先軍)정치를 더 한층 강화하는 자축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이용했다. 따라서 안보리 의장성명은 북한의 선군정치가 만들어낸 산물이며, 선군정치의 업보다.

북한은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선군정치를 강화하기 위한 제반 조치를 완료했다. 통치이념으로서 선군정치를 위해 헌법도 개정하고,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북한은 권력의 공고화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헌법에 손을 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3년 처음 국방위원장에 추대됐다. 그는 이번 추대로 국방위원장만 4번째다. 김정일이 국방위원회위원장 자리만 고집하는 것은, 군대를 앞세워야만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고 부자세습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일은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점점 확대해 왔다. 이는 선군정치가 북한 사회에 깊게 뿌리박고 있음을 입증한다.

선군정치란 군대를 앞세워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군정치는 선군사상, 선군철학으로 회자되고 미화되면서 명실상부한 김정일의 통치이념으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 선군정치의 이름으로 미사일이 발사되고, 경제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선군의 기치로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제 북한에서 선군정치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다 하는 세상이 됐다.

선군정치는 국방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국방공업을 위해 주민의 식량과 옷을 강탈해야 한다. 그래서 선군정치의 위세가 강화될수록 북한 주민의 생활은 점점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모순된 구조의 정치가 선군정치다. 김정일 정권은 선군정치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에 5억달러를 허비했다. 5억달러는 북한이 한 해 동안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거액이다. 결국 선군정치는 주민의 생명을 약탈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군대를 앞세우는 북한의 선군정치는 미사일을 위해 굶주림에서 신음하는 주민들을 늘 뒷전에 팽개쳤다. 선군정치를 강화하는 모습에서 북한의 암울하고 참담한 미래를 예견할 뿐이다. 북한의 살 길은 김정일 정권이 하루빨리 핵과 미사일로 상징되는 선군정치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는 것임을 지적해 둔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선군정치 포기 압박을 위해서라도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해야 한다.

조영기 / 고려대 교수·북한학, 한선재단 교육본부장

 

♤ 이 글은 2009년 4월 14일자 문화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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