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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李정부 법치, ‘박연차 수사’에 달렸다
 
2009-03-24 15:56:53

 

李정부 법치, ‘박연차 수사’에 달렸다

 

한국 사회의 낮은 법치 수준이 나라 전체의 발전과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려 온 지 오래다. 낮은 법치는 특히 공권력과 법질서 준수의 저급한 수준을 반영한다. 느슨한 형사책임을 정의라고 믿는 법 집행자들의 그릇된 인식, 자기 책임이 아닌 사회 책임을 강조하면서 특히 온정주의의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타인 책임론을 인권이라는 가치에 즉응시키는 위선적 인권주의자들이 결과적으로 범죄를 유발한 형사피의자나 피고인들의 죄책감을 마비시키면서 법치주의를 전도(顚倒)시키고 있다.

권력을 분점하여 집단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나라 전체의 이익을 사유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조금이나마 가진 세력들은 나라의 법과 질서와 제도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법치특권층’이라 할 만한 이들이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특권 그룹 내에서도 더 높은 레벨에 속하지 못하게 되면 사소한 사유를 침소봉대하여 집단적으로 불복하는 것이 다반사다.

공권력과 법질서를 지키는 일을 주로 하는 법원과 검찰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검찰이 법치특권층에 편입되면 그보다 한 수 위인 정치세력에 종속된다. 김대중 정권 당시 최초의 특검 제도를 도입하게 한 ‘옷 로비’ 등은 법원과 같이 정치권력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검찰이 스스로를 허물고 정권을 무너뜨리고 법치국가의 기초도 허문 대표적 사건들이다.

이명박 정부도 그럴 수 있는 순간이다. ‘박연차 로비’로 법치냐 정치냐의 갈림길에 정면으로 서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가 드러나 이 정부의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체포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알선수재 죄목으로 구속 수감됐다. 노 전 정권 당시의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체포됐다. 현 정부의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여권의 고위 실세, 이 대통령의 인맥 역시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그보다 상수의 법치특권계층인 청와대를 상대로 하는 법치수호전쟁을 본격화한 것이다. 현 정부 법치의 갈 바가 이로써 결판날 것이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검찰 상층부 조직까지 도려낼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밀고 나간다면 검찰도 살고 이 정부는 법치질서를 제자리에 놓은 첫 번째 정부로 기록될 것이며 한국의 법치는 살아날 것이다.

검찰은 법만을 바라보면 된다. 중수부의 수사는 법만을 섬기면 된다. 국민을 섬길 필요도 없고 대통령을 바라볼 필요도 없고 검찰 상층부의 그 누구를 의식할 필요도 없다. 지난 10년 법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민을 섬긴다는 말로 사법의 독립성을 경시할 수도 있겠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사법이 국민을 섬긴다고 하면 국민에 의한 판사 소환이나 파면 또는 손쉬운 탄핵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건 결국 사법권이 국민의 변덕에 먹히는 길이 된다.

검찰 역시 준사법권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중수부는 박연차 로비 부패 의혹 사건에서 무엇이 법인지를 가려내기만 하면 된다. 괜하게 국민의 뜻 등을 찾는 순간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된다. 지금은 대법관이 된 2003년과 2004년 당시의 대검 중수부장은 대선 자금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모조리 구속했다. 여야 정치인들도 불문했다. 한국의 당시 정치세력을 무장해제시킨 것이다. 기업 총수, 오너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선거 때 한몫 챙겨서 외국에 빌딩 사고 자식들에게도 물려주고 그렇다는 소문들이 있는데, 이건 축재가 아니냐”는 ‘빌딩 발언’으로 ‘국민 검사’가 됐다. 중수부의 이런 전통은 이번에도 이어져야 한다. 검찰권을 수단화하여 국민의 재판권을 경시한 정치 검사라는 평가는 안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 이 글은 2009년 3월 24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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