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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비정규직 문제, 사회보험으로 풀어야
 
2009-02-10 15:03:19


비정규직 문제, 사회보험으로 풀어야
이념적으로 좋은 정책도 성과 나쁘면 퇴출시켜야

 

세계적 불황으로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간을 연장하려는 비정규직법 개정이 사실상 연기되었다. 정부가 다양한 일자리 나누기 사업 등으로 근로자의 고용유지를 장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치권이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 기업에 대하여 고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 또한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든 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든 이는 기업 고유의 권한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과다한 비정규직이 문제라면 정부는 기업에 대하여 다양한 정책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항상 도덕적 해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의 필요에 따른 당연한 고용임에도 고용보험의 취업장려금을 받는다든지, 근로자들을 해고시킬 의사가 없으면서도 고용유지를 했다고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등의 행태들이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현재 기존 고용촉진제도에 대한 확장적 조처들은 고용보험기금의 유실이나 정부예산의 낭비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야말로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이라는 정책목표하에 기존 제도의 미비점들을 철저히 보완하면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첫째, 오히려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것으로 드러난 비정규직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현재의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2년 동안 마음대로 쓰고 기간 내에 마음대로 해고하라는 '비정규직 해고합리화법'이며, 해고할 때는 비정규직부터 해고하라는 '비정규직 역차별법'이다. 비정규직법이 의도하는 바는 비정규직의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것일 것이다. 이념적으로 아무리 좋은 정책도 성과가 나쁘면 퇴출시켜야 한다.

둘째, 사회보험제도 및 기업 내 법정복리제도를 원칙적으로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확대 적용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법적 차별이 사회적 안정을 저해한다는 점이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이다. 따라서 그동안 미루어 왔던 사회보험이나 법정복리후생제도에 대한 실질적 비정규직 적용 확대를 당장 서둘러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 등에 대한 비정규직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소득파악이었다. 이들을 포함하여 저소득층 영세기업 근로자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은 어떤 경우든 거의 불가능하다. 일정액의 보험료만 납부하면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납부실적에 따라 정부가 급여에 대한 지원을 한다면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나 이들의 불만을 충분히 완화시킬 수 있다.

셋째, 기업이 실업을 많이 발생시키면 고용보험료율을 인상시키는 '경험료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기업들이 근로자 해고를 자제하고 가능한 한 기업 내에서 일자리를 분담하게 한다. 비정규직 고용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도 보험료율을 인상한다면 자연스럽게 정규직화시킬 유인이 높아질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일정액의 고용보험료만 내면 납부한 기간 실적에 따라 급여혜택을 받도록 한다.

경기상황에 따라 고용을 조정해야 하는 기업에 비정규직의 고용은 불가피하다.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는 비정규직으로서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고 이해관계에 따라 철새처럼 이동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정규직에 대하여 기업의 관심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관심 없기는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항상 치열한 생존의 경쟁 속에 있는 기업들이 이들에 대하여 아무리 노무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생산성은 결코 제고되지 않는다. 즉, 비정규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업은 결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따라서 가능한 한 정규직 고용을 통한 고용안정으로 노사관계는 단단(firm)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firm'이다. 단단하지 않은 기업은 망한다.

 

♤ 이 글은 2009년 2월 10일자 조선일보 [기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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