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홍사종] '스포츠 경제'에 눈 돌려야
 
2009-02-05 11:14:36

 공급과잉이 되어버린 자동차, 전자제품, 건설 등 일반사업으로 고부가가치의 경제를 만들어내는 세상은 지금 막바지에 도달한 느낌이다. 시장은 과거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전혀 쓸데없어(?) 보였던 수요, 이를테면 녹색산업, 웰빙, 이야기산업 등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스포츠경제도 그 많은 쓸데없는 수요 중 하나다.

 연간 3조원대의 수익을 창출해내는 NBA(미국프로농구협회)의 휴스턴 로키츠구단은 중국 농구계의 스타 야오밍을 2002년도부터 4년간 첫 계약으로 163억원(연간 41억원)을 주고 영입했다. 중국인들은 중국의 농구가 세계적으로 성장한 결과라는 자부심에 으쓱했다. 그 결과 최근 NBA의 리서치에 따르면 15~24세 중국 남성 중 83%가 NBA 팬이 됐다. 또 가장 좋아하는 운동선수 5명 중 4명이 NBA 소속 선수라고 할 정도로 미국 농구 붐이 중국에서 일고 있다.

 미국의 NBA는 왜 야오밍을 비롯해서 왕즈즈, 멍크 바티에, 이젠렌 같은 선수를 영입했을까. NBA가 중국의 농구스타를 적극 활용한 것은 이를 통해 자기들은 더 큰돈을 벌기 때문이다. NBA는 야오밍 등을 이용, NBA뿐만 아니라 다른 다국적 기업의 중국진출과 아시아 마켓 공략에 활용하고 있다. 야오밍의 이름이 중국인에게 스포츠를 넘어 세계를 향한 자존심이라는 점을 감안, 그의 몸값을 키운 후 중국 공략에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계료, 입장료 등의 계량 가능한 자료와 맥도날드 등 다국적 기업의 중국 진출에 관한 공동의 홍보 시너지 등 무형의 효과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중국 역시 야오밍 등을 통해 중국 국가 브랜드를 고양하고 연이어 선수들을 NBA에 진출시키는 등 그 무형의 가치를 축적시키고 있다. 인기 스포츠 스타의 일거수일투족도 가공만 잘하면 돈이 될 수 있다는 이런 인식 덕분에 NBA가 중국을 중심으로 2005년 벌어들인 돈은 해외 TV 중계수입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200억원. 여기에 코카콜라, 아디다스, 차이나 모바일 등 17개 마케팅 파트너십과 2만 개가 넘는 중국 내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의류와 기념품까지 합하면 총수입의 양은 추정할 수 없을 정도다. 덩달아 야오밍의 몸값은 2005년부터 5년간 685억원으로 뛰었지만 "중국시장에서의 NBA의 성장속도를 볼 때 향후 NBA의 야오밍 투자승수효과는 40~50배 정도로 본다"는 것이 스포츠 경제학자 앤드루 짐발리스트의 전망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우리 축구스타 박지성을 헐값(2006년 연봉 52억원)에 사서 단 4일간의 한국 방문을 통해 2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더 큰 마케팅을 진행 중이며 이런 맥락에서 박지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NBA와 맨유는 이처럼 전 세계 스포츠 인구를 대상으로 스포츠 스타들을 활용해 장사를 한다.

 1984~86년 한국 럭키금성팀 선수로 활약했던 태국 축구스타 피아퐁 푸에온은 K리그 사상 유일한 동남아 출신 선수였다. 태국에서 명성을 얻고 있던 당시 그의 한국에서의 활약 모습은 태국 TV에 연일 방송됐고 K리그 하이라이트 모음 녹화테이프는 얼마 전까지 태국에서 인기 상품이었다. 여자 프로농구는 아시아 최강인 중국 용병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금 아시아 최고 센터로 성장한 중국의 천난은 한때 금호생명의 센터로 활약했다. 프로야구에는 지난해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일본 프로야구 출신 다카쓰 신고가 있다. 통탄할 일은 한국 프로스포츠계가 한류시장의 중심지, 아시아의 선수를 멀리 보며 활용할 전략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집안싸움하느라고 세계로 눈 돌릴 시간이 없어서일까. 우리나라 스포츠 산업도 이와 같은 '쓸데없는 수요'에 눈 돌려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역발상의 전략을 짤 때다.

 


♤ 이 글은 2009년 1월 15일자 조선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565 [고영회] 우리 것이 아닌 우리 문화 09-03-12
564 [홍사종] 엔도르핀 과잉사회가 남긴 것 09-03-11
563 [홍사종] 춤추는 노들섬’은 新성장산업 09-03-11
562 [이홍구] 정치 복원 위해 헌법문화 키우자 09-03-09
561 [김영봉] 소수가 좌우하는 민주주의 09-03-09
560 [강경근]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적 법치 09-03-05
559 [이승훈] 자연 독과점과 기본 설비원칙‥철도ㆍ광케이블ㆍ가스 등 網산업… 09-03-05
558 [전상인] 건국 60년, 잔치는 끝났다 09-03-05
557 [남상만] 관광객 눈높이 맞춰야 ‘한국 방문의 해’ 성공 09-03-05
556 [강경근] ‘대한민국 정상화’위한 새 걸음 09-03-03
555 [김영봉] 민주당의 비극, 한국인의 불운 09-02-27
554 [최영기] 워크셰어링, 한국적 응용 성공하려면 09-02-26
553 [이인호] 평준화의 환상을 버리자 09-02-25
552 [박영범] 자동차노사, 상생의 길 찾아야 09-02-11
551 [홍규덕] 클린턴 장관에게 전해야할 메시지 09-02-11
550 [김원식] 비정규직 문제, 사회보험으로 풀어야 09-02-10
549 [홍사종] '스포츠 경제'에 눈 돌려야 09-02-05
548 [박태호] 녹색성장, 국제협력 전략을 09-02-05
547 [강석훈] 마이너스 시대, 미다스 되기 09-02-05
546 [현진권] 지방소득세ㆍ지방소비세 도입의 선결과제는? 09-02-05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