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 이번에는 끝을 내자 !
-농협을 농민조합원에게 돌려주는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08년 12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의 농협질타이후 새로 출범한 농식품부 농협개혁위원회 (농개위)가 지난 한 달 동안 6차례의 회의를 갖고 정리한 농협중앙회장 권한축소를 골자로 하는 농협개혁방안을 확정하고 지난 1월 9일 발표했다. 이보다 이 틀 앞선 지난 1월 7일 농협중앙회는 “농협을 농업인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농개위 발표안과 유사한 자체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농개위 안은 중앙회장 임기 단임제와 회장선출 대의원(250여명) 간선제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정부가 지난해 9월 19일 입법예고 했다 농협중앙회의 막강한 로비에 막혀 철회했던 중앙회장 권한축소와 인사추천위원회제를 다시 도입하고, 중앙회 자회사 통폐합,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조합에만 주어지던 무이자 지원 자금을 농업인에게 까지 확대하고 품목별 전문조합을 육성하겠다는 것을 새로 추가한 정도이다. 일선조합장의 비상임화는 오히려 조합 자산규모 1500억 원 이상 조합에만 적용하기로 하여 ‘9.19 정부안’ 보다 후퇴한 감이 있고, 지역조합 통폐합과 관련해서는 도 단위 안에서 조합원들의 조합선택권을 허용 조합원의 선택을 통한 통폐합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다는 ‘9.19 정부안’을 확대한 새 방안을 제시했다. 시군단위 통합을 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도 단위통합을 유도 하겠다는 것이어서 통합의 실효성뿐만 아니라 지역농협, 축협, 품목별 조합의 난립을 도 단위로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일부에서는 자산 1500억 원 이상 조합(374개)를 중심으로 통폐합을 유도해 나간다는 잘못된 해석마저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이번 농개위 안은 ‘9.19 정부안’을 중심으로 경제사업활성화에 관한 지엽적인 몇 개 안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농개위 안을 ‘9.19 정부안’ 보다 진일보한 안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번 안에 대해서 처음으로 농민단체, 농협, 학계, 정부대표들이 그동안의 갈등을 접고 합의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고, 농협중앙회도 대통령의 농협 질타 이후 자세를 낮추고 농개위 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빠르게 입장선회를 하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농협안과 농개위안을 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심정은 이 정도로 과연 농협을 주인인 농민에게 돌려주는 개혁이 될 수 있겠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그것은 이번 농개위 안이 과거의 어느 안보다 진일보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리는 농협개혁의 본질에는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의 혁신도 중요한 개혁과제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솔직히 그것은 농협개혁의 본(本)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농협개혁의 본(本)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말(末)을 고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말은 아무리 고쳐도 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본이 바뀌면 말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농협개혁의 핵심인 “돈 장사 잘하는 농협을 농민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마케팅 잘하는 농협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중앙회와 일선조합의 신경분리를 서둘러 추진하고, 회원조합과 사업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앙회의 잘못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중앙회를 비사업조직으로 개편하고 중앙회중심의 농협운영을 회원조합중심으로 바꾼다면 사실 중앙회장을 직선으로 뽑아도, 몇 차례 연임을 허용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농개위가 이번에 애써 합의 발표한 지배구조개선 안들도 근본적으로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신경분리문제에 대한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본말이 다시 뒤집어 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협으로 하여금 제자리(본)를 찾아 바로 서게 하는 농협개혁이란 한마디로 조합원 농민들이 피부로 농협이 정말 달라졌구나 하고 느끼게 하고, 농민들을 감동하게 하는 그런 개혁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조합이 달라져야하고 “돈 장사 중심의 농협을 농산물 마케팅(판매)중심의 농협”으로 바꾸어야 한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 때 제 값 받고 잘 팔아주고 농사철에 농약, 비료 등 질 좋은 농자재를 싼 값으로 제 때 잘 공급해 주는 농협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는 농협법 1조의 정신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군 읍면지역에 난립 유사한 중복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조합원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1200여개나 되는 지역농협과 축협, 품목별조합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글로벌 개방시대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읍면 단위의 조합들을 시군 단위로 통폐합 광역화 하고, 품목중심으로 도 또는 전국단위의 전문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사업을 신용위주에서 유통경제사업위주로 전환하고 지역조합의 시군 또는 도 단위 통폐합이 이루어질 경우 지역축협도 한우조합으로서 전문화하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지 않는 한 농민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 농협개혁이란 한마디로 헛소리일 뿐이다.
다음으로는 정체성을 잃고 사회적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거대공룡조직이 되어 있는 중앙회가 제자리를 찾아 바로 서게 하는 것이다. 회원조합의 연합체로 회원조합에 봉사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종합금융유통그룹이 되겠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돈 되는 사업을 확대하면서 회원조합과 경쟁하고 자신과 경합되는 사업을 하는 회원조합을 견제하는 등 비협동조합의 행태를 일삼고 있는 중앙회를 혁파하지 않으면서 농협을 농협다운 농협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농협개혁을 호도하는 화려한 수사에 불과하다. 단순한 얘기를 복잡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 농협법 5조, 6조, 113조가 정하고 있는 데로 중앙회를 회원조합에게 봉사하는 연합조직으로 제자리를 찾아 바로 세우면 된다. 회원조합이 조합원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지를 엄격하게 감독하거나 회원조합 간 협동을 통한 공동마케팅사업을 유도하고,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지지확보를 위한 농정활동과 홍보활동에 주력하는 비사업조직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증앙회가 회원조합과 경합되는 일체의 사업은 중단하고 회원조합이나 회원조합공동사업체에 이관해야 한다. 그리고 방만하고 비민주적이며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조직을 과감하게 혁신시켜야 한다.
특히 조합장 출신이 하루아침에 국내 굴지의 종합금융유통그룹의 CEO가 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파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하면 조합장가운데서 중앙회장이 되는 관행을 바꾸지 않는 한, 지배구조를 아무리 바꾸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조합장 출신 중앙회장의 전문성과 경험부족에서 오는 업무 수행상의 본원적 한계 때문에 회장을 둘러싸고 전횡을 일삼고 있는 농협관료주의의 총 본산인 농협중앙회의 기획, 전략, 인사와 예산, 감사, 회원조합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지원부문’의 전면적인 해체와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농협의 민주화도, 농협중앙회를 회원조합과 조합원에게 돌려주겠다는 것도 요원한 이야기 일 뿐이다. 신경을 분리하고, 지역조합과 경합되는 모든 경제사업을 지역조합으로 이관 중앙회를 비사업조직으로 혁신하지 않는 한 농협개혁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중앙회가 아무리 돈장사를 잘하고 유통경제사업을 열심히 잘 한들 그 것은 결국 조합원 농민보다는 임직원들을 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농협은 이미 ‘신도 몰랐던 직장’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정년이 보장되고 봉급수준도 좋은 직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정부와 농협과의 관계도 바로 잡아야 한다. 사실 우리 농협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농협을 농민의 자주적인 단체를 키우기 보다는 적절히 통제하면서 이용해온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지 않은 한 농협개혁은 요원한 일이다. 1957년 농업협동조합법제정으로 농협이 조직되기 시작한 이후 정부는 직간접으로 농협에 개입하면서 농협을 개혁의 이름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왜곡시켜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961년 군사정부에 의한 농협과 농업은행의 강제통합과 농협관제화, 그리고 1999년 농축협중앙회의 강제통합과 농협중앙회의 거대공룡화, 그리고 2007년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의 2017년까지 연기 등을 들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농협을 농민의 자조적이고 자주적인 단체로서 보다는 정부정책대행기관이나 준 정부기관으로 농협에 대해 각종 지원과 특혜를 보장하면서 정부의 각종 정책사업(예: 비료, 양곡, 농산물출하조정, 채소수급 안정 사업 등)을 대행시켜왔다. 정부와 농협은 서로가 불편해 하면서도 서로가 편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특수한 유착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농협을 지도 감독해야 할 농식품부가 과연 스스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농협과의 관계를 정상적인 대등한 계약관계로 원칙을 바로 세우는 진정한 농협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다시 정부가 개혁의 이름으로 개악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정부가 농협을 농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농협이 협동조합의 원칙에 충실하게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감독할 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는 조합원 농민과 임직원들이 협동조합의 정신을 회복하고 각자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농민조합원들은 농협의 주인으로서 주인의식을 회복하고 주인으로서 농협을 감시 감독하면서 농협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조합과 중앙회의 임직원들은 조합원 농민들을 위해서 조합원 농민을 대신 하여 일하는 고용된 대리인으로서 자신들의 제자리를 올바로 찾아 서게 하는 의식혁명을 추진해야 한다. 인적 결합체인 협동조합은 시작도 교육이고 끝도 교육이다. 조합원과 임직원에 대한 교육 없는 조합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을 위장한 반협동조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제기되는 한 가지 의문은 우리 농협이 처해 있는 문제들이 분명하고 개혁방향과 과제가 이렇게 분명한 데도 우리는 왜 농협개혁에 번번이 실패해 왔는가? 라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농협이 조직되기 시작한지 5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농협이 과연 농민을 위한 조직인가를 논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우리 농협은 농산물장사가 아닌 돈장사하는 농협이 된 것인가?
우리 농협이 오늘과 같이 돈장사하는 농협으로 자리를 잘못 잡게 된 것은 1961년 군사정부에 의해 당시 농협 (신용을 전통으로 하는 농협인들은 61통합이전의 농협을 ‘구농협’이라고 부르고 농협의 창립기념일도 1957년이 아닌 1961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을 농업은행이 흡수통합하면서 신용중심의 ‘신농협’ (간판은 농협이지만 실제는 금융업을 하는 농협)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면서부터 이다. 이때부터 농협의 본질인 경제사업부문은 독자적인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자본금 없이 신용부문에 붙어 특별회계형식에의한 내부차입방식으로 매년 일정액의 사업자금을 신용부문에서 차입해다 쓰고 년 말에 원금과 이자를 갚는 적자사업을 하는 신용종속적 구조가 확립되었다. 경제사업을 적자사업으로 구조화 시켜놓고 돈 장사로 번 돈으로 경제사업 적자를 메꾸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협이 만들어낸 경제사업 적자론은 신용사업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논리로 이용되어왔고 지금도 이용되고 있다.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돈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논리에 포위된 조합장 출신 중앙회장이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보다 오히려 신용사업의 확대에 앞장서고 나서는 아이러니가 일어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잘못된 구조들 때문이다. 농협에 있어 신용사업은 이제는 농협으로 하여금 협동조합의 정신을 흐리게 하고 농협정신을 근본에서부터 마비시키는 마약이 되고 있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농협의 신용사업은 농업발전을 위해 도시유휴자금을 모아 농촌으로 보낸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농업부문에 대한 정부 투융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4년 이후 농어촌특별세 신설과 42조 투자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한 이후 농업에 대한 정부재정지원이 확대되면서 이런 명분마저 없어지게 되었고 농협중앙회는 본격적으로 조합원인 농민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비농민(고객)을 상대로 하는 은행금융업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2007년에는 ‘NH농협비전’을 선포하고 아예 내놓고 종합금융그룹을 선언 NH BANK, NH보험, NH투자, NH증권 등으로 농민과도 농업과도 무관한 돈 장사에 빠져있다. 17,000여명에 이르는 중앙회 임직원들 가운데 12,000-13,000명이 은행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사실상 농협중앙회는 농협이란 간판을 단 금융기관이 되었다.
이러한 잘못은 중앙회만이 아니다. 지역농협과 축협, 일부품목조합들도 비조합원을 상대로 한 상호금융확대를 위한 돈 장사에 온통여념이 없다. 이런 농협에게 유통경제사업 잘하라고 아무리 떠들어 본들 연목구어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오늘의 농협(지역조합과 중앙회 모두)은 본질에 있어서 농협이란 간판을 이용 농민을 위한 경제 사업을 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의 각종 특혜와 지원을 받는 특수한 금융기관인 셈이다. 사실 경제 사업은 처음부터 마음에 없는 전시적이고 형식적인 적자사업이고 은행업을 위한 부대사업이고 시도와 시군, 교육청의 금고를 유치하고 정부의 특혜적 지원을 정당화하는 미끼상품의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지조합의 유통판매 사업들도 원가개념 없는 비효율적이고 정치적인 판매 사업으로 구조적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신용수익이나 중앙회 무이자 지원 자금으로 적자를 메꾸는 것을 당연시 하는 조합장들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경제 사업을 열심히 하는 일부 조합장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를 낳고 농산물 시장과 협동조합운동을 왜곡시키고 있다.
더욱이 중앙회장 직선제이후 조합장표를 의식한 중앙회장이 조합장들의 잘못된 행태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동조하면서 지역조합의 무원칙한 난립과 경쟁, 그리고 형식적인 유통 사업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욱이 농협의 자금력과 조직력을 이용 시군이나 시도 의회 등 지방정치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농협을 이용하려는 정치지망생 조합장들이 늘어나면서 농협은 더욱 왜곡되고 있으며 돈 몇 푼 더 받는 인기영합적 유통경제사업과 환원사업에 농민조합원들 마저도 오염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정치적 유통 사업을 바로잡지 않는 다면 오히려 농민피해만 늘어갈 뿐이다.
오늘의 농협이 이렇게 제자리를 잃어버리고 왜곡된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결국은 1961년 농은에 의한 농협의 흡수 통합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61통합’으로 농협은 사실상 농협의 간판을 단 금융기관이 되었으며, 1990년 민선조합장시대가 열릴 때까지 29년간을 정부의 직접적인 지휘와 감독을 받는 준정부기관으로서 관제농협의 길을 걸어오면서 농협은 농민들의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단체로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왔다. 그러나 농협이란 간판 때문에 농민의 자주적인 단체라는 최소한의 기본유지를 위해 농민들에게 강제적인 조합출자를 요구하면서 농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농민조합원들이 조합원이면서 스스로 농협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된 것도 이러한 역사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민선시대를 맞이한 이후 농협은 조합원 농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봉사하는 조직으로 새롭게 개편되었어야 했는데 농협을 농민 조합원에게 돌려주려는 비전도 의지도 갖지 못한 정부의 원칙 없는 감독으로 농협은 정부와 농민조합원 사이에서 신용사업 중심의 임직원들을 위한 조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협동조합의 철학과 운영원리와 조합원으로서 권리와 의무와 책임에 대해 제대로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해온 대다수의 조합원 농민들은 아직도 여전이 경제사업보다는 신용사업을 강조하는 임직원들의 일방적인 홍보에 휘둘려 농협의 주인으로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객들인 임직원들에게 농협의 안방을 내주고 문간방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농협개혁의 본은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 농민들에게 농협을 되돌려주는 것이고 주인의 자리를 되찾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신용중심의 농협을 혁파 농민과 무관한 은행업을 농협에서 분리시키는 것이고, 농협의 경제사업부문이 명실상부하게 독자적인 자본금을 가진 독립된 경제사업조직으로 제자리를 찾아 바로 서게 하는 것이다. 농협개혁은 단순히 지배구조의 개혁이나 신경분리 수준의 구호가 아니라 바로 은행업과 상호금융을 어떻게 분리시키고, 농협을 어떻게 자본금을 가진 경제사업을 만들어서 농민에게 돌려줄 것인가에 있다. 이것이 바로 농협을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농민의 농협”으로 제자리(본)을 찾아 바로 서게 하는 개혁이다.
그런데도 농협은 2017년까지 BIS 기준 12%의 자본금 충족을 위해 8조원이상을 더 적립해야 한다는 논리를 세워 사실상 경제사업보다는 돈 되는 신용사업에 메달리게 하는 잘못된 구조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전제로 할 경우 농협중앙회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금융지주회사 방식의 은행금융부분만의 분리 독립은 농협의 모든 경제사업을 자본금 없는 빈껍데기로 만들어 놓게 될 것은 명약관화 하다. 만에 하나 이러한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회사라는 이름으로 이와 같이 협동조합의 정신을 망각하고 농협법체계를 벗어나는 신경분리를 추진한 다면 이는 심각한 조합원 농민들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농협으로 하여금 독립적인 경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독립된 자본금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농협 금융부문의 일부 (예를 들면 NH증권, NH투자, NH 보험 등)를 매각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은행분리가 경제사업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차제에 정부도 어떠한 형식의 신경분리인지, 금융지주회사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농협을 농민들의 자주적이고 자조적인 단체라는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농협을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농민의 농협”으로 제자리를 찾아 바로 세우는 농협개혁은 사실 개혁과제를 몰라서도, 아이디어가 없어서도 아니다. 농협을 진정으로 조합원 농민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우리 사회 어디에도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의 우리 농협이 이렇게 된 것은 농협개혁을 둘러싼 지역조합의 임직원과 중앙회의 임직원들 간의 이해충돌과 정부와 농협간의 유착, 그리고 지방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막강한 농협의 힘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무원칙한 방조와 농민 조합원들의 주인의식결여, 심지어 농민단체들의 농협과의 유착 등 다시 말하면 농협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관련 집단들의 유착이 만들어낸 총체적 잘못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이해관계의 유착 속에서 누구도 기득권을 포기 하지 않으려 해왔기 때문이며,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농민 조합원의 희생만을 요구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농협을 농민 조합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가락동 발언은 농협개혁의 핵심을 꿰뚫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이제 스스로 물러설 수 없는 농협개혁이란 칼 날 위에 올라섰다. 만약 앞으로 농협개혁이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이대통령의 가락동 발언은 농협의 방향을 바꾼 역사적인 농협개혁을 가져온 발언으로 기록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 우리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하루 빨리 농협개혁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농협개혁에 관한 진정한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농개위가 신경분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니 진정한 농협개혁의 논의는 사실상 이제부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만큼은 농개위가 농협을 주인인 조합원 농민에게 되찾아 돌려주겠다는 각오와 역사 앞에 책임지는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2%가 부족하다. 농협개혁을 확실히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청와대는 대통령 농협개혁위원회 설치 대통령의 임기 내(2011)에 농협개혁을 모두 마무리 한다는 개혁일정을 분명히 하고, 농협개혁과제를 점검해야 한다. 농협개혁의 칼을 뽑아든 청와대가 직접 나서 농협개혁이 농협을 진정으로 농민 조합원에게 되돌려주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농협개혁의 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농협개혁의 끝을 내야 한다.
♤ 이 글은 최양부 교수님께서 재단으로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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