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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법질서를 세워야 경제도 산다
 
2009-01-05 15:52:56

 

신년, 정부의 온 역량은 경제살리기에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직접 시장을 조소(彫塑)한다는 구상이어서는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헌법질서에 적절치 않음은 물론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다. 시장경제에서의 정부의 본령은 역시 시장을 유지하여 이를 항상 새롭게 각성할 수 있도록 하는 규범적 틀을 짜는 데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법치가 함께 가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법치의 국가가 아니면 시장의 경제도 없는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이웃 일본이나 중국의 화폐 가치는 상승했다. 거기에 비해 우리의 원화 환율은 특히 일본의 엔화 대비로 2배 이상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 처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법치 붕괴로 인한 시장의 불안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에 있다. 법치의 국가지수가 낮아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의 법치는 사실상 무너진 지 오래다. 대한민국 헌법을 비하한 ‘헌법 제1조’ 노래를 부르며 불법시위를 벌인 촛불시위를 보라. 혹자는 집단 지성의 발현이라는 등 혹하는 말들을 했지만 실상 그것은 좌파 정권에서 시작된 민중적 포퓰리즘의 결정판이자 동시에 그 붕괴의 시작이었다. 집회와 시위의 기본을 정한 법률을 초개와 같이 무시하고 전경 등이 행하는 국가 공권력을 마구잡이로 쇠와 돌로 때려 부순 자리에 남은 것은 법과 시장의 붕괴였다.

적선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 오죽하면 시위 현장에서 시장을 빼앗긴 상인들이 시위대에 소송을 제기했겠는가. 이명박 정부 1년차 상반기에 있었던 이 변란으로 인해 붕괴된 국법질서는 두고두고 한국 사회의 법치와 시장을 흐릴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을 모욕하고 욕설한 사람들을 정리하여 자유로운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사이버모욕죄를 그렇게도 반대하는 것을 보자면, 혹시 우리는 깨끗하고 정돈된 시장보다는 음습하고 불결한 장 속에서 남모르는 반칙으로 무언가를 탈취하려는 일확천금을 은연중 바라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정부가 공약으로 세운 그 핵심에는 경제가 있다. 이는 법치 살리기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올해 정부는 지난해의 그 경험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말연시 국회 의사당 점거와 국민의 전파권을 담보로 한 MBC의 거리 파업에 대한 대응의 여하는 경제살리기뿐 아니라 현 정부가 대변하는 가치인 시장과 법치가 우리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법무부와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행한 공통된 주제는 자유민주적 법질서 확립과 민생 안정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법치와 시장의 가치를 재삼 인식하겠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청와대 보고회장 전면의 표어도 ‘기분좋은 법질서, 살아나는 서민경제’였다. 대통령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면서 그 핵심적인 요소가 법치라고 한 점에 대한 인식을 이들 부처는 새롭게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돈은 자기를 지켜 줄 수 있는 장이 아니면 들어가지 않는다. 정부는 일자리로 상징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그 장의 유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질서 유지 관련 부처들의 자리가 마련된다. 거기에서 법무 차원의 적극적 지원, 이를 위한 정부 부처의 통일적 협력 그리고 국회가 친시장경제적 법률 제정에 동참하는 모습이 보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하는 국가의 정체성을 살려야 경제살리기가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두에 서서 진두 지휘하는 정부의 지휘부가 시장과 법치에 대한 그 각오를 새롭게 쇄신해야 한다. 결국 정신력의 문제가 된다.

♤ 이 글은 2009년 1월 2일자 문화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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