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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새해 '희망의 경제' 만들자
 
2009-01-05 15:36:09

 

 

과거에는 한국경제를 빨리 끓어오르고 빨리 식는 ‘냄비경제’라고 불렀다. 사상 유례가 없는 위기 상황이었던 2008년 경제는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경제’였다. 환율, 주가, 유가 등 원래 변덕이 심한 가격지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적으로 무게가 있는 경제지표들마저 곤두박질을 쳤다. 원·달러 환율은 2007년 말 대비 25.7%나 하락했으며 한 해 동안 변동폭이 577원에 달했고, 심지어는 하루 변동폭이 177원에 달한 날도 있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5%나 다시 떨어지기도 했다. 소비자물가지수도 거의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지난 7월에는 5.9%까지 증가했다. 무역수지도 2008년에는 1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2008년 경제지표들은 기록경신용 수치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가 급격하게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바로 한 달 전만 해도 4% 성장인가 2% 성장인가를 놓고 입씨름을 벌리더니만, 이제는 상반기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대놓고 마이너스 성장세를 경고하고 나섰다. 경기 침체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기의 실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멀미약을 먹을 겨를도 없이 롤러코스터를 탄 국민에게도 위기의 실체를 분명히 알려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사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켜 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현재와 같은 극심한 불황으로 갈 만큼 문제가 심각했던 것은 아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급등락하면서 경제지표가 왜곡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지나치게 실물경제 악화 정도가 과장되게 나타났다. 특히 수출의 양적 지표는 주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의 급등락에 기인한 바 큰데, 이것이 숫자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되면서 경제심리를 지나치게 위축시킨 점이 없지 않다. 시중은행과 대기업의 건전성이 양호함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금이 용이한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어 나갔고, 이로 인해 외환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더 타격을 받았다.

위기가 기회라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제는 어떻게 하는가이다. 현재까지 나온 해법은 대략 제로금리와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과 사상 초유의 재정지출 확대 정도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업으로 어떻게 재정지출을 확대할지, 유동성을 공급한다면 어떤 경로로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이 망했다면 치유방법도 눈에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로 구조조정 대상에 제일 먼저 오른 것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일반서민과 중소기업이다. 이미 구제 대상에 올라 있었고 대책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보니 해도 표시도 나지 않고 효과도 불분명해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빠른 결정을 내주어도 시원치 않을 터인데 국회는 민생법안을 비롯해 경기 회복에 시급한 법안조차 손도 못 대고 대치상태로 한 해를 넘겼다.

이번 위기는 불확실성에서 기인된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심리에서 비롯된 바 크다. 지나치게 외국에서 오는 문제점을 과대포장하고 두려워한 것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회복되지 못하면 경제가 장기 침체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시성이 떨어지는 작은 문제부터 인내심을 가지고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제위기 극복은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될 것이다.

경제 문제에서 비롯된 위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결책은 비경제적인 방법에서 나와야 한다. 남을 위한 배려를 하면서 솔선수범하는 마음을 경제정책에 담아야 살아남는다. 빵 한 조각도 나누고 일자리도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면서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2009년 새해에는 두려움을 버리고 희망을 많이 이야기해야 살아남는다.

 

♤ 이 글은 2009년 1월 1일자 세계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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