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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이름이 더럽혀진 '민주'와 '인권'
 
2008-12-19 11:39:31

 
南의 '인권' '민주' 독점세력 北의 실상엔 침묵
DJ "햇볕정책 계승해야" 현 정부에 엉뚱한 주문까지

 

레닌의 혁명정예(revolutionary elite)론은 소수의 혁명엘리트를 길러내는 것이 공산주의혁명에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이론이다. 원래 마르크스 변증론이 제시하는 공산주의혁명은 착취와 공황이 극심해지는 성숙한 자본주의국가에서 노동자계급 전체가 단결해 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진국 제정러시아에서 활동해야 할 레닌은 이 이론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인민이 무지하고 유산계급이 취약한 후진국사회가 오히려 혁명의 온상임을 주장한 것이다. 이곳에서 혁명정예들은 최대한 음모와 선동의 장기(長技)를 발휘할 수 있다. 집권 후엔 인민생활과 의식개조를 지도하게 된다.

따라서 볼셰비키혁명 후 소련은 소수 정예당원이 인민을 지배하는 계급국가가 됐다. 이 체제의 통치방법은 인민을 노역자로 삼고 그 지배자인 5% 특권층에게 별장, 리무진과 전용상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과 '민주'는 소비에트공산주의에서 사망해야 할 개념이다. 이런 소련을 크로아티아의 사회주의자 호르바트(Branko Horvat)는 "자본가 대신 국가가 인민을 약탈하는 국가자본주의체제"로 규정했다.

오늘날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계급착취 국가가 북한이다. 북 정권 치하 인민의 노예적 삶은 실로 필설(筆舌)로 옮길 수 없을 참상이다. 민주와 인권으로 먹고 사는 남한의 '민주세력'은 당연히 이 비극을 앞장서 폭로하고 온몸을 던져 북한민주화운동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 집단은 북한 민주화나 인권 말만 나와도 온몸을 떨며 저항한다. 이것은 이 민주인권 집단의 뿌리가 어디에 닿는지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다.

1980년대 반독재투쟁을 지휘한 전대협·한총련 등의 간부들이 제왕(帝王)처럼 행세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이 대회장에 입장할 때는 호위대가 도열하고 군중이 기립해 환호하고 경례했다. 대학가 반독재시위에서 전경과 대치해 최루탄 맞고 부상당하고 끌려간 것은 학생부대들이었다. 그들은 지도자가 안전하게 대피했다는 전령이 도달하고 나서야 철수를 허락받았다. 386 정치집단이 바로 이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을 학습했고 그 행동도 답습했다. 오늘날 마치 한국의 민주인권 집단을 대변하듯 행세하지만 실상 이들은 민주인권을 박멸하는 레닌주의자일 뿐이다. 이들은 북쪽 지배자와 정서적으로 일치하고 공생공멸(共生共滅)의식을 가지기 때문에 북 정권을 그렇게 사생결단으로 지킨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좌파정권 이후 우리 사회에서 민주는 자유민주주의 법질서를 부정하는 세력, 인권은 반시장 친북집단이 독점하는 이름이 됐다. '민주''인권'은 듣기 혐오스러운 단어가 됐고, 한국의 민주인권단체는 세계 언론의 웃음거리가 됐다.

엊그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권의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를 인정·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성과가 무엇인가. DJ 대북정책은 북한에 폭압정권을 지속시켰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심판받아야 한다. 10년 전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탈출한 대기근사태에 의해 북한에는 결정적인 체제붕괴의 위기가 도래했다. 북한 관측자들이 운명의 '그날'이 언제인지를 점치던 때 북 정권을 구조한 것이 대북 비밀송금 아니었던가. 당시 북 체제가 무너졌다면 지금 북한인민은 최소한 베트남만큼 자유와 풍족함을 누리고 있을지 모른다. 기근과 죽음의 고통을 치르고 북한인민이 얻은 천재일우의 사슬 끊을 기회를 남한의 햇볕집단이 사정없이 빼앗은 것이다.

북한인민의 참상은 체제가 바뀌고 개방개혁이 없는 한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햇볕정책 후 남북협력기금은 지금까지 8조2000억원이 집행됐다. 북의 경제규모가 남한의 35분의 1이라면 북한 총생산의 4분의 1이 넘는 돈이 투입된 것이지만 실질적인 개혁개방이 이루어진 바는 찾을 수 없다. 2001년 북한을 다녀온 DJ는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만약 북에 핵이 개발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세계는 이미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됐을 뿐이다. 대북포용정책은 핵 보유를 무기로 외부지원을 극대화하고, 내부 단속과 체제 생존을 꾀하는 북 정권의 행태만 조장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이어지는 강경공세에 절대 굴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과 언론도 이런 자세로 '민주''인권'이 진정한 이름을 되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12월 19일자 조선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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