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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기업ㆍ혁신도시의 예견된 운명
 
2008-12-17 15:53:21

 

시장 외면한 '정치도시'전락, 신도시 정리계획 만들어야

2007년 한국의 인구는 4860만명,이 중 90.5%가 도시에 살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예측한 2050년 한국 인구는 4230만명으로 이보다 630만명이 줄어든 수치다. 반면 2007년 중국의 도시거주자 비율은 46.8%이며 2020년에 64.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에 도시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생존경쟁과 도태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지표들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도시는 포화상태에 이르고 출산율이 극히 낮고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학교,주거,상업,문화 등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국민의 수요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은 소득이 급등하고 매년 2000만~3000만명의 인구가 도시로 유입돼 도시의 규모와 질이 비약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도시성장력이 이처럼 시들고 국제경쟁력이 위협당하는 현실에서 국가당국은 당연히 선택과 집중,구조조정 따위의 도시정책을 생각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바로 이런 때에 행정복합도시를 비롯해 6개 기업도시와 10개의 혁신도시를 만든 것이다. 우선 기업도시는 민간기업에 도시개발권을 주는 동시에 도시기반시설 비용을 부담시켜 기업의 생산ㆍ연구개발 및 유통시설과 거주민의 정주(定住)시설이 상호 융합하도록 종합건설하자는 개념이다. 따라서 기업과 도시의 상생을 생각해 원래 전경련이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이 젓가락을 들고 뛰어들어 기업도시를 '지방균형도시'로 만들어버렸다. 기업이 원하는 곳에 만들어야 할 기업도시를 "지방은 방치하고 서울에 모여 살자는 얘기냐"며 정부가 각 지방에 정치적 선물로 나누어준 것이다.

이런 작태의 귀결은 뻔한 것으로,시작도 하기 전에 지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주민보상요구가 늘어나고 기업의 사회간접자본비용 부담은 높아지고 땅값은 올라가고 기업은 입주를 회피한다. 지식기반형이라는 충주기업도시는 지금까지 기업투자를 한 곳도 유치하지 못했다. 무주기업도시는 사업추진자인 대한전선이 자금난과 수익성 저하 문제로 사업포기의사를 밝히자 주민들이 시위 등 실력행사로 이를 막겠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사업은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124개를 10개 지방에 나눠줘 산업혁신의 거점도시가 되도록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리해서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진주로,국제교류재단과 재외동포재단은 서귀포로 정부가 강제 하방(下方)하는 조치를 했다. 중소기업의 태반은 수도권에 있다. 이것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여 수도권에서 자진 퇴출하기를 기대한 발상인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진주에 있다고 진주에 기업을 새로 만들거나 직원을 이주시킬 사장이 있을 것인가? 이미 제자리에 뿌리박힌 공공기관들을 한꺼번에 뽑아내 지방에 나눠주는 정책은 당초부터 '혁신도시'를 목적했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은 정치가,공무원ㆍ지자체가 음모하고 협상해서 만들어낸 '정치도시'일 뿐이다. 따라서 혁신도시의 추진과정도 기업도시의 전철을 밟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신도시문제는 대한전선의 경우에서 보듯이 이성과 논리가 통할 수 없는 정치꾼과 군중의 싸움터가 됐다. 그러나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과 172개 국회의석을 가진 현 정권이 이의 근본적 해결에 과감히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우선 "정부가 17개 도시를 무한히 지원할 수 없고 그 약효도 아주 미약하다. 시장의 요구 없이 탄생한 정치도시들은 향후 한국인구가 늘어난다 해도 도태할 운명이다. 따라서 신도시는 지자체가 거대한 부실기업을 떠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용이 더 커지기전에 국가당국과 지자체가 협의해 신도시 정리계획을 만드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강력히 알림으로서 이 난장(亂場)을 수술할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 이 글은 2008년 12월 14일자 한국경제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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