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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권력형 부패 발 못 붙이게 하려면…
 
2008-12-17 15:35:20

 

대통령을 호가호위(狐假虎威·높은 사람의 권세를 빌려 행세하다)한 친인척과 그 친구의 나랏돈 훔쳐 먹기가 지난 정부에서도 정석대로 자행됐다. 그럴 거라는 풍설은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니 여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우리는 안 되는 것인가. 사실 지난 정권은 국정의 투명성을 내걸고 청와대부터 시작해 정부 각 부처를 전자정부화해 사람 손을 덜 타게 했다. 더불어 국가청렴도 지수를 높이고 정보공개의 순위를 매겨 평가할 정도로 표면상으로는 뭔가 좀 달라지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겉 다르고 속 다른 면만 보여 준 셈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권력형 부패는 역대 어느 정권도 비켜 가질 못했다. 더군다나 법치국가적 헌정질서를 무시하는 정부는 비리가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주게 된다. 지난 정권을 돌이켜 보면 권력 핵심부는 국가와 사회의 전 방위에 걸쳐 대한민국의 헌법 위에 이념의 푯대를 세우려 했다. 위원회 조직이 국정의 전반을 기획해 정규의 정부 조직을 약화시키기도 했다. 법치가 이념에 밀려 기강이 무너진 것이다. 그 틈새에서 친인척 부패의 고리는 엮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 정부는 다를 수 있을까. 1987년 헌정 체제 이후 들어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그 어느 대통령도 친인척 이권 쟁탈의 발호로부터 무사하지 못했다. 현 정부가 이런 유쾌하지 못한 전승의 맥을 끊는다면 그 자체가 헌정의 큰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다른 데 있지 않다. 사심 없이 법에 의존하는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정부야말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기반도 된다. 관건은 대통령 자신의 결단 및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제도의 확립이다.

제도화의 첫발은 권력과 그걸 행사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야말로 헌정국가의 기반을 이룬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에 있다. 거시적으로는 법치의 실현을 지금보다 더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맡기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지난 정부의 시기에 끊임없이 이어져 온 헌법 논쟁 속에서 헌법재판소의 신선도가 퇴색된 것은 사실이다. 헌법재판소장 임명의 국회 동의 과정에서 일어난 위헌 논란은 사상 초유의 헌재 소장 임명 철회를 가져와 헌재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저하시켰다.

대통령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지난 정권의 와중에서도 국민적 신뢰를 지켜 왔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정부 각 부문의 투명성과 청렴도가 높아졌음에도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 권력 상층부의 부패 하나만 터지면 정부는 실패하게 되어 있다. 영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료 오직(汚職)의 개별적, 구체적인 적발과 처벌 등은 검찰 등의 몫이고 공직 청렴 정책의 전체적인 구상과 집행은 국민권익위원회 소관 사항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사원은 헌법상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의 권한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최고의 감사기관이다. 전문적인 감사역량도 축적해 왔다. 물론 대인적 문책 위주의 감찰로 공직사회에 무사안일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무감찰의 운영 방향을 국가 주요정책·사업·업무의 문제점에 대한 종합적·근원적 개선책을 제시하는 시스템적 기능으로 전환하면서 성과를 거두어 왔다. 쌀 직불금 감사가 이렇게 성과를 거둔 이유 중의 하나가 거기에 있다.

무엇보다 감사원의 업무 집행은 사전적 예방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회계검사의 헌법적 권한은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의 구조적 경색을 푸는 데 의외의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원에 공직자 재산등록 내용 조사·열람권을 부여해야 한다. 이런 반부패 정책이 필요하다. 감사원이 효율적인 직무감찰 수행을 위해서 축적해 온 조사기법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를 청와대는 존중하는 자세로 활용해야 한다.

♤ 이 글은 2008년 12월 15일자 세계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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