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선진화를 위한 10대 국가 과제
(3) 역사 전환적 국가리더십
선진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사회 경제 문화 각 분야의 선진화 제도개혁과 의식개혁을 효과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할 강력한 국가리더십이 필요하다. 강력한 리더십이란 개혁과정에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있어도, 선진화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선진화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많은 나라들이 후진국에서 중진국까지는 올라서는데서 성공하면서도 선진국 진입에 실패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중진국체제에서 선진국체제로의 체제전환(regime transformation)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선진화의 방향으로 시스템, 제도, 정책, 의식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 낼 강력한 체제전환의 리더십, 다시 말해 역사전환의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 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역사전환의 리더십의 등장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가 바로 포퓰리즘(populism)이라고 불리우는 대중인기영합주의이다. 따라서 이 포퓰리즘을 극복하지 못하면 선진화에 실패한다.
포퓰리즘 극복이 선진화의 출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란 단기적 정파적 이익을 위하여 장기적 국가이익을 버리고 국민의 일시적 정서에 영합하고 인기를 조작하고 때로는 선동하는 정치와 정책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치나 정책은 당연 전문가나 학자의 객관적 합리적 의견보다는, 다중(多衆)의 감성적 의견이나 비전문가들의 속론(俗論)에 따라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나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한다. 그러니 그 정치나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포퓰리즘이 성하면 시장경제도 자유민주주의도 모두 실패한다. 결국은 선진국진입의 문턱에서 주저앉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지난 10년간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렸다. 햇볕정책도, 교육평준화정책도, 수도이전정책도 사실은 모두가 [큰 포퓰리즘]이였다. 그러나 [작은 포퓰리즘]도 수없이 많았다. 부동산가격을 세금폭탄으로 잡겠다는 발상도 지극히 포퓰리즘적인 발상이다. 실업과 빈곤을 줄이기 위하여, 투자활성화는 생각하지 않고, 또한 복지전달체계의 질적 개선노력도 없이, 복지예산만 양적으로 증대하겠다는 것도 지극히 포퓰리즘적 발상이다. 일부정치인들이 [경제가 살아나야 가난이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표만을 생각해 反기업정서 反부자정서를 자극하는 언술을 함부로 하는 것도 자기 속임이고 인기영합이었다. 양극화해소를 부르짖으면서 양극화의 원인이 부자들이 세금을 안내서 생기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도,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실패하는 원인이 서울대학 등 소위 일류대학이 우수한 학생들만 뽑으려 해서 생기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도, 전국의 부동산가격이 안 잡히는 원인을 서울 강남의 부자들의 땅 투기 때문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도 모두가 인기영합의 포퓰리즘이었다.
대단히 악성의 포퓰리즘은 노사관계정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규범화이다. 즉 공정하고 효율적인 노사관계가 하나의 관행과 의식으로 정착되어야 선진적 노사관계이다. 그렇게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법치를 바로 세우고 정부가 일관성 있게 집행하여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노사당사자들에게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기보다, 노사 간의 타협만을 강조하며 탈법과 위법까지도 용인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노사관계의 규범화가 진행될 수 없다. 노사 모두는 타협과정에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온갖 탈법과 불법을 자행하는 데 노력하고, 정부는 이를 용인내지 묵인하는 무책임을 보여 왔다. 결국 정부가 노동법을 엄정히 집행하면, 노사모두에게 비판을 받기 쉽지만, 노사타협만을 강조하고, 탈법과 불법을 묵인하면, 노사모두에게 인기 영합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발전하지 못하고 안정되지 못하고 예측가능하지 못하다, 따라서 기업이 이 나라를 탈출하고 외국자본이 이 나라를 피하는 기가 막힌 양상이 일어나고 있다. 참 답답하고 한심한 일이다.
본래 국가정책에 기초가 되는 이론 내지 견해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공론(公論)과 중론(衆論)이 그것이다. 전문가 학자들이 깊이 연구하고 토론한 결과인 공론(public judgement)이 국가정책을 이끌어 가면 그 나라는 발전한다. 반면에 다중의 일시적 견해인 중론(majority opinion)이나 혹은 아무 근거 없이 시중에 돌아다니는 속설이나 부론(浮論)이 국가정책을 끌고 가면 그 나라는 망한다. 그래서 이율곡 선생은 공론이 국가의 원기(元氣)이고 공론이 서지 아니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 하셨다. 조정에 공론이 없으면 나라가 어렵고 조정에도 시중에도 공론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셨다. 한마디로 선동가들이 나와 국민의 정서를 자극해 국민을 오도하고 그 결과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는 말씀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정치적 선동을 막고 모든 포퓰리즘 정책을 확실히 추방하여, 국정운영을 중론이나 속설이 아니라 철저히 공론에 기초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선진화가 가능하다.
그러면 공론을 세우고 공론에 따라 국가운영을 하기 위하여, 정치와 정책에서 인기영합주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도 시장경제도 실패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선진화 프로젝트도 실패하게 된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중진국에서 선진국 진입에 실패하고 후진국으로 전락한 주된 이유가 바로 포퓰리즘의 정치와 정책 때문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것인가?
포퓰리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첫째, 우선 우리 정치를 단순한 [권력투쟁형]이 아니라 [국가경영형]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국가발전의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정치가 되도록, 단순한 개인의 이미지나 이벤트를 중시하는 정치, 혹은 선거공학만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가 되지 않도록, 우리 정치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정치에 합리적 정책경쟁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일시적 인기영합주의가 설 땅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 [권력투쟁형]에서 [국가경영형] 정치로 바꿀 수 있는가? 이를 위해 먼저
(1) 우리나라 정당의 체질을 [이념정당][가치정당] [정책정당]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치지도자 중심의 [사당(私黨)]체질과 출신지 중심의 [지역(地域)당 체질]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정당을 비전과 가치와 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2) 정당구조를 [원내정당]이냐 [원외정당]이냐의 양자택일의 방향이 아니라 새로운 내용의 원외정치와 원내정치를 만들어 나가는 [신 (원내외) 통합체제]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원외정당체제]는 당의 최고지도자 개인의 권력투쟁형 정치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또한 국회에서의 원내정치는 개인의 권력투쟁과정을 위한 도구적 수단적 의미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원외구조는 강화하되, 당지도자 개인의 정치행보보다, 당의 이념과 비전을 개발하고 이를 국민 속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주로 하는 원외정치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3)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원내정당체제]도 지금까지는 중앙당의 장악력은 약화되는 대신, 국회의원 개개인의 사적인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치과정을 과도하게 지배하는 새로운 문제점을 보여 왔다. 바람직한 원내정치는 당의 큰 이념과 가치 그리고 비전의 틀 속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책적 전문성과 독자성이 보장되고 활성화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한 사람 한사람이 입법기관으로서의 독자성과 정책전문성이 보장되는 크로스 보팅(cross-voting)제도도 당의 이념과 가치와 비전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 현실에 맞게 도입해야 할 것이다.
(4) [지역대표]보다 정책전문성이 높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의 수를 크게 확대하여야 한다. 비례대표를 독일이나 러시아 등과 같은 수준인 국회의원 1/2의 수준(예컨대 지역 150명 비례 150명)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역정치의 대부분은 지역구 출신의 국회의원에서 지방의회의원으로 그 중심이 이동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회는 앞으로는 지역정치나 지역의 민원보다는 국가전체의 발전과제, 국가의 세계경영과 세계전략과제 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포퓰리즘을 극복하는 두 번째 방향은, 법 개정사항이 되겠지만, 다음의 두 가지 방향의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하나는 현재의 대통령 중심제도를 [분권형 대통령제]내지는 [이원집정부제도]로 바꾸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상원제]를 도입하는 일이다.
원래 대통령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인기영합에 약할 수 있다. 표를 얻어야 하고 당선 후에도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 대통령의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非선거직인 총리와 국무위원들에게 보다 큰 헌법적 권한을 주는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좀 더 나아가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비선거직(총리 등)이 가지는 국정운영의 전문성과 非당파성을 가지고 선거직(대통령)이 가지는 국정운영의 대중성 내지는 민주성과 조화를 도모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제도하에서는 외교 국방 정치 경제 행정 교육 과학기술 노동 보건 복지 문화 등 모든 국정운영의 부담이 대통령에게 과부하 되어 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총리나 국무위원들 개인의 정책 전문성은 비교적 높으나 정치적 힘이 너무 약하다는 것도 명백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인기영합주의의 극복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국정운영 전반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대중성의 조화, 民本주의와 民主주의의 조화의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반드시 분권형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포퓰리즘의 극복과 입법 전반의 질(정책전문성)을 높이기 위하여 상원제(上院制)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국가의 短期정책과 中長期정책을 나누어 前者는 하원에서 後者는 상하원 모두에서 검토하는 제도의 도입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하여 단기정책은 입법의 신속 효율성을 중시해서 하원에서의 검토로 충분한 것으로 하고, 중장기 중요국가정책은 보다 심층적 분석이나 보다 광범위한 여론 수렴 등 입법의 신중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하원뿐 아니라 상원에서의 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할 수 있다. 따라서 경륜이 뛰어난 소수의 상원(약 100명)을 두어 국가의 중장기 정책과 입법만을 심층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면 단기적 인기 영합적 졸속입법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정치와 입법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포풀리즘을 극복하는 세 번째 방향은 [입법실명제]와 [정책실명제]의 도입이다. 주요 국가정책을 입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주요입법과 정책에 대하여는 [입법실명제]와 [정책실명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입법실명제는 국회의원들의 개개인의 입법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여서 그들의 입법 활동에서의 정책전문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인기 영합적 졸속 입법을 피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책실명제의 도입은 정책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여 정부전체의 정책 전문성을 높이고, 인기 영합적 정책을 막는데 기여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실명제는 국회의원과 공무원전체의 학습능력(learning capacity)도 크게 높일 것이다. 과거의 잘못과 성공에서 입법 및 정책교훈을 배우려는 노력이 크게 제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입법 및 정책실명제는 사법적 제재를 위한 제도는 아니다.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로 운영되어야 한다.
넷째, 포퓰리즘을 극복하는 데, 마지막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과 정책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는 소신(faith)과 그들의 품격(character)이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국가발전의 비전과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나가는 체제전환의 국가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성과 교육이 필요하다. 국가비전과 정책능력, 국제적 감각과 경륜,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소신과 품격을 고루 갖춘 미래의 국가리더십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자체가 인기 영합적 저질 정치가의 등장, 즉 대중선동가의 출현을 저지할 것이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예컨대 미국의 케네디 스쿨(Kennedy School)이나 윌슨 스쿨(Wilson School), 일본의 마쯔시다 정경숙(政經塾)과 같은 [국가정책대학원]이나 [국가정치대학원]을 민관 합작으로 설립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의 부르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나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과 같은 민간 싱크탱크를 많이 만들어 단순한 정치능력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정책능력을 가진 국가리더십양성을 지원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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