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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헌법재판관 다양한 구성을
 
2008-11-26 14:06:51

 

헌법재판은 현행 헌법의 꽃이다. 특히 위헌법률심판은 헌법소원심판과 더불어 우리 공권력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 그 어떤 공직자도 감히 헌법에 반하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이는 권위주의 국가를 헌법국가로 들어서게 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사회 정의와 재산권에 대한 공공복리적 제한의 폭을 넓게 보는 재판관들이 다수 들어갔다고 평가됐다. 그런데 지난 13일, 헌법재판관들의 민주주의와 재산권 그리고 경제와 생존권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구 종합부동산세법 제5조 등 위헌소원 심판 사건의 결과는 의외였다. 사안별로 다르지만 7대 2라는 압도적 다수로 가구별 합산 과세 조항은 위헌, 거주 목적 1주택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조항은 헌법불합치가 되었다. 두 명의 재판관만이 종합부동산세의 사회정의적 성격, 가구별 합산과세제도의 조세정책적 결정, 부담의 실질적 공평성, 가족들의 공동주거로 쓰이는 특수성을 들어 합헌이라 했다.

이 사건은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재산권을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정한 ‘경제 민주화’의 가치로 제한한 사례다. 개인의 사상, 언론 등의 자유에 관련한 법률과 달리 이러한 경제 관련 법률은 그것이 합헌이든 위헌이라 평가되든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르거나 하는 사안이 아니다. 즉 헌법원리적 차이를 가지는 사안이기보다는 헌법정책적 영역에 가깝다. 때문에 종부세 결정은 헌법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인식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사안이어서, 결정문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심지어는 종부세 납부 대상이 아니거나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재판관만 합헌 의견을 냈다고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필자는 그보다 더 우려할 만한 것으로서 ‘헌법 도그마틱(일종의 규범의 공식)으로의 도피’ 현상이 있었음을 들고 싶다. 자신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사용하는 필요성이 그 헌법이론을 원용하지 않을 수 없는 당위성을 압도한 것이다. 헌재 재판관들이 연구관들의 법리적 의견서로부터 어느 정도로 독립적인지 알고 싶을 정도다.

사회 구성원이 다양하듯이 한 사회의 기본 규범인 헌법 역시 그 다양성을 일관된 가치체계로 풀어간 결과물이어야 한다. 이번 종부세 결정을 통해서 본 바로는 헌재 재판관 구성에 있어서 지금과 같이 법관의 자격을 가진 사람만으로 이를 충원하는 한,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법률가들은 그 시야가 법의 틀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법학을 공부하여 법조인이 될 수 있게 하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왕에 헌재 재판관도 꼭 법관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 제111조 제2항의 개정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11월 25일자 경향신문[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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