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세계전략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세계전략---
6-1: 세계전략의 추진체계
지난 60년간 우리나라에는 세계전략이라는 개념자체가 거의 없었다. 외교와 국방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승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독자적 구상자체가 불필요했다. 다만 경제와 통상의 경우에는 우리 경제가 대외지향성이 컸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세계를 향한 나름의 전략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국제경제이슈나 통상사항에 대한 개별적 대응의 수준을 크게 넘지는 못했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차원의 세계경제전략내지 세계통상전략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물론 교육 문화의 분야에는 더더욱 세계전략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정부 내에 세계전략을 중장기 관점에서 구상하고 추진할 수 있는 종합적 전략기획기구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종합적인 [세계전략기획기구]를 청와대 안에 상설하는 방안과 내각 총리실 안에 상설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정부출연 연구소로서 [세계전략연구원]을 두어 이 연구원이 세계전략기획기구를 지원하여야 한다. 그리고 세계전략연구원은 정부출연으로 시작하나 장기적으로는 민간출자도 포함한 독립된 기금으로 운영되도록 하여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하여 외국의 국가연구소뿐 아니라 민간연구소 내지 대학연구소들과 자유스럽게 교류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전략적 협력을 할 수 있는 독자성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전략연구원은 외교국방부터 경제경영 나아가 교육문화 부문까지 국정운영의 전 분야를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연구원의 지사를 워싱턴 동경 북경 브뤼셀 등 세계주요국의 수도에 두어 그 들 나라의 국가운영과 세계전략의 움직임을 손바닥의 손금을 보듯이 상세히 보고 있어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올바른 세계전략의수립의 기본전제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세계전략기획기구가 중심이 되어 민관합작의 종합적 세계전략 추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 [세계전략추진기구]는 총리실 안에 두되,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 대학 뿐 아니라 시민사회 종교단체 등이 참여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외교포 등도 참여하여야 한다. 그래서 종합적이고 다차원적이며 다면적인 복합전략을 구상하고 추진할 수 있는 민관합작(民官合作)의 기구여야 한다. 세계전략이라는 용어가 외국에 위화감을 줄 수 있다면 세계화로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예컨대 [세계화추진기구]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세계전략문제는 한 정권의 정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 구상, 조직 단계에서부터 여야가 함께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여야가 공동 발의하여 [세계전략연구원법], [세계전략기획기구법] 등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를 향한 국가발전전략은 일개 정권의 소유물일 수도 없고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여야와 민관모두의 이해와 합의에 기초해 미래를 위한 국가적 국민적 결단이어야 성공할 것이다.
6-2: 對北전략의 추진체계
지난 기간 대북정책의 결정과정을 보면 대단히 非민주적이고 그 집행과정도 전혀 투명하지 못했다. 군사독재의 권위주의 시대에는 통일논의 자체를 정부가 독점하고 있어 민간의 자유로운 통일논의가 사실상 금지되어 왔었다. 민주화 된 이후에도 통일정책에 대통령의 개인적 소신이나 이념이 과도하게 작용하였으며 국민의 의사나 전문가의 의견을 묻는 과정은 전혀 없거나 대단히 부실하였다. 그리고 그 추진의 중요한 부분은 권위주의시대이던 민주화시대이던 항상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진행되어 왔다. 그래서 대북정책은 자주 국내정치에 이용되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주요 선거 때 마다 등장하던 北風이라는 해괴한 용어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대북정책은 일부 지도자들의 개인적 이념이 과도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에, 국민일반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로 대북정책을 둘러 싼 국민사이의 이념적 갈등과 분열이 극심하였다.
남의 정책정상화 없이 북의 체제정상화 없다
남의 국론통일 없이 남북간 민족통일 없다
따라서 앞으로 대북정책이 북한의 근대화, 정상국가화와 남북통일을 목표로 한다면 사전에 대한민국의 대북정책 자체의 정상화, 즉 대한민국 내부의 국론통일과 대북정책의 결정과정과 추진과정의 정상화가 반드시 우선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남의 정책정상화] 없이 [북의 체제정상화]를 추진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남의 국론통일] 없이 [남북간의 민족통일]은 없다고 본다.
우선 처음부터 대북정책의 입안과 추진과정에 전문가들의 폭넓은 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올바른 대북정책의 수립은 국가이익과 민족이익이 관련되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으로 좌 우 혹은 보수 진보 등의 이념의 차이를 불문하고 각 분야의 최고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참여와 공개된 토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국민들이 지켜 볼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시급한 것이 좌우 혹은 보수 진보 전문가들 사이에 [사실(fact)에 대한 공동인식]노력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북의 상황(그 동안의 변화와 현재의 상황)에 대한 사실적 정보적 인식과 판단의 차이가 불필요한 이념적 오해와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을 보면 이념의 차이보다 사실판단의 차이, 혹은 소유하고 있는 정보의 차이 때문에 견해의 분열과 갈등이 더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우선 양측의 북에 대한 사실인식과 정보판단의 폭을 줄여나가는 노력부터 시작하여야 하고, 그 다음에 대북정책의 목표와 가치에 대한 합의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과연 대북정책의 목표에 대한 좌우 보수 진보사이에 견해의 차이가 심할까? 북의 상황에 대한 공동인식이 있다면 대북정책의 목표에 대한 의견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적어도 양측이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대북정책의 목표에 대한 의견의 일치 내지 접근을 이룬 다음에는 우리는 서로 합의한 대북정책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과 정책수단 등에 대한 양측의 이론과 입장의 차이를 논하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대북정책에 대한 좌 우 보수 진보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수렴과 국민적 의견의 통합은 반드시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최고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 국민들의 상식과 합리적 판단을 모아서 대북정책을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대북정책이 일부 정치 지도자들 개인의 정치적 소신과 이념이 과도하게 지배하였고, 그들의 정치적 성과와 단기적 실적을 높이기 위해 너무 자주 악용되어 왔다. 앞으로는 모든 것이 근본으로 돌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안보 통일 외교정책을 차별화
이와 함께, 국가정책과 기구 면에서 안보정책과 통일정책 그리고 외교정책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적대적 한반도의 분단관리]를 목표로 하는 안보정책, 개혁개방을 위한 [북한의 변화관리]를 목표로 하는 통일정책, 그리고 중장기적 국가이익의 실현을 위한 [세계관리]를 목표로 하는 외교정책은 분명히 상호모순과 혼란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가능하면 3자의 조화와 균형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3자의 관계를 균형 있게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만일 선택이 불가피하다면 우선순위는 안보-외교-통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위의 3자간의 우선순위에 혼란이 많아서-즉 과도하게 통일이 안보나 외교보다 강조되어-불필요한 국론분열이 많았고 통일정책의 실패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는 원칙 없는 인기 영합적 통일정책의 강조는 오히려 통일을 지연시키는 反통일을 결과한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배웠다.
끝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대북정책이 반드시 세계전략과 정합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양자가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일치하여야 하고 서로 상호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 대북정책을 구상할 때 당연히 세계상황의 변화를 감안하고 세계전략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짜야 한다. 세계전략을 구상할 때도 당연히 남북관계의 변화와 해결을 염두에 두고 짜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앞에서 살펴 본 (5-1)국가안보를 위한 구상 중에서 (1)對 동아시아구상과 (2) 대북 구상은 항상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다.
6-3: 종합국력(綜合國力)의 중요성
추진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추진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전략의 추진능력은 최종적으로는 그 나라의 종합국력에 의하여 결정된다. 종합국력이 높을수록 세계전략의 추진능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종합국력(comprehensive national power)의 문제를 간단히 살펴보자.
학자에 따라 종합국력의 구성요소와 측정방법은 각각 다르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종합국력은 다음의 7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1) 군사력 (2) 교육과 과학기술력 (3) 경제력 (4) 국민정신 및 사기 (5) 통치 및 협치 능력 (6) 외교력 (7) 문화 및 사상력 등이다.
[군사력]은 국가안보의 최후의 수단임으로 국가존립을 위한 필수적 국력이다. [교육과 과학 기술력]은 그 나라의 인적자본의 질과 양을 결정한다. 국가교육제도, 평생학습제도, R&D 및 혁신시스템 등등이 포함된다. [경제력]에서 중요한 것은 그 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이다. 자원 등 생산요소의 부존량과 시장 및 기업제도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 갈수록 제조업뿐 아니라 지식서비스산업의 경제력이 중요해진다.
다음은 [국민정신과 사기]다. 이는 시민정신과 국민윤리, 국민의 활동성, 근면과 신뢰, 그리고 애국심과 공동체의식, 더 나아가 이웃나라에 대한 열린 마음 등이 중요하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를 보면 애국심(patriotism)이 경제성장의 주요동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統治 및 협치능력(協治能力)]이다. 통치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리더십]이다. 구체적으로는 비전(vision) 제시능력과 변화 및 개혁능력이다. 그 다음은 민주정치의 질, 법치주의의 정도, 그리고 정부의 정책능력(정책구상능력과 추진능력)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음으로 다름 속에서 조화를 의미하는 협치능력(協治能力)이란 국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간의 의사소통과 가치공유능력 그리고 협동과 합작능력을 의미한다.
다음은 [외교력]이다. 이 외교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국력의 하나가 될 것이다. 세계화 시대가 외교력의 중요성을 높일 것이고 특히 우리는 중간국가로서 4대 대국에 둘려 싸여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동시에 우리는 선진화라는 국가목표가 있기에 더욱 세계를 향한 적극 외교를 펼쳐 나가야 한다.
다음은 [문화 및 사상력]이다. 한 나라가 가지는 전통, 역사, 문화, 예술, 학술, 사상의 독창성과 보편성의 힘이다. 고유의 독창력과 특장점을 얼마나 가지면서 humanity의 보편성에 호소력을 가지는가가 중요하다. 그러한 인류에 대한 보편적 호소력을 가질 때 그 문화와 사상의 힘은 반드시 세계를 향한 대외 발신형(發信型)으로 발전할 것이다.
강력한 종합국력과 올바른 세계전략의 결합
이상과 같이 7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종합국력이 개발되고 성장해야 우리는 [힘 있는 세계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전략을 논함에 있어 어떠한 세계전략을 가져야 하느냐 하는 문제 못지않게 세계전략의 추진능력이 되는 종합국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세계전략의 올바른 방향이 주제이기 때문에 종합국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다른 기회로 미룬다. 만일 앞에서 논한 [세계전략연구원]이 설립된다면 아마 제1차 연구과제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그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 친다.
결국 이상을 요약하면 [강력한 종합국력]과 [올바른 세계전략]이 결합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세계전략의 성공]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전략의 성공이 이루어 질 때 우리는 21세기 세계화라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염원하는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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