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세계전략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세계전략---
3: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우선 중요한 것이 세계와 북한의 변화의 방향과 그 가능성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사실에 근거하여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읽어야 한다.
3-1: 세계의 변화 - 세 가지 가능성
세계의 변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도대체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특히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에 초점을 맞추어 21세기 세계의 변화를 볼 때 이론적으로 세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세계 비관론(realistic pessimism)
한마디로 인류의 미래를 中世的 암흑기로의 回歸로 보는 견해이다. 新中世의 탄생으로 보는 견해이다. 냉전의 종식과 세계화가 제기하는 지구적 과제들(핵과 대량살상무기, 국제 테러, 빈곤문제, 실패국가(failed state)문제, 환경 및 자원문제, 세계자본시장의 불안정의 문제 등등)을 제대로 풀지 못하여 세계가 점차 통치 내지 관리 불가능(out of control)의 상황으로 진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사태가 진전되면 [세계화 진행의 부분중단], [세계안보의 부분 파괴]까지 가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세계화가 제기하는 각종의 난제들을 인류가 제대로 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의 경우이다.
비관론에 대한 근거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다음의 3가지 계기에서 온다.
(1)미국의 一方주의(unilateralism)의 강화와 중국의 覇權주의(hegemony)의 추구이다. 미국이 초강대국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이용하여 자국의 [좁은 의미의 국가이익(narrowly defined national interest)]만을 추구하고 이를 다른 나라에 일방적으로 강요할 때 비관적 전망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중국이 과거 역사 속에 있던 中華主義를 21세기적 현실 속에서 복원하려고, 지역패권 나아가 세계패권을 추구하면, 이 또한 비관적 전망을 높인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일어나면 상황은 더 더욱 어려워진다.
(2) 세계가 소위 새로운 세계통치구조(new global governance)의 구축에 실패하는 경우이다. 세계화가 제기하는 지구적 차원의 난제들을 풀기 위해선 기존의 세계통치구조가 크게 개혁되어야 한다. 주지하듯이 이미 유엔(UN)이나 유엔 산하기관들이 각종의 세계분쟁이나 세계난제들을 풀 능력이 대단히 제한적으로 보인다. 또한 IMF, World Bank 등도 불안정한 세계자본시장의 문제나 격화되는 세계빈곤의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어 보인다. 따라서 세계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세계통치구조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존의 제도를 개혁하든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든지 해야 한다. 인류가 이러한 세계통치구조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특히 소수 강대국들이 자국의 단기적 국가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세계는 비관적 전망으로 달려가게 될 것이다.
(3) 다음은 지구상의 여러 개별국가들이 올바른 세계화 대응에 실패하는 경우 비관적 전망이 커진다. 개별국가들이 세계화를 발전과 도약의 계기로 활용하지 못하고 세계화의 위험과 고통만을 양산해 내면 비관적 전망이 커진다. 예컨대 정부가 기업이 세계화가 요구하는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세계화가 요구하는 교육개혁에 실패하고, 효율적이고 공정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실패하면, 그 사회는 성장이 둔화되고 실업이 늘고 소득분배가 악화된다. 결국 세계화의 흐름에 올바로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의 둔화, 사회갈등의 확대, 정치적 불안, 선동과 인기영합주의의 대두, 反시장, 反세계화로의 질주 등의 과정을 밟게 된다. 이렇게 세계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세계화 실패국가]들이 증가하면, 그 결과는 세계화 진행의 전부 혹은 일부 중단, 국내내전이나 대외 분쟁가능성의 증대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상의 3가지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세계의 미래는 대단히 어둡게 된다. 중세적 암흑기가 復活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2)세계 낙관론(idealistic optimism).
이 전망은 냉전의 종식과 세계화가 제기하는 각종 문제들을 모든 나라들이- 특히 강대국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세계이익(global interest)을 앞세워, 서로 협력하여 잘 풀어나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는 보다 풍요롭고 안정된 21세기를 창조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이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인간은 결국 이성적이기 때문에 이익보다는 가치를 중시하여 개별국가들도 협의의 자국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세계이익(광의의 자국이익과 공존할 수 있는)과 타협을 잘 해 낼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러한 전제 위에서 낙관론은 앞에서의 비관적 전망의 계기가 되었던 3가지 문제들이 모두 이상적 방향으로 잘 해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낙관론의 전제
구체적으로 보면 낙관론의 전제는 다음과 같다. (1) 미국은 일방주의로 가지 않고 多者主義(multilateralism)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세계문제를 세계의 주요강대국들(major power: 유럽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은 물론, 中間國家(middle power: 브라질 한국 등)들과도 잘 협의하고 상호협력하면서 풀어나가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도 과거 中華的 패권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 westphalia적 국제관계, 즉 [독립 주권국가들 간의 대등한 국제관계](자유주의적 국제관계)를 존중하고 이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2) 세계화가 제기하는 지구적 규모의 난제들을 풀기 위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세계통치구조가 새롭게 대두될 것이다. 그 방식이 UN, IMF 등의 기존 제도의 대대적 개혁을 통하여 이루어질지, 혹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G-20, WCB/WFA 등)을 통하여 이루어질지는 모르나, 지구적 난제를 효과적으로 푸는 세계통치구조가 반드시 등장한다. (3) 더 나아가 많은 개별국가들이 올바른 세계화 전략을 세워서 세계화의 이점(이익)을 극대화하고 세계화에 따른 문제점(비용)들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세계의 개별국가들 대부분이 세계화의 올바른 대응에 성공하게 된다. 그래서 [세계화 성공국]이 증가한다.
이상과 같은 전제 위에서 21세기 세계의 미래는 밝고 안정적으로 본다.
(3) 세계표류론(muddling through)
기본적으로 이 전망은 21세기 세계화 시대의 지구적 문제가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전혀 안 풀리는 것도 아닌 방향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사는 큰 좌절이나 단절 없이, 그렇다고 큰 도약이나 발전도 없이, 그런대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리라는 시나리오이다. 그래서 muddling through 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는 계기는 다음과 같다 (1)미국의 국가 리더십과 주류사회가 대외정책에서 혼란과 혼선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즉, 확실하게 미국주도의 일방주의로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계의 다른 강대국들과의 협력과 협조를 확실하게 추구하는, 다자주의로 가는 것도 아닌 어정정한 입장의 경우이다. 또한 중국의 대외정책도 확실하게 중화적 패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로 자유주의적 국제관계를 존중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이다. (2) 지구적 규모의 문제를 풀기 위한 세계적 巨통치구조의 개혁( UN 개혁, IMF개혁 등)이 부분적으로만 성공하여 지구적 문제가 일부만 해결되고 다른 부분은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이다. (3) 세계의 개별국가들의 세계화 전략이 부분적으로 성공하고 부분적으로 실패하는 경우이다.
이상의 3가지 분야에서 이렇게 엉거주춤한 변화만이 진행된다면 세계화의 진행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구촌이 번영과 정의를 누리는 것도 아닌 대단히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이 전개된다. 그런데 이러한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미루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현실유지 내지 관리는 가능하겠지만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표류의 상황이 최종적으로 어떠한 쪽으로 결착할 것인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과 EU의 미래선택]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이러한 3가지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세계의 변화에 대한 전망이 우리들에게 주는 의미와 전략적 정책적 과제는 무엇인가? 환언하면 만일 우리 앞에 위와 같은 3가지 가능성이 놓여 있을 때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이 주는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떠한 전략과 정책을 선택하여야 하는가? 그래서 21세기 세계의 변화가 인류에게, 동시에 우리나라에게,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미래 가능성 대해 복합적· 체계적 ·유연한 ·자주적 대응
우선 (1) 21세기는 대단히 어려운 세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개별국가의 국가운영에서도 그리고 개개인의 자기인생설계에서도 21세기는 많은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놓여있는 세기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세계전략을 세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여러 미래의 가능성에 대하여 (가) 복합적 대응 (나) 체계적 대응 (다) 유연한 대응 (라) 자주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복합적 대응]이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면적 대응을 그리고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서로 긴밀한 협력 하에 다층적 대응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체계적 대응]이란 즉흥적 대증(對症)적 대응이 아니라 심층적 분석과 연구에 기초하여 여러 부문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문제를 풀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유연한 대응]이란 상황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하여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자기변화와 자기개혁을 수시로, 아니 常時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에 만족하는 경직적 사고는 특히 유해하다는 것이다. [자주적 대응]이란 21세기는 큰 방향은 보이나 구체적 매뉴얼은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스스로 연구하고 스스로 최선의 길을 찾아가야 하는 자기주도적( 自己主導的, 자기중심적)사고와 노력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2) 미래의 시나리오에 대한 전망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세계표류론]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세계전략이 목표로 하여야 하는 것은 [세계표류론]에 포로가 되어 있는 우리의 미래를 가능한 [세계 낙관론]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 이것이 분명 우리의 세계전략 목표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도, 세계도 함께 성공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겐 다자주의, 중국에겐 패권주의 포기를 설득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가) 미국에게 多者主義를 설득해야 한다. 一方주의에 의존하는 패권적 제국(hegemonic empire)이 되어서는 미국의 실패뿐 아니라 세계의 실패를 가져옴을 경계해야 한다. 소위 자유의 제국(empire of liberty)이 될 것을 설득하여야 한다. 국제법, 국제기관, 국가간 소통과 상호이해의 중요성을 존중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설득하여야 한다.
(나) 중국에게는 中華的 覇權主義의 포기를, 환언하면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 westphalia적인 국제관계를 존중할 것을 설득하여야 한다. 사실 중국에는 역사적으로 볼 때 독립된 주권국가들 간의 대등한 외교라는 역사경험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中華주의의 극복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나 반드시 이를 설득해 내야 한다. 우리 같은 中間국가가 무슨 힘으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대국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심계원려(深計遠慮)하면 분명히 그 방법은 있다. 문제는 우리의 자주적 발상과 일관된 의지이다.
새 통치구조 창조에 앞장서며 모범적 대응
(다) 다음은 지구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세계통치구조(new global governance)의 창조에 앞장서야 한다. 예컨대 UN 개혁이나 IMF 개혁에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G-8 정상회담의 확대(G-20)에도 적극적 의사개진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동북아 경제협력기구, 동북아 안보협의체, 아시아통화기금(AMF) 등 여러 형태의 지역통치구조(regional governance)의 창설에도 앞장서야 한다.
(라) 끝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21세기 세계화도전에 대하여 국가차원에서 올바른 모범적 대응을 하여야 한다. 한 나라 한 나라가 세계화에 성공하는 전략을 추구하지 않고는 지구촌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많은 나라가 세계화를 거부하거나, 세계화에 실패하면, 인류의 미래, 세계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개별국가들이 [성공적 세계화]를 이루어 내야하고 우리 대한민국이 그 길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3-2: 북한의 변화
다음은 남북관계의 변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남북관계의 변화를 읽으려면 우선 북한의 변화가능성과 그 방향을 읽어야 한다. 과연 북한은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
불행한 일이지만 북은 지금 近代국가도 正常국가도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자기 생존 자체가 어렵고 정치적으로는 군대가 나서지 않고는 통치가 어려운 나라이다. 따라서 북은 앞으로 근대국가(산업화와 민주화), 정상국가( 북핵포기, 개혁개방, 인권존중, 국제사회에의 복귀)로의 체제변화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변화의 시기이고 양태이다. 이에 대하여 두 가지 견해가 있다.
북한 변화, soft landing이냐? hard landing이냐?
첫째는 점진적 자기변화의 길이다. 소위 soft landing 이다. 북한 정부가 자기 주도적 개혁을 통하여 점진적 체제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우선 [정상국가화]로부터 시작하여 종국적으로는 근대국가로의 체제변화(regime transformation)]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 길은 분명 남북 모두에게 대단히 바람직한 길이다. 그러나 갈수록 실현가능성이 약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북한 당국이 점진적 변화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점진적 변화가 급격한 체제붕괴로 연결 될 위험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점진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서로 경쟁하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후자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것 같다. 그렇다면 soft landing은 대단히 바람직한 길이나 하나의 희망적 사항일 뿐, 현실적 전망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아래의 가능성이 보다 현실성 있는 예측이 될 것이다.
둘째는 급격한 체제변화의 길이다. 소위 hard landing이다. 지금과 같은 非정상국가로서의 북한체제의 유지관리가 더 이상 어렵게 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급격한 체제변화가 일어나는 계기, 그 과정과 양태도 대단히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체제변화가 두 가지 방향으로 진전될 것으로 본다.
친중적(親中的)방향이냐? 친한적(親韓的) 방향이냐
하나는 親中的 방향이다. 즉 급격한 체제변화 후 북한에 [親中 개혁정권]이 등장하여 중국지원을 받으며 점진적으로 [中國式 개혁 개방]의 길을 걷는 길이다. 그러면 당연히 북한은 중국의 지정학적 완충지대(buffer zone)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남북 간의 통일은 사실상 상당기간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親韓的 방향이다. 즉 북의 급격한 변화이후 북에 [親韓 개혁정권]이 들어서서 남과의 협력관계를 중심으로 하여 점진적으로 [韓半島式 개혁개방]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북이 협력하면서 이웃 4강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질서 있는 협조도 받아 내면서, 상당기간 내에 점진적 남북통일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면 이상과 같은 북의 변화예상이 우리의 대북정책, 우리의 세계전략에 주는 의미와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북의 변화가 대한민국 세계전략에 주는 의미와 과제
우선 (1)우리는 북의 변화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하고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적극적 개입정책(pro-active engagement)이 대북정책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2)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따라서 비록 현실성은 적지만 북의 soft landing이 조금이라도 가능하다면 그것을 돕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북이 soft landing의 의지와 각오만 확실하다면 우리는 국민을 설득하여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북의 변화를 지원하여야 한다. 아마 남의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soft landing을 도우려면 과거의 햇볕정책처럼 원칙 없이 접근하여서는 안 된다. 과거 햇볕정책은 경색된 남북 간에 대화와 교류의 길을 열었다는 긍정적 기여는 컸다. 그러나 북의 변화라는 본래의 목표를 버리고, 실제로는 남한에서의 정치적 입지를 위하여, 원칙 없는 교류와 지원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북 지원과 교류정책은 분명히 북의 개방개혁 의지와 노력의 정도에 맞추어 진행해야 한다. 과거 햇볕정책은 결과적으로 북의 soft landing을 도우는 것이 아니라 soft landing을 지연시키고 현재의 非정상체제를 유지, 강화하는데 기여한 면도 적지 아니 했다. 그래서 그것은 햇볕정책을 추진한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북을 더욱 큰 체제실패 쪽으로 몰고 가서, 결국은 남북이 부담하여야 할 hard landing의 비용만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셈이 될 것이다.
확실한 방향과 원칙 가진 개입정책
북의 soft landing을 유도하고 이를 도와주려면 우리의 대북정책은 확실한 방향과 [원칙을 가진 개입정책(principled engagement policy)]이 되어야 한다. 즉 북이 개혁개방의 방향으로 움직일 때 적극 도와주고, 개혁개방을 거부하면 확실하게 불이익과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 북이 정상국가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 북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가능한 크게 만들어야 하고, 그 반대의 방향이면 북이 받을 손해를 가능한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확실하게 북의 soft landing을 돕는 정책이 된다.
(3) 비록 남쪽이 도와주려 해도 이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북의 soft landing으로의 방향전환이나 그 성공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은 것 같다. 결국 hard landing의 불가피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만일 hard landing이 실제로 불가피해진다면 우리는 어떠한 대응을 하여야 하는가?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나 그 답은 비교적 간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즉 정답은 한마디로 북에 반드시 [親韓的 개혁개방 정권]이 들어서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다. 유사시를 위한 대내외의 철저한 준비와 단호한 결단, 그리고 乾坤一擲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에 친한 개혁정권을 세우고 유지하는 문제는 남한에는 일시적인 안보적 어려움(부분적 분쟁 등)과 적지 않은 경제적 비용과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동포를 구하고 나아가 민족의 비원인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지불하여야 할 비용이고 어려움이다.
북에 親韓정권을 세우기 위하여 대내적으로 중요한 것은 여야 지도자를 포함하여 사회지도층의 사전 합의를 이루어 내고, 나아가 광범위한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준비하는 일이다. 이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사회에 대북문제에 대하여 너무나 많은 사고의 혼란과 이념적 분열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떠한 노력을 하여서라도 南南葛藤을 극복하여 북에 親韓정권을 세우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특히 중요한 것은 대외적으로 북한의 변화가 親中도 親美도 아닌 親韓이 되어야 함을 이웃 4강에게 설득하고, 그 길만이 진정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의 길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최우선의 관심이 있는 미국. 그리고 북한의 완충지대화(buffer zone)에 최우선의 관심이 있는 중국, 이 두 국가 간에 우리의 남북통일을 희생시키는 정략적 담합의 가능성을 결코 적게 보아선 아니 된다. 뒤에서 상론하겠지만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와 가장 중요한 안보동맹국이 되어야 할 나라이다. 중국도 앞으로 우리와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나라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의 이해관계는 많은 경우 일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을 결코 간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남북통일은 우리에게는 절대 절명의 과제이고 당위이지만 미국이나 중국에게는 부차적인 고려가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적극적으로 그리고 자기 주도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4강 외교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남북통일을 외면하는-남북분단을 장기화하는- 어떠한 강대국 간의 타협도 동북아의 안정과 발전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 그러면 4강 중 그 어느 누구도 북한에 親韓的 개혁정권의 등장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명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도 미국도 결코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우리의 의지와 준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우리의 의지와 준비가 부족하면 한반도의 역사는 크게 잘못될 수 있다. 千秋에 한을 남기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4) 이렇게 親韓的 변화를 추구하면서 변화이후의 북의 [近代化 프로젝트] 그 중에서도 산업화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준비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북의 산업화가 성공하려면 북측의 개혁개방노력과 더불어 남측의 전폭적이고 헌신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해외로부터의 적극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특히 4강의 참여와 지원이 중요하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시장경제로의 개방개혁경험과 그 성과가 북의 체제변화과정에 큰 참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도 북의 산업화에 결정적 기여가 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우리가 주도하여 4강과 더불어 북의 산업화프로그램을 준비하여야 한다. 북의 민주화는 그 다음의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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