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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미국發 금융쇼크의 교훈
 
2008-09-22 09:57:25

 

금융시장의 절대강자라고 자타가 공인해온 미국에서 날아온 금융쇼크가 추석연휴 이후 한국의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 사건은 100년 만에나 오는 대사건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투자은행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다 보니 미국 투자은행업계의 3위와 4위인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이 우리 금융시장에 주는 직접적인 손실은 크지 않다. 우리의 금융기업이 소유한 해외 투자자산 비중이 3%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였던 탓이다.

단기적으로 분명히 금융시장에 충격이지만, 결국 199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해소되는 과정이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것이 터진 것이니 불확실성이 오히려 감소해 금융시장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더욱이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로 세계 6위권이고, 정부의 부채 수준도 GDP의 35% 수준으로 경제 기초여건이 매우 건실한 편이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금융시장 규모가 9위, 금융 연관 비율이 11위인 우리나라가 주식과 외환시장에서 더 패닉 상태를 보였다는 점은 충격이다. 추석연휴라는 시간적 여유를 가졌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폭을 보였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 주가의 하락폭이 컸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될 후폭풍이다. 미국이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AIG 처리 문제가 남아 있다. 선진국 금융정책 당국들이 세계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공조체제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인가도 지켜봐야 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등급 주택자금 대출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시작된 금융부실이 프라임 등급까지 확대되고 주택대출을 넘어 가계대출, 신용카드 등 소비신용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가계가 심각한 부채 조정에 들어가 세계 실물경제의 위축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정책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면서 선심성 정책들을 쏟아놓았는데도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더욱 강력한 규제 완화와 경기 진작 정책으로 발동을 걸고 있다. 당장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가 공식집계로 14만7000가구이고 비공식적인 것까지 합치면 25만가구에 달하는 현실에서 전국에서 매일 한 개꼴로 건설업체가 부도를 맞고 있는 건설경기를 살리고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 수 도 있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주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공급을 늘려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발 금융쇼크에서 얻은 교훈은 빚을 내서 위험성이 높은 파생상품과 모기지 증권을 사들인 금융사의 과욕이 부른 참극이라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경우 충격을 피할 수는 없지만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득이 될 수도 있다. 불안한 달러화에 대한 대체 투자로 원화 가치를 높일 수도 있고, 세계적인 실물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이 통화정책을 완화하면 외화자금 조달 문제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가구당 4000만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중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미국의 사태를 보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반대로 숨통을 터주어 주택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경우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충격보다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금리 상승, 고용 창출력이나 경기 침체로 인한 원리금 상환이 더 문제다. 이번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은 대체로 침착했다고 본다. 위기에 몰려서 내어놓은 정책은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만 부작용이 따르기 쉽다.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비전과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2008년 9월 17일자 세계일보[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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