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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행복도시'가 행복할 수 있는 길
 
2008-09-08 17:02:17

 

盧정권의 황당한 수도 분할 李정부 "오차없이 추진"
규제없는 '교육특구' 만들거나 KBS·MBC 이전 검토할 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못 박은 행정도시·혁신도시 사업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도 계속 약진할 모양이다. 지난달 이를 뒤처리할 요량으로 발표한 정부의 국토개발계획은 이제 정권이 바뀌어 파사현정(破邪顯正·잘못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턱없이 모자랐다. 예컨대 공공기관을 지방에 나눠주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라서,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절대다수의 중소사업자가 존재하는 수도권에서 빼내 경남 진주로 보내고 국제교류재단이 국제도시인 서울을 떠나 멀리 서귀포로 간다는 식의 기막힌 코미디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보다 주목할 것이 중앙행정부처의 운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복합도시 이전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는 국무총리와 중앙정무부처를 정말 행복도시로 보내겠다는 의미인가? 지각 있는 정권이라면 중앙행정부처를 대통령과 국회가 없는 지방으로 내쳐버릴 생각을 도저히 할 수 없다.

2000년 9월 노무현 당시 해양부장관은 해양부의 부산 이전을 건의받고 지역 유지들에게 역사에 기록할 만한 답변을 했다. "장관취임 후 30일 만에 39차례 출장을 갔는데 그 중 3분의 2가 국회, 정당, 국무회의, 청와대 등과 관련됐다. 해양부가 부산으로 옮긴다면 서울에 따로 사무실을 둬야 하고 장관은 거의 서울에 있어야 할 것이다." 놀랍게도 행정도시 이전문제의 정곡(正鵠)을 이처럼 꿰뚫는 대통령이 이런 대못을 친 것이다!

행복도시는 원래 노무현 16대 대선후보가 충청도 표를 얻으려고 '수도이전'을 제안한 데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것이 헌법재판소에서 8대1의 위헌판정을 받아 불가능해지자 '행정복합도시'라 이름을 바꾸어 다시 추진했는데 무슨 꿍꿍이인지 수도이전 때보다 부지를 80만 평이나 늘려 2210만 평을 수용했다. 이제 정권이 바뀌어 국가의 입법, 사법, 행정부가 모두 이전할 일은 없어졌다. 그러니 정부이전의 명분은 퇴색하고 하릴없이 여의도의 25배나 되는 거대한 도시를 채울 일만 남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행복도시에 각종 혜택을 주어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을 유치하겠다고 하고, 최근에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한다는 전략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돈과 계획만으로 도시가 이루어지는가? 이제는 이 일을 저지른 정치세력이나 이해당사자인 지자체나 뒤처리를 맡은 현 정부나 모두 사심을 버리고 머리를 맞대어 이 도시가 긴 안목에서 스스로 생존하는 과정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할 때다.

필자는 그 하나의 방안으로 이곳을 국가규제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교육 특구'로 지정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은 지금 막대한 시장수요를 가지고 있으나 평준화 틀과 각종 제재에 묶여 그 잠재적 성장력이 꼼짝없이 갇혀 있는 신세다. 사교육비가 연 30조원에 달하고 우리 아이들은 중국, 뉴질랜드, 필리핀 등 온 세계에 교육을 받겠다고 헤매고 있다. 만약 이 행복도시에 국제고, 외고, 과학고, 자사고, 특목고 등 어떤 고등학교, 대학교라도 마음껏 세우게 하고 그 정원, 입학 및 재원조달을 완전히 자율결정하게 한다면 얼마나 학교가 번창하고 사람과 경제유입이 활발하겠는가.

이것은 우리 교육기관에도 제한적이나마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며, 이리 된다면 행복도시와 우리 교육을 모두 살리는 상승(相乘)전략이 될 것이다. 우리 교육의 잠재력에 걸맞도록 조선, 자동차처럼 세계적 교육상품을 생산하게 하고 국가와 국민의 교육수요에 부응케 하는 것은 이 시대 국민의 절대적 사명이라 할 것이다. 이 정부는 최소한 이런 교육특구라도 만들 용기를 보여야 한다.

행복도시에 꼭 공공기관이 필요하다면 KBS나 MBC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전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중앙행정부처와 달리 공영방송사는 꼭 수도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미국의 CNN 본부는 애틀랜타에 위치하며, 영국의 BBC는 2011년 스포츠(BBC Sport), 아동(BBC Children) 등 5부를 그레이터맨체스터 주 샐포드 키즈(Salford Quays)에 이주시킬 예정이다. 뜬구름처럼 내방객이 오가는 관청에 비해 방송사는 콘텐츠 제작에 관련된 산업과 고용을 거대하게 유인할 것이고, 신도시의 문화, 예술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광우병 충격 후 우리는 말 안 하는 존재가 돼가고 있다. 노 정권 시절 그 많던 행정도시, 혁신도시 비판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지금 외치지 않으면 정말 '수도 분할'의 야만적 사태를 당할지 모른다.

 

♤ 이 글은 2008년 9월 3일자 조선일보[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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