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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구태국회 불명예 18대엔 벗어보자
 
2008-09-08 16:53:07

 

서울에서 못 보았던 밤하늘의 별을 경주 불국사 가는 길의 어느 곳에서는 볼 수 있었다. 별은 거기 있는데 그 보는 위치의 상황에 따라 보기도 못 보기도 한다. 서 있는 자리가 사고에 미치는 바는 그만큼 크다. 국회가 지난 1일부터 헌법과 법률이 정해 준 정기회를 시작했다니 하는 얘기다.

필자는 전공이 헌법이어서 지난 12대 국회 때부터 이런저런 자문을 하거나 공청회, 청문회 등에 참고인의 자격으로 국회에 가서 말도 하고 의원들의 모습도 봐 왔다. 그런데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의 하늘과 전국 방방곡곡의 다른 동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하늘은 밤에 별을 볼 수 있느냐만큼이나 차이가 큰 것이,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도 변하는 만큼 국회와 의원의 모습 역시 변해야 할 텐데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지금도 국회에는 웬만한 학회보다 더 많이 거의 매일 수십건의 공청회나 연구 스터디, 조찬 모임 등이 있어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해도 넘쳐날 정도다. 문제는 그런 일상의 접촉과는 관계없을 정도로 국회가 직접 국민과 정면으로 부닥치는 모습은 덜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 등에 의원들은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느 대학의 학장이 누구고 누가 은행 지점장인가만큼이나 관심없는 일이다.

진짜 국민이 지켜보는 것은 따로 있다. 예를 들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데 그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이를 제대로 구현하는가이다. 국민은 체포 요구를 받고 있는 의원이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 회기 중 불체포 특권’과 국회법의 ‘체포동의요청 절차’에 따라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국회의장이나 당 대표 등에게는 인간적으로 참 처리하기 곤혹스런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국회는 국민과 대결하느냐, 아니면 이끌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당사자가 되는 의원이나 국회의장, 그리고 각 당의 대표는 미국 헌법에서 정한 ‘양원의 의원은 반역죄, 중죄 및 치안 방해죄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 의원의 회의에, 출석 중에, 의사당까지의 왕복 도중에 체포되지 아니하는 특권이 있다’는 규정, 그리고 ‘의원은 연방의회의 허락이 있는 경우에만 범죄행위를 이유로 책임을 지거나 체포될 수 있다’는 독일 헌법의 정신을 살펴 두려움 없이 정면으로 승부하면 회기 중 의원 체포 동의의 헌법적 어려움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국회는 학술단체 모임 같기도 하고 여의도 유지들의 소요(逍遙)모임 같기도 하고 4년간 보장된 일자리를 가져 안도하는 의회를 초월하는 입법부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입법부란 근대 입헌주의의 가교를 놓은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이 말한 ‘법률은 일반의지의 표현이다’라든지, 독일 헌법에서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격하기 위해 남용하는 자는 이 기본권들을 상실한다’는 뜻을 펼 수 있는 국회일 때 가능하다.

서울 어느 곳의 성매매 업소들이 경찰이 집중 단속을 계속하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며 ‘수류탄’부터 ‘핵무기’까지 단계별로 대응 방침이 준비돼 있다고 말하는 우리 법치주의의 현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전후한 법 질서의 붕괴, 시위를 해도 한국이 더하는데 그런 나라가 나서서 태국 가지 말란다고 면박을 받는 국제사회에서의 우리의 위상,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이런 현실을 18대 국회가 좀 고쳐 보자. 그래야 지각국회의 ‘죄업’을 조금이라도 씻을 게 아닌가.

♤ 이 글은 2008년 9월 7일자 세계일보[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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