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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공공기관 구조조정 절차 확립해야
 
2008-08-28 16:00:49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정부 부처, 공기업, 광역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자체 감사기구 비리 결과를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공공기관의 감사가 해당 부처의 퇴직 관료나 힘 센 정치권 인사가 와서 외풍을 막아주고 보수나 챙기는 자리라고 국민이 인식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자체 감사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부정부패와 비리가 싹틀 수밖에 없다.

이번 자체 감사 비리를 계기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 예외없이 나오는 단골 메뉴였지만 매번 용두사미로 끝났다. 오히려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복지국가로 간다는 구실로 더욱 확대돼 왔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방만한 경영을 근본적으로 법으로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더욱이 기획예산처는 작년에 공공기관에 대한 새 감사 매뉴얼을 만들어 비상임 감사에 대해서도 직무평가를 하고 감사의 직무 소홀로 소속 기관이나 다른 기관에 피해가 나면 해당 기관이 감사에 대해 상법(제414조 감사의 책임)을 적용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도 이 법에 넣었다. 사실 이 규정만 엄격하게 시행된다면 전문성을 겸비하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는 정치권의 보은성 감사는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조차도 비리가 생겨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전체를 정기적으로 검토하여 체계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령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공공부문에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총리실을 중심으로 매년 사업 폐지, 민영화, 민간 위탁, 시장성 테스트, 내부 구조조정 등의 대안을 체계적으로 발굴, 추진하고 있다. 공무원의 치적만 늘어놓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책백서와는 달리 영국의 정책백서는 ‘품질을 위한 경쟁, 서비스 품질 제고, 시장성 테스트에 대한 일반 지침’ 등 모두 정기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지침이다.

우리나라가 매번 공공부문 개혁에 실패한 것은 개혁을 사회적 분위기와 공공부문을 혁신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업무 중복 및 과당 경쟁을 바로잡을 법령이 존재하지 않은 가운데 시작된 개혁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정기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법령으로는 대통령령의 형태로 1998년 12월에 제정된 ‘국가공무원 총정원령’과 ‘행정 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뿐이다. 이마저도 구조조정 수단들의 체계적인 절차와 지침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정책 당국자의 의지와 자의적인 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관할 공공부문에 대한 검토를 통해 조정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정부 개혁 기본법처럼 법을 제정하고 어디까지를 공적인 부분이 담당해야 할 것인지를 변화하는 경제·사회 여건에 맞춰 체계적이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구조조정의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

원 구성에만 82일이라는 기록을 세운 국회가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혈세를 낭비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및 기능 검토가 정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 및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 및 조직체계 관련 법령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 이 글은 2008년 8월 20일자 문화일보[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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