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포털을 이용하니 포털이 없으면 이제는 살수 없다고들 아우성친다. 바야흐로 네티즌들은 모든 걸 포털에서 해결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들 한다. 대한민국의 네티즌은 포털 없이 살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포털의 영향력이 어느 새 그렇게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의 얼굴을 가리고 나타날 때 포털은 정보의 전령사가 아니라 야누스 얼굴이 된다. 이렇듯 포털은 운용여하에 따라서 우리에게 축복을 줄때도 있지만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축복은 국민의 저력이지만 저주는 광기(狂氣)로 돌변해 암적 존재가 된다. 2002년의 붉은 악마의 결집은 대한민국의 저력이었지만, 금년 5월과 6월의 광우병파동은 분명 광기였다. 광기는 또 다른 변종의 광기를 만들었다. 이때의 포털은 오로지 ‘미국산수입쇠고기문제’에만 집착해 ‘미국산수입쇠고기 = 광우병’이라는 저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포털은 주술사가 되어 저주를 이데올로기로 변종시키는 광기를 부렸다. 광기는 대한민국을 어지럽게 하고 이성적 판단을 힘들게 했다.
포털(portal)이란 관문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사전적 의미에 충실하면 포털의 기능은 정보의 통로구실에 국한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포털은 정보의 통로 기능뿐만 아니라 미디어 기능도 하고 정보검색기능도 하고 엔트테인먼트 기능도 한다. 이처럼 포털에 가면 없는 것이 없으니 포털은 포털이 아니라 토털(total)이 되어버렸다. 포털이 토털로 변하는 순간 포털은 공룡이 되었고, 그 공룡은 네티즌의 끝없는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무한권력으로 변신하였다.
이처럼 무한권력을 갖는 포털은 그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을 가지는 것이 도리이다. 그러나 포털은 어떤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특히 미디어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론왜곡과 오도에 대해서는 책임은 없고 변명만 있다. 포털이 뉴스유통의 중심이 된 후 책임 문제가 대두하면 이들은 미디어가 아니라 관문(portal)이라면서 사회적 책임을 기피했다.
포털은 국내 주요언론매체로부터 뉴스를 공급받아 이를 다시 가공(편집)하여 네티즌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포털의 뉴스행위를 통칭하여 ‘포털뉴스’라고 한다. ‘포털뉴스’란 포털이라는 전달매체와 뉴스라는 콘텐츠가 결합된 ‘21세기 새로운 언론’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포털은 ‘포털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뉴스를 선택하고 편집한다. 이처럼 ‘포털뉴스’는 단순한 뉴스중계자의 역할을 뛰어넘어 뉴스선택 후 재매개와 편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포털은 분명히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포털은 정보의 보고이자 지식축적의 장이며, 세상경험의 통로이자 안내자이다. 이제 포털은 일상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사회적 공간의 중심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삶속에 포털은 이미 깊게 자리 잡아 버렸다.
사람들은 기존의 미디어보다 ‘포털뉴스’가 주는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포털뉴스’를 더 선호한다. ‘포털뉴스’가 주는 이득은 정보를 한곳에 집중시켜 사용자의 편의성을 향상시켜 주고, 필요한 정보에 편리하게 접근하도록 해 주며,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해준다. 반면 ‘포털뉴스’의 폐해는 주로 뉴스편집과정에서 나타난다. 뉴스편집과정은 ‘어느 한 사건의 필연적인 틀(framework)을 재구성하여 뉴스로 전환’하는 과정이며, 이를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라 한다. 포털은 제공받은 수많은 매체의 수많은 뉴스 중 필요한 것만을 선택한다. 따라서 ‘포털뉴스’의 뉴스행위는 2차 게이트키핑이다. 그리고 ‘포털뉴스’의 폐해는 뉴스의 유통기능을 담당하는 포털의 권한이 콘텐츠 공급자보다 권한을 압도함으로써 양자 간에는 불평등관계가 지속되어 콘텐츠개발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로부터 포털이 오보나 허위기사의 유통무대가 되고, 기사의 선정성 문제도 자주 지적되는 폐해이다.
게이트키핑은 속성상 정보왜곡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포털뉴스’의 2차 게이트 키핑행위는 더 많은 정보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미디어보다 더 위험하다. ‘포털뉴스’의 2차 게이트키핑 행위는 매우 심각한 정보왜곡을 초래하여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최근 ‘포털뉴스’에 의해 왜곡된 ‘미국산쇠고기’ 파동은 잘못된 게이트키핑의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포털은 ‘포털뉴스’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나타낸다. 특히 ‘미국산수입쇠고기’파동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들의 수사(修辭)적 편향성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지난 6월 한 달 동안 4대 포털(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코리아)의 수입쇠고기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 심각한 수사적 편견과 왜곡이 나타났다. 4대 포털은 전체기사의 43.2%가 미국산수입쇠고기 문제와 관련된 뉴스였다. 그리고 관련기사 2,188건 중에서 보수(친정부)성향의 기사는 34건, 진보(반정부)성향의 기사는 309건, 중립 및 사실보도 기사는 1,845건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4대 포털은 극단적 진보성향 내지 반정부적인 성향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포털뉴스’의 편향성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심각하다. 우선 ‘포털뉴스’는 미국산쇠고기=광우병이라는 정보왜곡의 산실이 되었으며, 편향성은 반미와 결합되면서 이념갈등의 온상이 되었다. 또한 네티즌의 의견이 국민다수의 의견으로 오도되고 왜곡됨으로써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을 묵살시켰다. 포털의 즉시성과 양방향성은 합리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게 했고, 정치를 실종시키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초래하게 했다.
우리사회에서 ‘포털뉴스’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리고 포털이 언론사로부터 제공받은 콘텐츠를 편집하여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포털의 영향력과 실질적 언론으로서의 기능에 따라 포털은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인터넷 언론’으로 문화관광부에 등록하려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기사가 30%를 넘어야 한다. 형식논리 상 언론사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아 뉴스를 서비스하는 포털은 언론이 아니다. 따라서 포털이 ‘21세기의 언론’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언론으로서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고 사회의 공기(公器)의 역할을 충실히 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포털뉴스가 제공하는 편향성으로 인한 부작용과 사회적 파급영향 등을 고려하여 언론의 편집기능을 없애고 언론의 전달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 글은 조영기 박사님께서 재단으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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