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이다.”라고 하던 시대가 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단기간내 비교적 많은 위헌 결정을 내려 악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고, 부당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권 행사가 상설화되어 있는 현실이 가장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나라의 최고법인 헌법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하는 듯하다. 그 결과 법치주의의 핵심인 헌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정당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여 국민들을 편하게 해주며 한국의 미래상을 담아 낼 수 있는 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깔고 있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올바른 수단과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지 않듯이 내용 못지않게 헌법개정의 시기와 절차도 중요하다. 헌법 개정 논의에 전념하기 위해서 다음 지방선거가 있기 전에 논의하여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개헌 논의를 졸속으로 해서는 아니되므로 헌법 개정의 합의가 무르익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국가전반을 점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절차적으로 아무리 좋은 내용의 개헌이라도 정치권 일각에서의 논의만을 기초로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에게 정보제공을 한 뒤 국민 의사를 반영하고 국민을 위한 헌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개헌 논의에는 주체적인 측면뿐 아니라 목표적 측면에서도 국민이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아무리 좋은 내용의 개헌이라도 자칫 국민 합의에 기초하지 아니하면 개헌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가능성이 높고,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헌법개정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논의되는 정부형태 개헌방향에서 대통령중임제 주장은 단임제가 재임 중의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임기가 짧아 소신껏 정책을 수행하기 어렵기에 바꾸자는 것이다. 반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우려되며, 국민의식이 성숙된 것 등의 이유를 든다.
하지만 과거 대통령의 독재에 의한 피해가 지적되는 한편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서 파벌정치의 피해로 인해서 의회의 다수당이 당연히 총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국민이 뽑아야 한다는 총리공선론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그 나라의 정치문화를 보지 않고 제도적 수입을 통한 개혁만으로는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없을 듯하다.
지식이나 경험면에서 정보화로 인해서 국민의 수준과 주인의식이 향상된 지금, 국민 발안이나 소환제도 등의 직접민주주의 도입의 확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포퓰리즘적 위험성에 기초해서 반대의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대표제 하에서도 부정확한 정보와 대화·토론 등의 절차가 흠결된 상태라면 다수결 결정의 원리상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직접민주주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한 영토 조항과 통일 관련 조항, 세계화 시대의 외국인과 소수자 인권 등 기본권보장, 경제의 자율성보장을 위한 경제관련 조항의 개정, 지방분권과 관련된 조항 등도 헌법 개정에서 반드시 검토하여야 할 사항이다. 이번 헌법개정 논의가 민주주의는 인생에 대한 주인의식에 기초해 자신의 삶을 살게 하려는 원리이고, 이러한 생활규범의 근본이 헌법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 이 글은 2008년 7월 16일자 서울신문[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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