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자는 통치철학이 있어야 한다. 올바른 가치와 이념이 있어야 통치철학이 정립된다. 국가지도자의 가치와 이념이 중요한 연유는 통치철학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지도자는 가치와 이념을 내세우고 이를 지향해야 한다. 이념과 가치지향 없이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개혁은 지도자 혼자 할 수 없다. 이념과 가치지향을 같이 하는 동지가 있어야 한다. 정직성과 진정성에 바탕 한 동지적 믿음과 헌신이 있어야 개혁을 진행할 수 있다. 개혁에 성공한 나라를 보면 대체적으로 이념을 중심으로 연대감을 높이고 지도자에 대한 믿음과 헌신적인 자세로 개혁을 이루어냈다. 이념과 동지애로 뭉친 이들이 앞서서 일관성 있게 개혁을 밀고 나간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희망은 분명한 방향과 목표가 설정되고 구체적 추진전략이 있을 때 현실화된다. 그래야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매진한다. 그러나 이런 비전은 단순히 방향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실천이 담보되어야 한다. 실천을 담보하지 못한 비전과 목표는 허황한 것이 되고 만다. 개혁에 성공한 국가의 지도자는 희망과 비전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고 그 징검다리의 파수꾼 역할을 했다. 성공한 지도자는 개혁추진과정에서 다양한 요구와 저항을 설득하고 조절하는 열정과 헌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도자가 국민을 위해 자신을 버릴 때 국민은 지도자와 함께 희망의 항해를 한다.
국가지도자는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각오가 없으면 이루어내기 힘들다. 그리고 이들에게 신바람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개혁을 이끌 사람이 없으면 이끌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인사라는 것은 오는 사람을 앉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을 찾아 업무를 맡기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개혁의 선도자로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발탁한 사람에게는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을 맡겨야 한다. 개혁의 일꾼은 능력과 함께 열정도 있다. 지도자는 등용된 인재가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지원하여 개혁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널리 인재를 구하여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도록 맡기는 것은 지도자의 또 다른 덕목이다.
국가지도자는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어려울수록 고통을 감내하고 미래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늘날이 바로 그렇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세계경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4분기 실적을 보면 EU와 일본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역시 불황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있다. 우리나라의 제일 큰 교역 상대국인 중국도 올림픽 이후 경기가 불투명하다. 대외의존도가 70% 수준인 우리나라 경제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위기설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위기는 위험도 있지만 기회도 있다. 위험을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이 리더십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과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인재이다. 그런데 이런 인재발굴에 인색한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교육받고 현장 경험을 가진 인재가 많은데도 인재가 없다고 한다.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구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념을 같이 하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의 요직에 자리를 차지하면 이들은 문제가 생길 경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눈치만 보려한다. 나라발전에 대한 열정 없이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사람은 권력을 향유하는데 관심이 있지 정권이 추구하는 개혁정책에는 관심이 적다. 문제가 생기면 앞서서 문제를 풀기보다 어느 쪽에서도 욕을 먹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인다. 자기들끼리 편을 만드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책임감을 갖고 반대자들을 만나고 설득하는데 주저한다. 기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람들만 모인다.
지도자는 말을 하기보다 많이 들어야 한다. 참모들의 간언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듣기 싫은 말도 참고 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 교감과 소통이 이루어지고 자율과 분권이 가능해진다.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권위주의적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결정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정책은 실행을 전제로 해야 한다. 먼저 얘기해놓고 실행이 따르지 못하면 신뢰를 잃는다. 신뢰뿐만 아니라 권위까지 잃는다. 토론과정이나 현장에서는 누구나 분위기 때문에 깊은 생각 없이 쉽게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감성이 지배하기 쉽다. 그래서 신중함이 요구된다. 특히 지도자의 감성적 표현은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개인적으로는 감상적이 된다 하더라도 공적인 입장에서는 항상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개혁에 성공한 국가들의 지도자를 보면 지도자의 리더십을 십분 발휘했다. 이들은 이익을 앞세운 이익집단과 국민의 이익을 선별하는 혜안을 갖고 있다. 목소리가 큰 집단보다 침묵하는 다수를 생각했다.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올바른 일은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 나갔다. 이런 노력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자유에의 열정, 뚜렷한 국가비전의 설정,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차질 없는 대응, 이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지도자는 시대정신을 읽고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한다. 리더십은 고정불변적인 것이 아니다. 리더십 또한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최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건설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바로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추구하는 공동체자유주의가 새로운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의 보수당 정부조차 노동당의 정책을 보수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정책을 새롭게 설정하고 집행하려 하고 있다. 양당이 공히 시민의 삶의 질을 우선하는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는 보수당과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노동당의 정책 간 차별을 찾기 어렵게 됐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서로 돕는 배려와 봉사가 새로운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모에의 공경과 형제간의 우애와 같은 가족의 사랑과 화목한 가정으로 초점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나눔과 배려 그리고 사회질서에 가치를 부여하는 교양인의 사회, 공동체의 삶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위험사회로의 진전과 일상생활에서의 안전에의 위험이 도처에 나타나면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먹거리 안전, 실업위험으로의 경제적 안전, 환경위험으로부터 안전, 사고로부터의 안전 등을 지향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분명 오늘날 선진사회는 좌와 우의 논쟁과 충돌이 아니라 사회의 질서를 존중하고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정치권은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애절하고 힘든지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들의 주장만 옳다고 정쟁만 하고 있다. 제18대 국회는 5월 30일 임기 개시 후 82일 만에 겨우 원(院)구성에 합의할 정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앞서서 극복하여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스스로 어기고 있다. 이 시대의 화두인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외면한 채 자기들만의 논쟁과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사회변화에 부응한 리더십이 새롭게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날의 정치지도자는 자기절제와 품격이 있어야 한다. 공익과 사익을 혼동하지 않고 사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기를 낮추고 국민을 섬기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권위를 부여받으며 존경받을 수 있다.
♤ 이 글은 이용환 총장님께서 재단으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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