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통상 이슈와 관련된 두 가지 소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는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이 독일, 중국, 캐나다 등 전 세계 11개 국가에서 최고 히트 상품으로 선정됐다는 KOTRA의 발표가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6년 이상을 끌어온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의 결렬 소식이다.
전자가 한국산 제품이 품질과 디자인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음이 증명된 희소식이라면, 후자는 그러한 성과를 전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늦춰지게 됐다는 아쉬운 소식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두 소식이 주는 느낌의 방향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찾는다면 우리 기업들이 이제 예전처럼 한두 개 주력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여건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태동한 글로벌 경제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됐다고 하겠다.
이러한 세계경제 변화의 큰 흐름 속에 놓여 있는 한국 경제가 최근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서 해외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배럴당 120달러를 상회하는 유가와 철강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은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가계의 소비심리지수와 고용지표의 하락은 고스란히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결국 현재의 경제 난국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내수 회복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더불어 해외 시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 성장 기여도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거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부터 우리 기업들은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 즉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한국 경제 중흥에 기여해 왔다. 60, 70년대의 `수출 입국`을 모토로 한 수출 확대, 석유파동 때의 중동 건설시장 진출,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추진된 현지화 전략 등 우리 기업들은 시대와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그 형태는 다르지만 끊임없이 글로벌 전략을 추구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경제의 단일시장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한국 기업들에는 기회요인 못지않게 위험 요인 역시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과거처럼 정부의 보호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여전히 우리를 앞서 있는 선진국 기업들은 물론 맹렬한 기세로 한국을 뒤쫓고 있는 신흥 개도국 기업들과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즉 현재 우리 기업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점점 치열해져 가는 세계 기업들과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 위기에 빠져드는 한국 경제를 구해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일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이라는 망망대해에서 `한국기업 호(號)`라는 선단을 지휘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기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이 시작된 초창기와 비교해 보면 지난 수년간 우리 기업들의 사기가 상당히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2~3년간은 경영인들이 글로벌 시장의 현장 최일선에서 경영활동에 매진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태가 빈번했다.
이래서는 의욕적인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그 결과는 자연스레 한국 경제의 위기 지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컨대 지금은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현명하게 이겨내기 위해 글로벌 경제시대에 부합하는 기업가 정신의 회복과 함께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하겠다.
♤ 이 글은 2008년 8월 3일자 매일경제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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