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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그때, 국가는 죽었었다
 
2008-08-14 17:40:30


시청과 광화문의 촛불시위에 경찰권이 접수되던 그때, 실명을 숨긴 ID(인터넷접속자명)들은 인터넷 통신 공간이라는 공공의 광장을 해방구로 만들면서 정보통신권을 무너뜨렸다. 공중파방송은 과장의 방송을 송출하여 언론의 공익성을 외면했다.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구호로 외쳐졌다. 복면의 괴한과 네티즌은 공공의 재산인 거리와 정보통신망을 할거하면서 기물 훼손, 유언비어, 공도(公道) 점거, 영업 방해 등으로 선량한 시민들을 위하하고 공권력을 유린했다.

법은 국가의 법이다. 개인의 법이 아니다. 공권력 역시 국가의 권력이다. 사인의 것이 아니다. 복면 시위대는 국가의 법도 공권력도 안중에 없었다. 프랑스 전제군주인 루이 14세가 국가, 그것은 내 것이라고 한 말과 똑같이 그들은 전제민중으로서 국가의 법과 공권력을 자기 것처럼 유린했다. 국가는 그가 위임받은 권력보다 우월하거나 경합적인 권력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의 최고성을 가져야 된다는 점에서 보면, 분명 우리의 ‘국가는 그때 죽었었다’.

공공의 안녕질서를 지키기 위한 경찰권과 폭력시위대의 불법을 똑같은 가치로 대비시키고, 관행처럼 과잉 진압과 인권 침해를 시비삼아 법과 불법을 혼동케 하는 이른바 인권 국가기관과 시민단체는 그런 소피스트적 말장난을 이제는 그쳐야 한다. 전경 2명이 시위대에 잡혀 옷을 벗긴 채 끌려다니며 “고개를 숙이자 밑에서부터 위로 돌로 쳤다”는 식의 폭행을 당하며 인민재판을 받은 뒤 경찰로 신병이 넘겨지는 이게 어떻게 집회이고 시위였나, 폭동이었다.

정부는 대국민 발표문에서 극렬 폭력행위자를 끝까지 추적, 검거하여 사법 조치할 것이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했다. 이미 지방법원에서는 과거 경찰 차량을 훼손하거나 재산 피해를 보인 시위대나 단체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 경찰관 488명 부상, 전경버스 172대 파손 등의 피해를 본 경찰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을 상대로 1차로 3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과 삼청동, 종로구청 인근 상인들도 이들 단체 등을 피고로 36억7500만원의 영업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했다.

한국姸┸П맙坪?촛불시위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 손실은 1조9000여억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경찰 비용 등 공공지출 비용이 585억원이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차로를 점거한 서울 도심 불법시위 한 차례에 776억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액수에 비한다면 배상청구 액수는 터무니없이 적다. 하지만 이번 소송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흉포(凶暴)들의 그런 떼법의 포퓰리즘으로 나라의 법이 유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면 그 의의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서울 광화문 상인들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와 상호까지 인터넷을 통해 전파돼 정체불명의 네티즌들과 괴한들로부터 전화와 현장 협박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형법상의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그리고 협박죄로 단죄해야 한다. 인터넷은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된 매체이므로 그 표현에 대해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지만,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은 오히려 그 쌍방향성의 진실성을 보장한다.

자기 재산 지키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국민을 협박해도 이를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는 국가를 맡을 자격이 없다. 법치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진 정부라면 불법시위대의 무과실 책임을 확대하고 그로 인해 야기된 다수 이해 관계자의 손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는 산다.

 
♤ 이 글은 2008년 8월 4일자 문화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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