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혼자 경제 살릴수 없어"
"이번 경기침체기, 성공적으로 극복한 기업 나와야"
[이데일리 편집부] 그녀의 하얀 발 색깔이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박세리선수의 발 이야기다. 1998년 IMF 외환위기의 절망 속에서 그녀가 우리에게 준 것은 미국여자프로골프 챔피언 트로피가 아니라 우리가 절망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얼마전 19세의 박인비선수가 다시 박세리선수가 우승했던 그 대회에서 또 우승했다. 불과 며칠 전에는 신지애 선수가 영국 오픈 골프 대회에서 우승했다.
박인비선수와 신지애 선수는 모두 1998년의 박세리선수를 보고 골프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던 소위 말하는 박세리 키즈다. 그리고 10년만에 그들은 세계제일의 여자골프선수가 됐다.
한국경제는 1998년에 외환위기의 어두운 그늘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10년만에 한국경제는 또다시 어두운 침체 국면의 초입에 서 있다. 서브프라임과 고유가 등 외부요인에서 시작된 작은 돌풍이 한국사회의 부실한 위기 대응시스템과 상호 결합해 미래에 한국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는 태풍의 눈으로 자라나고 있다.
기업들은 다가올 태풍을 준비하느라 몸을 바싹 엎드리고, 신뢰를 상당부분 잃어버린 정부는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핏기 없는 얼굴의 석고상 같은 신세로 추락했다. 이 사이 서민과 빈곤층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희생양을 찾지 못한 정치적, 경제적 불만의 칼끝은 보이는 모든 것에 분노를 발산한다. 왠지 이번의 경기침체는 음산하기까지하다.
경기가 어렵지만 모두가 정부를 바라본다.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없이 모든 비난과 기대를 정부를 향해 쏟아 놓는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정부가 시장을 죽일 수는 있었지만, 죽어가는 시장을 살리지는 못했다. 물론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해 죽어가는 시장에 잠시 숨통을 열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만약 정부 혼자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말해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경기침체를 항상, 영원히 막을 수 없다는 증거다.
경기침체기에는 생존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기업이나 가계나 가능하면 모든 경제활동을 축소한다. 기업은 투자를 뒤로 미루고 개인들은 소비를 최대한 줄인다. 모두들 미래에 펼쳐질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이다. 평균적으로 볼 때 개인차원이나 개별 기업차원에서 이러한 전략을 위기를 극복하는 적절한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있되 성공하기는 어렵다. 특히 개별 기업들의 목적이 단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새로운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나의 회사만 어려운 것이 아니고 많은 다른 회사들도 어렵다. 우리나라 기업들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울 때를 극복하는 방법에서 장기적인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1998년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이 시기에 세계적으로 우뚝 선 우리 기업들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의 경우 연결기준으로 1997년의 매출액은 22조7000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6100억원 적자였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년차인 2000년에는 매출액이 43조5000억원으로 증가하고, 당기순이익이 6조원으로 증가했다. 불과 3년만에 매출액은 1.9배가 됐고 당기순이익은 적자에서 무려 6조원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이익률 13.8%를 달성했다. 물론 반도체경기의 호전과 환율상승의 덕을 봤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이러한 여건에서 그와 같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시기에 이룩해 놓은 삼성전자의 업적이야 말로 위기를 딛고 넘어 선 우뚝 선 기업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우울해 있을 때 박세리선수는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겨누고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박세리의 하얀 발을 만드는 그녀만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모두가 침울해 있을 때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렇게 되기 위해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 경기침체기가 지나가면 누가 또 박세리와 삼성전자가 될지 궁금해진다.
♤ 이 글은 2008년 8월 13일자 이데일리경제 [기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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