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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하는 이유
 
2008-08-14 17:15:08

 

제18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북한 인권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지난 4일 황우여 의원이 동료의원 22명과 함께 ‘북한인권법안’을 공동발의한 데 이어 21일에는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이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및 무소속 의원 등을 포함한 25명의 서명을 받아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에 제출된 북한인권법안들은 제17대 국회 때 발의됐던 내용들을 관련 단체들의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여 수정, 보완된 것이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정부의 역할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조직과 기구를 설치하도록 했으며, 각 사업을 시행하는 데 소요될 예산을 대폭 상향 조정해 현실성을 높였다. 통일부 산하에 북한 인권 증진과 국군포로, 납북자 및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합동 위원회를 설치하고 외교통상부 산하에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여 관련 업무를 담당케 했으며,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조사할 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 보존하는 기록보존소를 산하에 설치토록 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는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유엔인권위원회는 매년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상정하여 북한 당국에 대해 비인도적 행태를 중지하고 인권 침해적 법규 개정을 촉구해왔다. 2000년 이후 유럽연합 국가들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북한의 인권 개선을 명시했고, 프랑스는 아직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이견으로 관계 정상화를 미루고 있다.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 시행해온 미국은 올해 또다시 4년 기한으로 보다 강화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일본 역시 200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납치 일본인 문제 등 관련 현안 해결에 준용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 인권 문제는 주권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인 동시에 인접국가 및 국제사회의 보편적 관심 사항이자 관여 의제가 됐다.

북한 인권 문제를 법제화하여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같은 동포로서 깊은 애정뿐만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 구현의 숭고한 뜻이 있기 때문이다. 반인륜적 인권 침해가 만연한 데 대한 통탄과 공분이 함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전장에 나갔다 아직도 귀환하지 못한 국군포로, 6·25전쟁 기간과 전후에 납북된 무고한 시민들, 분단 세월 동안 헤어진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이산가족들, 중국 땅 어디선가 하루하루 피 말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탈북자들, 식량난·의료난 등 최빈·최악의 상태에서도 일상화한 폭력과 통제 그리고 억압 속에 숨죽여 사는 대다수 북한 주민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지 못한 우리 현실이 너무도 기묘할 뿐이다. 훤히 밝은 해변에서 50대 여성 관광객이 통제구역에 들어갔다고 무참히, 거리낌없이 조준 사살할 수 있는 체제는 결코 스스로 변화할 수 없다.

이번 제18대 국회에서는 국민의 여망에 따라 북한인권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22일 정부는 북한 인권 전문가인 제성호 교수를 북한인권대사에 임명했고, 민간 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는 기록보존소 설치를 위한 기초자료들을 새롭게 발표했다. 그러나 거대 여당의 법안 발의에 고작 의원 20명 동참이라니 벌써부터 그 진정성과 추진력에 의구심이 든다. 보수 집권 정당으로서 분발이 요구된다.

제17대 때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을 뿐이라고 한 어느 의원의 고백이 떠오르기도 한다. 집권 여당의 울타리 속에서 지역구만 챙기거나 인기 영합적 행태만 일삼는 의원은 제18대에는 반드시 기록 보존될 것이다. 내친 김에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될 수 있도록 여당으로서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핑계로 북한인권법 제정에 소홀하거나 소극적이어서는 그 누구도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7월 24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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