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1 14:43:50
공기업개혁 국회서 풀어라
이인실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회싱크탱크 원장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연일 이어진 촛불시위에 무더위까지 겹친 데다 치솟는 유가, 폭락하는 주가, 춤추는 환율로 국민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그나마 국회가 10일 개원을 했으니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본다고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가 그 나이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는 핀잔만 들었다. 급변하는 대외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국쇄신용으로 나온 경제내각의 개각도 차관 경질 수준에 그친 상황에서 국민이 어디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대의민주주의 국가임을 자처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41일이나 개원이 늦어진 ‘지각 국회’에 대한 국민 한 사람으로서의 바람이 클 수밖에 없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위를 구성해 민생대책과 공기업 민영화 등 국정 현안을 다룬다고 하니 18대 국회 들어 처음 열리는 국회에 기대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소고기 파동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대선과 총선의 압승을 거둔 기저에는 경제를 살린다며 야심 차게 추진하겠다는 개혁 과제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있다. 대통령의 지지도 급락하면서 가스·전기·수도·건강보험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공기업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일정이 지연되고 ‘공기업 선진화’라는 새 이름표를 달았지만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과거 여러 정권이 공기업 개혁을 외쳤지만 1968년 이후 실시된 여섯 차례의 공기업 개혁은 김대중 정부 때의 부분적 성과를 제외하고는 매번 실패를 거듭했다. 오히려 사회안전망 구축을 빌미로 공공부문은 확대됐고, 퇴직 관료와 공기업 임직원들의 안전망만 강화됐다는 비아냥만 남았다. 기획재정부가 감사원에 제출한 ‘2007년도 경영실적평가 결과’만 봐도 과도한 인력 증가, 무리한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자회사 신설 등 공공기관들의 방만 경영은 도를 넘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101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인력은 1만2000여명(8.4%)이나 늘었으며 부채도 41조원(38%)이 급증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동안 반복된 어설픈 개혁이 내성만 키웠다는 점이다. 공기업 노조들은 공기업 개혁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전파하며 강력 저항하고 있다. 신문에 통합반대 광고를 싣고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전사적으로 저항운동을 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은 지난 5일 공동투쟁본부를 출범시키고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은 멈춰서는 안 되며 그 방향도 분명하다. 공익성과 수익성의 양면을 충족시켜야 하는 공기업의 속성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 경제에서 공기업, 공단, 산하 기관 등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이른다. 더욱이 공기업 주요 사업의 대부분이 에너지, 통신, 사회기반시설 등과 같이 민간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사업이다. 공기업 부문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국가경쟁력 향상도 어렵다. 이번에 국회가 특위까지 구성해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풀려 한다면 노조와 이해집단의 반발을 국회 내 공청회나 토론회,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정면 돌파해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국회는 늘 정쟁의 소리만 요란했지 국민 편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비난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낮다고 해서 고비용 국회를 언제까지 무용한 집단으로 놓아둘 건가. 적어도 촛불집회 이후의 18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실망에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국회가 촛불시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비록 소고기 파동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대선과 총선의 압승을 거둔 기저에는 경제를 살린다며 야심 차게 추진하겠다는 개혁 과제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있다. 대통령의 지지도 급락하면서 가스·전기·수도·건강보험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공기업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일정이 지연되고 ‘공기업 선진화’라는 새 이름표를 달았지만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과거 여러 정권이 공기업 개혁을 외쳤지만 1968년 이후 실시된 여섯 차례의 공기업 개혁은 김대중 정부 때의 부분적 성과를 제외하고는 매번 실패를 거듭했다. 오히려 사회안전망 구축을 빌미로 공공부문은 확대됐고, 퇴직 관료와 공기업 임직원들의 안전망만 강화됐다는 비아냥만 남았다. 기획재정부가 감사원에 제출한 ‘2007년도 경영실적평가 결과’만 봐도 과도한 인력 증가, 무리한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자회사 신설 등 공공기관들의 방만 경영은 도를 넘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101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인력은 1만2000여명(8.4%)이나 늘었으며 부채도 41조원(38%)이 급증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동안 반복된 어설픈 개혁이 내성만 키웠다는 점이다. 공기업 노조들은 공기업 개혁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전파하며 강력 저항하고 있다. 신문에 통합반대 광고를 싣고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전사적으로 저항운동을 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은 지난 5일 공동투쟁본부를 출범시키고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은 멈춰서는 안 되며 그 방향도 분명하다. 공익성과 수익성의 양면을 충족시켜야 하는 공기업의 속성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 경제에서 공기업, 공단, 산하 기관 등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이른다. 더욱이 공기업 주요 사업의 대부분이 에너지, 통신, 사회기반시설 등과 같이 민간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사업이다. 공기업 부문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국가경쟁력 향상도 어렵다. 이번에 국회가 특위까지 구성해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풀려 한다면 노조와 이해집단의 반발을 국회 내 공청회나 토론회,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정면 돌파해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국회는 늘 정쟁의 소리만 요란했지 국민 편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비난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낮다고 해서 고비용 국회를 언제까지 무용한 집단으로 놓아둘 건가. 적어도 촛불집회 이후의 18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실망에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국회가 촛불시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 이 글은 2008년 7월 11일자 세계일보 [경제비평]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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