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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그래도 기업이 희망이다
 
2008-07-09 14:53:21

그래도 기업이 희망이다 

 정재영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경제 전망이 어둡다. 정부 스스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제3차 오일쇼크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폭등에 따른 환경 악화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운용 계획조차 엉망이 됐다. 출범 겨우 4개월 만의 일이다.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3.9%를 예상하여 3%대로 떨어졌다. 7%의 대선 공약은 이제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무역도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의 증가세가 꺾이고 있고, 경상수지도 적자이며, 적자 폭도 당초 예상의 3배 이상인 90억달러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대선 당시 발표한 연간 60만개의 일자리 창출은, 올해 35만개의 일자리 예상도, 20만개에도 못 미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가 서민생활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지난 상반기 4.3%에서 하반기에는 5.2%로 악화할 것이라 하나 서민 생활의 필수품들은 벌써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절약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기에 소비는 줄고, 기업의 재고는 쌓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노조에서는 파업까지 하고 있다.

경기선행지표인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의 앞이 보이지 않으면 기업의 설비투자도 좋을 리 없다. 우리 경제는 전체적으로 성장·국제수지·설비투자·생산·소비·고용·인플레이션 어느것 하나 좋은 것이 없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인플레이션 속에서 저성장이 지속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쇠고기 문제, 인사 파동, 고환율 등의 계속된 정책 실패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려 정책의 주도권을 잡고 경제를 이끌어가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인 상황이다. 너무나 안타깝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의 톰 번 부사장은 최근 “촛불집회는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해가 될 것이며, 한국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처방은 나와 있다. 고유가를 비롯한 인플레이션 대책이 가장 시급하며,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감세정책 등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한 것이 많다. 정부 스스로도 “이 난국을 정부 홀로 극복하기는 어렵고, 국회·기업·근로자 모두가 위기 극복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기 어렵게 됐고, 국회는 파업중이며, 서민들은 쓰려야 쓸 돈이 없다. 나머지 희망은 기업이다.

우리 기업들은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갖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우선 기업인들의 기살리기 운동이라도 벌여 사실상 ‘자본가 파업’ 상태를 종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의 파업도 우려되나 자본가의 파업도 두렵다. 중소기업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국가의 산업정책을 대행해온 대기업의 활동에 먼저 기대를 해볼 만하다.

글로벌 경쟁(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것은 기업인이다. 기업인은 영역(업종)을 정하고, 무기를 선별하며(상품), 적군(경쟁사)보다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인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의지·용기·명성에 대한 강력한 뜻을 가질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 할 것이다.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은 새로운 입법이나 국회의 동의도 필요 없이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들이 이 땅에 투자하고 이 땅의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자. 투자를 해주어야만 고용이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하며 경제가 살아난다. 기업인들이 신바람이 나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투자를 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때, 미국 사회 일각에서 ‘기업의 역사는 범죄의 역사’라며 기업을 많이 비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법적 제재를 많이 받았던 카네기, 포드, 석유 메이저들이 이제 거의 예외없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인들도 작금의 어려운 처지를 비관만 할 게 아니라 조금은 먼 시야에서 미래를 봐주었으면 한다.

경제 회복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제도와 정책, 그리고 기업의 노력이 서로 조화롭게 어울릴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인의 기(氣)살리기 운동부터 적극적으로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기업이 희망이다.
 
 
♤ 이 글은 2008년 7월 9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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