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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촛불’이 서민을 불태우고 있다
 
2008-07-07 17:25:21

‘촛불’이 서민을 불태우고 있다

 조영기(한반도선진화재단 교육네트워크 실장, 경제학 박사) 
 
 
5월2일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2개월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졸속 협상의 역풍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개편한 데 이어 개각까지 앞두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재협상과 맞먹는 추가협상을 통해 국민의 불안감을 대부분 해소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반대시위를 이끄는 ‘광우병대책회의’ 측은 오직 재협상만을 고집하면서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정부가 불법·폭력시위에 엄격한 법 적용을 천명하자 꺼져가던 촛불의 불씨를 살리려고 성직자들이 평화와 비폭력을 명분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촛불이 쉽게 꺼질 것 같지 않아 매우 걱정스럽다. 그러나 60% 이상의 국민은 이제 ‘촛불’을 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법·폭력시위가 2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일 밤 무법천지가 된 서울의 심장부가 기능 마비 현상을 보이는 것은 이제 일상화하다시피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다시 각자의 생활전선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무법천지에서 생계를 꾸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단지 시위 현장 인근에서 삶을 꾸렸다는 이유만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들은 6월30일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통해 시위에 멍든 울부짖음을 토해냈다. 그 절규는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으니 이제는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선진국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근원적으로는 일자리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많은 자영업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소형 식당, 세탁소, 마트, 미용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면서 서민경제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생태적으로 자영업은 경제활동과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대적으로 사회 불안과 같은 경제 외적인 외부 충격에도 허약한 편이다. 불법·폭력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위 인근 업소들의 매출은 50% 정도 줄었고, ‘개점 휴업’ 상태에 있는 업소도 있다니 불법·폭력시위가 한몫한 것만은 틀림없다.

시위 현장 인근의 자영업자들은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숨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외 경제 환경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서 불법·폭력시위의 장기화로 인해 실제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광우병대책회의’ 측이 요구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시위할 수 있는 권리가 소중한 것처럼 자영업자의 영업권과 생존권도 존중돼야 한다. 그래도 불법·폭력시위를 더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서민경제를 포기하자는 것과 진배없다. 대책회의 측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경제적 약자들의 피해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시판되자 소시민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침묵하던 다수는 촛불시위 현장의 거짓 선전에 현혹되지 않고 행동했다. 지난 2개월 동안을 반추해보면 진실은 위축되고 거짓이 활개친 허망한 기간임이 틀림없다. 또한 대책회의 측이 금과옥조로 내세운 국민건강권 수호의 명분도 달성됐다. 한편 대책회의 측이 촛불을 계속 지피려는 것은 건강권 보호를 빌미로 다른 불순한 의도를 완수하려는 저의로도 보인다. 따라서 대책회의는 이제 촛불을 끄고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광우병에 걸린 확률은 40억분의 1임에도 불구하고 괴담의 늪에 빠진 것은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과학적 이성적 판단에 근거하지 않고, 선동과 미혹의 감정적 판단에 근거하여 괴담에 더 솔깃했다. 이제 미망(迷妄)을 깨는 죽비로 스스로를 깨쳐야 할 때다.
 
 
♤ 이 글은 2008년 7월 7일자 문화일보 [기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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