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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경제살리기= 법치·탈규제·감세 실현
 
2008-07-07 09:40:38

경제살리기= 법치·탈규제·감세 실현

 

 이승훈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경제살리기’를 목표로 내걸고 출범한 ‘747’은 제대로 이륙도 못해본 채 좌초했다. 신화적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무색하게 나라경제의 상황은 어디를 보나 사면초가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원유가와 함께 치솟는 곡물가격 및 원자재 값은 분명 악재다. 여건이 이처럼 어려운데 경제가 좋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은 분명히 구분된다. 가야 할 길은 시장 신호가 가리키는 길이다.

시장은 모자라는 물건의 값은 올려서 사람들이 덜 쓰게 만들고 남는 물건의 값은 내려서 더 쓰게 유도한다. 그러나 유가 등 수입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데도 국내 물가가 오르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관리해 버리면 원유와 원자재의 소비는 결코 줄지 않는다. 이처럼 시장 신호를 거스르는 정부 정책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갈수록 비싸지는 석유와 원자재를 사람들이 절제 없이 종전과 같이 소비해댄다면 나라경제가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 우선 같은 규모의 경제 생활인데도 국제수지가 급속히 악화해 버린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쉰 몇 가지 품목을 정해 그 가격을 관리하겠다는 반시장적 발상부터 잘못됐다. 물가 상승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정부라면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해고를 금지할 수도 있다. 국제수지를 개선하려면 수입을 제한하면 되고 근로자 소득을 높이려면 임금을 올려주면 된다. 그러나 이런 일을 반복하다보면 요즘 유행하는 CM송처럼 ‘어느것도 제대로 안되면 나라 경제가 망하면 되고’로 끝난다.

시장경제 활성화의 원리는 여건이 좋고 나쁨과는 무관하게 만고불변이다. 항상 시장 신호를 존중해야 나라살림이 잘 풀린다. 지금 같은 비상 여건에도 다르지 않다. 시장 신호를 왜곡하는 요인들을 발굴, 제거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먼저 규제를 풀고 법인세를 낮추고 법치를 강화할 일이다. 시장경제를 이끄는 기본 동력은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이기적 인간이 남의 것을 빼앗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확고한 법치다. 법치가 확립된 시장에서 이기심이 이익을 창출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해주고 대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치는 시장 경쟁을 사람들로 하여금 남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더 잘해주는 경쟁으로 유도한다.

현실의 법치는 불완전하여 강자가 약자의 몫을 침탈하는 경우가 잦은데 그때마다 정부는 규제를 만들어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 이 경우 규제는 남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더 잘 해주려는 기업의 행동을 가로막는 결과로 된다. 규제를 철폐한다면 기업은 그 활동을 확장하기 위해 투자를 늘린다. 실제로 모든 규제는 재산권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법치로 대체할 수 있다. 법인세 감면은 기업의 영업 활동에 대한 재산권을 확대하는 조치다. 같은 활동에서 더 큰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기업은 영업 활동과 투자를 확대한다. 지금처럼 경제 여건이 어려울수록 법인세 감면으로 기업 활동의 유인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

규제 완화와 법인세 감면이 친재벌 대기업정책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과장된 것이다. 대기업 이윤의 95%는 군소 주주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규제 완화와 법인세 감면은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는 데 가장 필요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법치를 확립하고 규제를 정비하며 법인세를 감면한다면 현재와 같은 악조건에서도 경제는 살아난다.

지금 ‘촛불 앞의 법치’는 ‘바람 앞의 촛불’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다. 정부가 심기일전하여 법치를 확립하고 규제 완화와 법인세 감면 등 시장원리에 의한 경제살리기 정책을 착실히 시행해야 국민도 믿고 따른다.
 
 
♤ 이 글은 2008년 7월 4일자 문화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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