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30 10:54:14
헌정질서 흔드는 ‘떼거리 민주주의’
임종훈 (한반도선진화재단 법치/의회개혁 팀장 / 홍익대학교 법학과 교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개방을 위한 한·미 간의 협상으로 촉발된 서울 도심의 촛불시위가 오늘도 계속될 예정이다.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집회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벌써 두 달에 가깝다.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은 일관되게 전면적 재협상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 한 집회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구호도 대운하 사업 중단 등 국정 과제 전반과 정권 퇴진 요구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의 시위 참가자들은 시위 진압용 차량에 불을 지르려고 하거나 망치로 차량의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시위 양상 또한 과격화·불법화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법치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다중의 힘에 눌려 원칙이 실종된 것이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일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는 정부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하여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다수 국민이 참가한 촛불시위는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한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참여 민주주의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재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대표성 없는 다중의 독선이요 횡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참의미를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국민 대표기관(대통령과 국회)이 국가의 중요 의사를 결정하는 대의 민주주의를 우리의 민주주의 형태로 채택하고 있다. 오늘날 주권자인 국민은 각종 채널을 통해 국가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국민 대표기관의 잘못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궁극적인 국가 의사의 결정은 여전히 국민 대표들이 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국민 대표들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참여 민주주의의 한계가 있다. 일부 국민이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여 끝까지 반대시위를 하며 정권 퇴진 요구까지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발전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위협이다. 대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대통령제 정부 형태는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임기중 정국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인데, 대통령의 정책이 불만족스럽다고 일부 국민이 대통령을 임기중, 그것도 임기 초에 퇴진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우리 헌정체제의 골간을 흔드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승만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도 재임중에 정치를 잘한다는 평가를 들은 대통령이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그 위험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촛불시위는 우리나라에서 참여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촛불민주주의’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이 있을 때마다 촛불시위가 정권 퇴진 운동 수단으로 남용된다면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떼거리 민주주의’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혹시라도 어느 정권이 촛불을 든 국민의 요구로 정권을 잃게 된다면 다음에 출범하는 정권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정권 퇴진 운동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파와 이념을 떠나서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참의미를 성찰해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제 대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복원하여 나라를 정상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구호도 대운하 사업 중단 등 국정 과제 전반과 정권 퇴진 요구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의 시위 참가자들은 시위 진압용 차량에 불을 지르려고 하거나 망치로 차량의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시위 양상 또한 과격화·불법화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법치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다중의 힘에 눌려 원칙이 실종된 것이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일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는 정부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하여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다수 국민이 참가한 촛불시위는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한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참여 민주주의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재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대표성 없는 다중의 독선이요 횡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참의미를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국민 대표기관(대통령과 국회)이 국가의 중요 의사를 결정하는 대의 민주주의를 우리의 민주주의 형태로 채택하고 있다. 오늘날 주권자인 국민은 각종 채널을 통해 국가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국민 대표기관의 잘못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궁극적인 국가 의사의 결정은 여전히 국민 대표들이 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국민 대표들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참여 민주주의의 한계가 있다. 일부 국민이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여 끝까지 반대시위를 하며 정권 퇴진 요구까지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발전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위협이다. 대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대통령제 정부 형태는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임기중 정국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인데, 대통령의 정책이 불만족스럽다고 일부 국민이 대통령을 임기중, 그것도 임기 초에 퇴진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우리 헌정체제의 골간을 흔드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승만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도 재임중에 정치를 잘한다는 평가를 들은 대통령이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그 위험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촛불시위는 우리나라에서 참여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촛불민주주의’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이 있을 때마다 촛불시위가 정권 퇴진 운동 수단으로 남용된다면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떼거리 민주주의’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혹시라도 어느 정권이 촛불을 든 국민의 요구로 정권을 잃게 된다면 다음에 출범하는 정권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정권 퇴진 운동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파와 이념을 떠나서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참의미를 성찰해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제 대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복원하여 나라를 정상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
♤ 이 글은 2008년 6월 26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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