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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법치주의 회복하자
 
2008-06-30 09:31:43
 법치주의 회복하자

강경근 (한반도선진화재단 감사 /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소고기 촛불집회·시위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1987년 헌정 이래 20년 이상의 기간 각인돼 온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니 법치주의의 실종이니 하는 말 역시 익숙한 개념들이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생업에 종사하고 법을 지키면서 생활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상당수가 이번 촛불시위에 긍정적이지 아니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PD수첩’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일방적 보도를 한 것, 포털 사이트 토론방에 “경찰에 집단 폭행당했다”는 글이 올랐지만 폐쇄회로 TV를 확인한 결과 거짓임이 드러난 것, 전경들에게 가하는 시위대의 인격 모독적 행태들은 법치가 무너진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폭력시위를 나무란 한 연예인이 네티즌들에게 집단매도당하는 현실은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반법치적 세태를 반영한다.

이제는 무력해진 법 질서와 공권력을 회복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시위대 해산을 위해 발동된 공권력은 정당한 법 집행이지 강경 진압이 아니라는 인식을 함께해야 한다.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한 시위는 진압돼야 한다는 인식의 공유야말로 법치주의 회복의 첫 단추가 된다. 정당성을 상실한 시위는 법치주의를 훼손함은 물론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며 헌정질서의 정지까지 넘볼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문제는 폭도로 변한 자들을 공무집행 방해, 일반교통 방해 및 업무방해 내지 주거침입, 퇴거 불응, 특수손괴 등의 범죄 행위로서 처벌할 수는 있겠지만 촛불집회·시위 자체를 형법 제5장의 ‘공안을 해하는 죄’로 벌함으로써 집회 자체를 못 열게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소요(騷擾)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죄이지만, 이는 일부의 폭도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다중 불해산죄로 촛불시위 자체를 벌하려는 것 역시 형식 논리에 가깝다.

이렇게 촛불시위 자체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조건을 준수하는 한 이를 금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집회·시위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에 근거를 둔 데다 집시법 자체가 시위를 위력 또는 기세로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을 제압하려는 행위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집시법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대해선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금지하고, 해산을 명할 수 있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은 무기, 경찰봉·방패 등의 경찰 장구, 최루제 및 그 발사장치 등 경찰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불법집회·시위에 대해서는 현장책임자의 판단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분사기와 최루 등의 작용제 또는 최루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소신있게 집행할 수 있는 여건을 경찰에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는 한 주먹에 법과 공권력이 무너지는 모습을 피하기는 어렵다.

드디어 KBS와 MBC TV가 6주년이 된 제2연평해전 기념식을 어제 중계했다. 애국가 4절의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로 시작해서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이라는 조국찬가까지 부르는 국무총리와 유족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정부의 할 일은 불법 시위에 대해 시위대가 아닌 국민의 편에 서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경찰의 촛불시위 진압 방식 등에 대한 항의 표시로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 전원이 사임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다. 법 질서를 훼손하는 세력에 공감을 표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교훈으로 기억하고 싶다.
 
 
♤ 이 글은 2008년 6월 29일 세계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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