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6 09:34:54
인터넷시대의 과학적 담론
이각범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 IT전략연구원 원장 )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5의 아해도 ........................
....
제 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천재시인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烏瞰圖)'는 이렇게 시작한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광우병 공포에 떨고 있는데, 70여 년 전의 아해들은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을까. 오감도에서 이상이 말하고자 한 것은 정작 무서움의 실체를 알지 못하므로 한 아이의 무서움이 다른 아이의 무서움을 낳고, 저 무서움이 이 무서움을 증폭시킴으로써 무서움이 확산되는 사회적 과정일 것이다. 그 때에도 우리의 선조 아해들은 이렇게 근거 없는 무서움의 확산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인터넷의 확산은 괴담의 생산과 무서움의 확산에 커다란 증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서울의 거리와 인터넷 공간을 달구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정부의 허술한 협상으로부터 시작하여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확산되었다. 물론 `미지의 공포' 이전에 이명박 정부의 폐쇄적 인사운용구조와 의사소통회로가 확실한 불신의 시작이 되었다. 이 불신은 광우병 위험부위 쇠고기의 수입으로 인해 생길 "뇌 송송"의 확률이 거의 0%에 수렴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대중적 설득을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 불신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에 걸릴 위험확률이 현재 우리나라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수입 농수산물의 수은, 카드늄, 납 등 중금속 위험물질이나 수입농수산 가공식품의 기생충, 박테리아 등 감염 위험도에 비하여 훨씬 낮다는 사실조차 설명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기에는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지위획득을 계기로 여러 나라와 본격적인 쇠고기 수출협상을 시작한 미국이 그 첫 협상 대상국인 한국을 상대로 제시한 조건들을 너무나 손쉽게 받아주었다. 광우병 위험도 무섭지만, 검역주권을 포기한듯한 협상 결과에 국민적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5의 아해도 ........................
....
제 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천재시인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烏瞰圖)'는 이렇게 시작한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광우병 공포에 떨고 있는데, 70여 년 전의 아해들은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을까. 오감도에서 이상이 말하고자 한 것은 정작 무서움의 실체를 알지 못하므로 한 아이의 무서움이 다른 아이의 무서움을 낳고, 저 무서움이 이 무서움을 증폭시킴으로써 무서움이 확산되는 사회적 과정일 것이다. 그 때에도 우리의 선조 아해들은 이렇게 근거 없는 무서움의 확산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인터넷의 확산은 괴담의 생산과 무서움의 확산에 커다란 증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서울의 거리와 인터넷 공간을 달구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정부의 허술한 협상으로부터 시작하여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확산되었다. 물론 `미지의 공포' 이전에 이명박 정부의 폐쇄적 인사운용구조와 의사소통회로가 확실한 불신의 시작이 되었다. 이 불신은 광우병 위험부위 쇠고기의 수입으로 인해 생길 "뇌 송송"의 확률이 거의 0%에 수렴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대중적 설득을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 불신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에 걸릴 위험확률이 현재 우리나라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수입 농수산물의 수은, 카드늄, 납 등 중금속 위험물질이나 수입농수산 가공식품의 기생충, 박테리아 등 감염 위험도에 비하여 훨씬 낮다는 사실조차 설명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기에는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지위획득을 계기로 여러 나라와 본격적인 쇠고기 수출협상을 시작한 미국이 그 첫 협상 대상국인 한국을 상대로 제시한 조건들을 너무나 손쉽게 받아주었다. 광우병 위험도 무섭지만, 검역주권을 포기한듯한 협상 결과에 국민적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그동안 국정운용을 잘못해온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 마당이다. 그리고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이 직접 나서서 추가협상을 함으로써 우려되는 부분들에 대한 보완작업을 상당 부분 해내었다. 국익을 생각한다면 `재협상'이라는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막연한 두려움에 불을 지르는 인터넷 공간에 과학적 담론이 흐르게 하여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최근 웹2.0 시대의 선두격인 위키피디어의 역기능에 대하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교육당국의 각성과 비판이 대단하다. 대중적인 지혜와 지식이 기존의 백과사전을 압도하여 중산층 가정의 서가를 장식하던 인사이클로피디아 브리태니카가 사라지게 한 역할은 기록할만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픽션이 사극의 주요 모티브가 되어 많은 이들이 역사적 사실로 혼동하듯, 위키피디아의 검증되지 않은 지식을 청소년들이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인류의 지식체계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이 투표로 대통령을 뽑지만 과학적 진실과 역사적 사실은 대중의 동의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의 열띤 참여가 촛불을 켜지 않았다면 쇠고기 추가협상은 없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기성세대들은 이들 어린 세대로부터 미래의 희망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돌려줄 것은 냉철한 이성과 과학적 인식이다.
최근 웹2.0 시대의 선두격인 위키피디어의 역기능에 대하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교육당국의 각성과 비판이 대단하다. 대중적인 지혜와 지식이 기존의 백과사전을 압도하여 중산층 가정의 서가를 장식하던 인사이클로피디아 브리태니카가 사라지게 한 역할은 기록할만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픽션이 사극의 주요 모티브가 되어 많은 이들이 역사적 사실로 혼동하듯, 위키피디아의 검증되지 않은 지식을 청소년들이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인류의 지식체계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이 투표로 대통령을 뽑지만 과학적 진실과 역사적 사실은 대중의 동의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의 열띤 참여가 촛불을 켜지 않았다면 쇠고기 추가협상은 없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기성세대들은 이들 어린 세대로부터 미래의 희망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돌려줄 것은 냉철한 이성과 과학적 인식이다.
♤ 이 글은 2008년 6월 25일 디지털 타임스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번호 |
제목 |
날짜 |
---|---|---|
405 | [김형준] 한나라당 새 대표의 실천적 과제 | 08-07-02 |
404 | [임종훈] 헌정질서 흔드는 ‘떼거리 민주주의’ | 08-06-30 |
403 | [권영준] 뉴 삼성 플랜에 대한 기대와 우려 | 08-06-30 |
402 | [강경근] 법치주의 회복하자 | 08-06-30 |
401 | [이각범] 인터넷시대의 과학적 담론 | 08-06-26 |
400 | [이 영] 高유가, 脫규제로 경제유연성 높여야 | 08-06-25 |
399 | [박영범] 공기업 개혁 지금이 適期 | 08-06-25 |
398 | [강연원고]한반도의 선진화와 불교의 선진화- 불교선진화 어떻게 할 것인가 [2] | 08-06-19 |
397 | [김영봉] 일어난 좌파, 엎드린 우파 | 08-06-19 |
396 | [유재원] "지방정부의 선진화 전략: 기업주의로의 전향" | 08-06-19 |
395 | [박영범] 조합원도 반대한 민주노총 정치파업 | 08-06-19 |
394 | [김경환] 부동산 정책의 역설 | 08-06-19 |
393 | [김형준] 국정 운영 소프트웨어 바꿔라 | 08-06-19 |
392 | [현진권] 공기업 개혁 늦춰선 안되는 이유 | 08-06-19 |
391 | [전상인] 대통령, 길 위에서 길을 잃다 | 08-06-18 |
390 | [이인호] 위기의 깊이 | 08-06-17 |
389 | [강석훈] 경기 하락기의 희망 찾기 | 08-06-17 |
388 | [이인실]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라 | 08-06-17 |
387 | [강경근] 쇠고기 집회, 이젠 국회 설 자리 내주라 | 08-06-17 |
386 | [선한승] 화물연대파업의 바람직한 해법 | 08-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