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9 10:52:03
조합원도 반대한 민주노총 정치파업
박영범(한반도선진화재단 노동경제팀장,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은 쇠고기 문제 등 정치적 이슈가 개입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정치파업’ 거부 쪽을 택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가 7월2일 총파업을 강행한다고 밝힌 데 이어, 현대자동차 노조도 파업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혀 일반 노조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노총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므로 파업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음)를 발판으로 일련의 정치적 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민주노총은 이른바 ‘야구식 파업’ 방식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민심 이반을 기회로 하여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등 이명박 정부 주요 국정과제의 전편 폐기를 요구하는 총투쟁을 연말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촛불시위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서 지난 13일 시작돼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와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물류 차질이 본격화하면서 전국의 산업 현장이 마비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하루 피해발생액을 1300여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의 아파트 건설 현장도 자재 반입 중단으로 이미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지금 고유가,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직면해 있다. 수입물가가 지난달 50% 가까이 올랐으며 소비자물자, 특히 생활필수품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각계 각층의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위기 국면을 돌파할 묘안 모색에 온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나 민주노총의 파업은 사실 제 발등찍기다. 우리 경제의 여러 가지 악재가 대부분 외부요인으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유가로 인한 피해는 화물연대 조합원뿐만 아니라 중소 사업자, 봉급 생활자, 심지어 대기업도 예외가 없이 감당하고 있다. 외부요인에서 발생한 고통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가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지 자기 이익만을 우선적으로 내세워서는 안된다.
사실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것은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도 사과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만을 무리하게 관철해서는 안된다. 쇠고기 수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운하 등을 반대하는 파업은 분명히 정치파업이다. 우리 법은 근로조건의 개선이 아닌 정치 목적의 성취를 위한 파업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 노사 현장에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긴밀히 협의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는 물론이고 2010년 시행이 예정돼 있는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및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보완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노·사·정이 서로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국가와 사회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벌이는 불법적인 정치파업을 접고 하루 속히 대화와 협의의 장으로 복귀하기를 촉구한다.
♤ 이 글은 2008년 6월 18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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