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9 10:36:00
국정 운영 소프트웨어 바꿔라
김형준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팀장 / 명지대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 운영을 새롭게 하기 위한 국정쇄신에 골몰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실장을 포함해 누가 중책을 맡을지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런데 국정쇄신이 국민 지지를 받고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람을 바꾸는 하드웨어 개편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통령의 인식과 국정 운영 스타일에서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과 함께 국정 운영의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알렉산더 교수는 대통령의 인지 스타일, 효능감,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과 같은 개인적 심리 특성들이 효율적 국정 운영과 정책 결정 시스템 구축에 가장 중요한 요인들이라고 강조한다.
◆지나친 자신감이 국정혼란 불러
= 인지 스타일이란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하고 선호하는 정보를 규정하고 획득ㆍ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지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모든 개인은 자신이 처한 환경, 다른 행위자에 대한 속성, 관심 있는 사건들의 인과 관계 등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신념체제를 개발한다. 이 같은 신념체제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고 해석하며, 새로운 상황에 대한 반응을 형성하고 평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잘못된 신념과 인식체제를 갖고 있다면 효율적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효능감은 일을 처리하는 자신감과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나친 자신감에 도취돼 "무조건 나를 따르라"라는 독단적 국정 운영은 오히려 비효율과 저항을 낳는다.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은 대통령이 정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국정 운영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행위자들간의 경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의미한다. 만약 대통령이 정치를 더러운 것이라고 혐오하고, 구성원들 간 경쟁을 나쁜 것으로 인식하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은 힘들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정쇄신의 성공을 원한다면 이론과 검증을 통해 확인된 이 같은 요인들을 토대로 대담한 변신을 해야 한다.
첫째, 근거없는 `과신론`과 허황된 `탈여의도 정치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한번 돌아선 민심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최근 국정 경험에서 보듯이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하면 국민이 인정할 것이라는 `얼리버드 성공론`은 허상이란 것이 확인됐다. `탈여의도 정치`를 실현한다고 정치를 혐오하고 멀리하면 오히려 정치가 망가진다. 정치가 모든 것을 우선한다는 긍정적 인식과 함께 CEO식 시각에서 벗어나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국정 운영에 다양성과 경쟁이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한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은 컨트롤 타워와 상호 경쟁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에서는 보통 권력이 바뀌면 청와대는 3개월 내에 3인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되어 소통이 질식되는 인의 장막이 펼쳐진다. 장관과 수석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고, 당ㆍ정ㆍ청 내에 완전 경쟁체제를 구축할 때만이 이 같은 비뚤어진 `권력의 3ㆍ3 법칙`을 깰 수 있다. 특정 인물에 의해 국정이 농단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청와대 내에 표준운영절차에 따른 국정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다양한 견해를 종합하고 통합하기 위해 중요한 정책 문제들을 확인ㆍ분석ㆍ해결할 수 있는 `협동팀`과 다양한 소통 채널을 구성해 민감성이 높은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가야
= 더불어 이런 협동팀에서는 다양한 의견, 분석, 충고들이 공개적이고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표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국민 감동을 위해 무엇을 버릴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정체성을 잃은 보수대연합으로 국론 분열의 위험 사회로 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비생산적 이념 논쟁을 버리고 국민이 원하지 않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과감히 폐기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친이 계파`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때만이 인물과 시스템이 함께 변화하는 성공적인 국정 운영의 길이 활짝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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