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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경기 하락기의 희망 찾기
 
2008-06-17 15:14:46

경기 하락기의 희망 찾기

 강석훈 (한반도선진화재단 금융정책팀장 /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사방이 우울하기만 하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유가 급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관한 뉴스들이다. 국내에서 들리는 소리는 성장률 저하, 물가 폭등, 파업 예고 그리고 촛불의 불꽃을 뒤흔드는 애절한 외침뿐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버거운 짐을 진 서민들의 삶은 더욱 깊은 고통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의 위기가 올 것 같은 암울한 분위기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이는 누구나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진정한 주인이라면 지금 이 시기를 경기 침체의 원인 탓만 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모두 낭비해서는 안 된다. 감정적인 대응으로 경기 침체를 경제 위기로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 된다.
 
경기 침체에도 좋은 측면은 있다. 경기 침체기 뒤에는 반드시 경기 상승기가 온다는 것, 그리고 경기 침체기를 슬기롭게 보내면 결과적으로 경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기를 지혜롭게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이번 침체기를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거품을 제거하는 기간으로 만드는 일이다. 우리의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면서 생각과 행동의 모든 측면에서 우리 주위에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는 과욕과 허영의 버블을 벗어던지는 일이다.
 
먼저 정부가 사고와 행동에서 거품 깨기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경제 성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정부 능력에 대한 과대 평가의 버블을 깨야 한다. 한국 경제의 규모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으며, 글로벌화된 세계경제 환경하에서 개별 국가의 재정 및 금융정책의 효과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은 단기간의 성장률 제고가 아니라 근본적인 성장잠재력 제고와 기초 안전망 강화에 집중돼야 한다. 정부는 또한 공공부문의 거대한 규모와 방만한 경영에 내재되어 있는 비효율성의 버블을 제거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피땀 흘려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 벽을 방패막이로 삼아 소중한 국가자원을 헛되게 낭비하는 일이야말로 정부 부문이 가진 가장 큰 버블 중의 하나이다.
 
기업가들도 근로자들도 자기 회사의 생존 가능성을 과대하게 평가하는 버블을 깨야 한다. 지금 한국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업 운영 시스템이나 기술력, 그리고 마케팅 능력은 오늘 살아남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수 있으나, 도전과 혁신이 지속되지 않는 한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머지않아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게 되는 법이다. 우리 회사는 문제없을 것이라는 과대평가에 사로잡혀서 이 평범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도 생활 속에 습관적으로 퍼져 있는 체면과 과용의 버블을 깨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청년 백수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국가경제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에 고등학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학벌 버블이 없었는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기대수명이 수십 년 늘어나고 있는데도 과거와 같은 근시안적인 소비와 저축 패턴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중산층 이상의 계층들은 자기 소득에 비해 주택 과소비, 차량 과소비, 휴대폰 과소비, 그리고 교육 과소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기를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널려 있는 각종 버블을 제거하여 튼튼하고 내실 있는 경제를 구축하는 기간으로 만들어 보자. 이것이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할 일이요, 또한 경기 침체기에서 희망을 찾는 일이다.
 
 
♤ 이 글은 2008년 6월 12일 조선일보 [경제초점]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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