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6 14:09:08
화물연대파업의 바람직한 해법
선한승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화물연대의 파업이 유가폭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매년 화물연대의 파업결의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우리국민은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여서 참담한 심정이다. 지난정권은 친노동계 성향이라서 파업을 방기했다고 비난할 명분도 있었으나 보수정권하에서도 또다시 재연되는 파업을 보면서 절망감마저 든다.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기에 매년 똑같은 파업으로 고통을 받아야하나?
13일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16일 건설산업노조가 가세하여 물류대란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현정부가 온통 쇠고기문제에 정신이 빠져있는데 적절한 해법이 나올리 만무하다. 현상황이 과거와 달리 훨씬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는 것은 정부의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부터 인사난맥상과 쇠고기 협상력 부재로 온 국민으로 부터 지탄을 받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있는데, 정부관료 또한 소신 있는 정책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쇠고기협상의 경우처럼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상황인데 정책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주도력을 발휘하려고 하겠는가?
작금의 상황을 보면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시절이후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강한 정부상은 광화문 촛불로 사라지고 이제는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점이 지금 화물연대의 파업이 과거와 다른 훨씬 심각한 국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가 보기에는 해법은 충분이 마련되어있다. 갑작스런 파업이 아니라 2003년과 2006년에 일어난 파업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매년 파업결의로 몸살을 앓았기 때문에 정확한 실상진단과 함께 정책 또한 충분히 마련되어있다. 과거와 다른 요인이 있다면 최근 급등한 경유가 문제뿐이다. 이 문제또한 운송요금인상요인이 발생되었기 때문에 이를 운송요금에 반영하면 그뿐이다.
이명박정부는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이 향후 보수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나침판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 자칫 작금의 촛불시위에 흔들려 원칙을 잃어 버릴 경우 향후 5년동안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당장 원칙에 입각한 해법은 다음 네가지이다.
첫째, 현재의 불공정한 다단계 하도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전근대적인 다단계 알선구조때문에 관행적으로 매단계 마다 운송료의 10% 가량을 위탁 수수료로 공제하여 실제 화물노동자가 손에 넣는 운송료는 화주가 낸 운송료의 60~70%에 불과하다. 필자는 정권초기이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고 확실한 혁신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 화물연대의 파업을 해결하는데는 노사분쟁조정력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중차대한 노동사건이 일어나면 청와대가 사령탑이 되어야 하나, 얼마전에 퇴진한 사회정책수석인사에서 보듯이 노동전문가를 기용할 의사가 없는 것이 문제다. 정권초기부터 노동문제가 경제를 말목을 잡고 있는 마당에 사회정책수석으로 노동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셋째, 법과 원칙만을 내세우지 말고 당사자들에 의한 중앙레벨의 교섭 틀부터 마련해야한다. 지금과 같이 지역과 개별사업장에만 협상을 맡기고 화주가 뒤에서 방관만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효율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될 수 없다. 화주, 운송, 노동조합 3자를 대변하는 전국단위의 단체가 적정 운송료 인상안(표준요율제)을 놓고 밀고 당기는 교섭을 활발히 진행해야한다. 이 때 정부는 협상이 깨질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관여해서는 안된다.
끝으로 이해당사자의 자세전환을 촉구하고자 한다. 노조도 매년 파업을 결의하는등 전투적 노동운동으로만 해결할려는 자세를 버려야 하고, 화주 및 운송업체도 다단계 하도급제도를 바로잡는데 앞장서야 한다. 정부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한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은 외교 뿐만아니라 내치에서도 강한 정부를 바라고 있다.
♤ 이 글은 선한승 원장님께서 재단으로 보내주신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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