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유호열] 6·15 선언의 현재적 의미
 
2008-06-12 19:13:14
6·15 선언의 현재적 의미

유호열(한반도선진화재단 남북문제팀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8년이 되었다. 지난 8년간 남북관계를 규정하고 이끌었던 원동력은 햇볕정책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된 6·15 공동선언이었음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 사이 남한에서는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노무현 정부에 이어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10년 만에 좌에서 우로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룩한 이명박 정부에 대해 관망하던 북한 당국은 3월 이후 비난의 포문을 엶과 동시에 남북 당국간 대화를 중단시켰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 중시 정책과 대북 교류협력 사업의 선택적 이행 방침에 대한 불만 표출이다. 북한 최고통치자 김정일 위원장이 서명한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 정상선언을 평가절하한 데 대한 반발이다. 햇볕정책 폐기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작용했다. 남한 내 소위 '햇볕론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과 함께 햇볕정책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계승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6·15 공동선언은 자유민주국가의 기준에서 보면 집권 정부의 대외적 합의 문서이다. 좀 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10·4 정상선언도 남북 양측 지도자들이 합의한 약속 문서이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김정일 위원장 수령통치체제의 독특성이 6·15 공동선언이나 10·4 정상선언을 특별하게 신성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6·15 공동선언은 남북 양측 지도자간 정치적 합의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합의 과정의 적법성과 투명성 부재뿐만 아니라 합의문의 대표성도 국가간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조약과는 다른 문건이다.
 
6·15 공동선언의 내용은 명료하지도 않다. 핵심 사항인 1, 2 항은 모호하고 법적 논란이 되는 까닭에 발표 직후부터 남남 갈등을 촉발시켰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도 얻지 못했다. 비밀주의와 즉흥성으로 성사된 6·15 공동선언을 교조적으로 받드는 북한과 남한 일부 집단의 태도만 보아도 공동선언의 정치성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선언으로 남북 정부간 최초 합의 문서인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무실화된 데 대한 일종의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이다. 공동선언 이후 북한은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전면 부인한 조치이다. 정상회담 이후, 서해교전을 도발한 북한은 남북합의서에서 합의한 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한 잠정 인정도 파기했다. 북한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공동선언의 합의 내용도 멋대로 변경하거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김정일의 서울 답방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6·15 공동선언은 남북분단사의 첫번째 정상회담의 결과물로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수평적 정권 교체를 전제로 한 자유민주국가에서 정부간 합의문은 가급적 존중하는 관례와 전통이 국가간 신뢰의 기반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를 계승토록 압박하거나 계승하지 않을 경우 모든 당국 대화를 중단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을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6·15 8주년을 앞두고 남북한에서 벌어지는 각종 기념행사에 의연히 대처하되 전임 정부, 특히 국민들의 엄정한 평가를 통해 폐기된 햇볕정책을 복원할 필요는 없다.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 못지않게 올바른 대북관과 투명하고 적법한 대북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실추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6월 12일자 국민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385 [홍사종] ‘얼리버드’만 새냐 08-06-12
384 [박영범] 최저임금 인상, 低賃근로자 고용 피해없게 08-06-12
383 [김형준]‘국민 성공,정부 실패’의 역설 08-06-12
382 [유호열] 6·15 선언의 현재적 의미 08-06-12
381 [유호열] ‘6·15 선언’과 남북의 현실 08-06-12
380 [김영봉] 멈춰선 세계화 시계 08-06-12
379 왜 공동체자유주의인가- 회의론에 대한 답변 08-06-11
378 [노부호] 한국의 비전과 정부의 역할 08-06-10
377 [이인실] 투자 진작에 올인하라 08-06-03
376 [이각범] 콘텐츠산업 육성의 지름길 08-06-03
375 [박태우] 너무도 안타까운 흐름들 아직도 모순으로 가득 찬 지구공동체 08-06-02
374 [박윤배] 한국의 흐름은 무엇인가? 08-06-02
373 [이홍규] 선진화에 영혼을 불어넣어야 08-05-26
372 [김형준] 17대 국회, 불명예 씻고 끝내라 08-05-26
371 [강경근] 실용정부 성공 열쇠는? 08-05-26
370 [정성훈] 지주공기업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 08-05-23
369 [선한승] 중국진출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08-05-23
368 [박태우] 이산이 정약용을 만나다 08-05-22
367 [강석훈] '내리막 경제'대처법 08-05-21
366 [이인실] 기업이 사업 전념할 수 있도록 08-05-21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