求人法 - 이산이 정약용을 만나다
박태우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 푸른정치연구소 박사
옛 말에 ‘소인배(小人輩)의 눈에는 소인배만 보인다’는 문구가 있다. 환언하면, 현인(賢人)의 눈에는 현인만 보인다는 말이기도 한 것이다. 조선후기의 성군(聖君) 정조라는 정치인이 조선후기의 기강이 문란한 사회를 바로잡고 사색당쟁(四色黨爭)을 평정하는 지혜와 혜안이 있었던 근저에는, 인재를 발굴하고 아끼는 나름의 정조자신의 식견(識見)이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오늘은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TV사극에 비친 아주 감동적인 휴먼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후기의 가혹한 당쟁(黨爭)의 굳은 틀 속에서 좋은 인재의 등용을 위한 과거제도가 종국에는 좋은 인재의 발굴이라는 좋은 취지는 퇴색하고 사색당쟁의 희생물로 전락하여 정말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가 아니라, 각 계파의 사람들을 나눠 먹기식으로 채용하는 당파정치의 구조 속에 함몰된 제도가 된 것이다. 이렇게 이조후기의 사회가 급변하고 있던 상황에서 서양의 발전된 문물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정책구상을 견인할 인재의 충원(充員)과는 거리가 아주 먼, 관념적인 질서를 고수하는 성리학적 세계관에 몰입되어 있던 각 당파들의 노리개로 전락한 과거제도는 개혁을 갈망하는 정조에게는 개혁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정약용이라는 인물이 천재적인 영감과 노력으로 우리 사회의 나쁜 구습을 헐어내기 위한 사회개혁과 국가개조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대학자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바로 정조와 같이 사람을 알아보고 중용하는 혜안(慧眼)에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시대나 사람은 많은 법이다. 그러나 정말로 쓸 만한 인재는 찾아나서야 발견하는 아주 희귀한 국가의 보물(寶物)인 것이다. 정약용이라는 성균관유생이 수 차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는 사상과 논리로 과거시험의 답안지를 채울 때에 당쟁에 젖은 시험관들은 절대로 그러한 답안지에 우수한 점수를 줄 능력도 식견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로 구습만을 바라보면서 자신들의 기득권만 지켜낸 권력형 훈구대신의 본보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조는 정약용의 사람됨과 재능을 알아보고 과거시험지를 다시 채점하는 파격적인 시험평가로 그를 장원급제자로 만들고 국정운영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이다. 이 케이스가 대표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알아본다는 중요한 사례(事例)인 것이다.
지금도 과거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보이는 형식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겉모양은 변했어도 본질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우주의 작동의 원리가 변하지 않고 사람이 사람구실을 하는 인본주의(人本主義)의 중요성이 변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다. 온 국민이 사랑하는 나라, 그러한 정치를 하는 근저에는 통치권자가 좋은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중용하는 일에서부터 국가융성의 단초가 열리는 것이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결정이나 통치이념이 함량미달 사람들의 판단이나 경량급 인사들의 입맞춤에서 나오는 것은 더군다나 아니기 때문이다. 다 같은 사람들 같아도, 그가 치열하게 공부한 양이 다르고, 쌓아온 덕(德)의 양이 다르고, 국가경영에 대한 고민과 국민을 위한 봉사정신의 깊이와 넓이가 너무나 다른 것이다.
현명한 지도자는 이 점에 대해서 깊이 있는 통찰(通察)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근간은 이러한 인재를 발굴하고 중용하는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이나 행정부가 이러한 일을 경미하게 취급하고 자기 측근이나 챙기고 객관적인 인재등용의 길을 멀리하는 행태로 편파적인 논공행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그 정권은 결코 국민들의 진정한 사랑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성공과 앞으로의 평가는 바로 이러한 일을 앞으로 얼마나 철저하게 이행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중요한 한미자유무역협정과 같은 국가대사의 결정을 놓고 다시 좌파세력들의 선전선동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만 앞세우는 세력들을 견제할 만한 이명박 정부의 능력과 깊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정권초기인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이 인정하고 역사와 대한민국의 원혼(冤魂)들이 인정하는 인사들을 발굴하고 중용하여 국가융성의 기틀을 잡아야 할 것이다. 애국심(愛國心)을 갖고 국가경영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온 사람과 그저 자신들의 치부와 권력에만 관심을 가져 온 사람이 국정에 임하는 자세와 국민을 섬기는 자세는 너무나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원교수 /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 전 한남대학교 국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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