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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비례대표 비리, 헌정 위해 엄단해야
 
2008-05-14 17:32:43

비례대표 비리, 헌정 위해 엄단해야

강경근 한반도선진화재단 감사 /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사석에서 들은 한 정치학자의 신선한 개헌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돈다. 다음 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해서 지역구 의원의 임기 4년과 차등을 두자는 착상이다. 대통령 4년중임제 개헌과 함께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의 동시 실시를 헌법 부칙에서 정하면, 그 실시 2년 후의 비례대표 의원 선거는 다수당과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신임 투표의 성격을 지니게 되어 그만큼 책임 정치를 가능케 하리라는 것이다.

평등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이번 비례대표의원 후보자에 대한 각 정당의 명부 작성 및 일부 당선자의 품격이 일반 국민의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등 비례대표 제도가 주권자인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 수 있는 돈 공천이나 계파 공천 등으로 관직 거래의 창구가 된 데 대한 헌정적 위기 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국회의원의 지위는 그 의원직을 얻은 방법 즉 전국구 또는 비례대표로 얻었든 지역구로 얻었든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비례대표 의원도 1인2표제에 의한 명부투표제로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혀 국민적 정통성·성실성·정직성을 담보하는 대의기관이 된다. 하지만 이를 누가 어떻게 보증하는가.

대법원은 1997년의 한 판결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고백을 한다. “국회의원의 입법행위는 그 입법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굳이 당해 입법을 한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일단 의원이 되면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의 특권을 가지면서 입법권 행사 등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차기 선거에서의 낙선이라는 정치적 책임만 질 뿐이다. 제17대 국회의 일련의 입법적 행위들, 예컨대 사학법 전면 개정, 일련의 과거사법, 위헌으로 결정된 신행정수도법 등에 대해 이를 주도하여 많은 국민을 힘들게 한 당시 여당 의원들은 음지로 숨어들었을 뿐, 그것으로 면책됐다.

누가 천박한 정치로 국민을 3류로 만드는 부실한 의원인가. 우리 공직선거법은 공정하게 경쟁하지 않는 정당·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하는 자들이라고 지목한다. 올해 초에 신설된 제47조의 2에서는 특히 정당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자들이라고 했다.

검찰과 법원은 친박연대, 창조한국당 등의 몇몇 비례대표 당선자를 의회정치와 국가 제도를 침해한 헌정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엄정한 처리 없이 제18대 국회에 대한 기대는 없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지금의 비례대표 의원의 원천은 1963년 제6대 국회의 전국구 의원에 있다. 이들은 그래도 국민이 정당에 던져준 득표 비율로 결정됐다. 하지만 유신헌법의 시기인 1973년 제9대 국회의 전체 의원 219인 중 유정회 소속 의원 73인은 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만들어졌다. 간선 대통령이 이들 의원 후보자를 일괄 추천했다. 임명제 칙선(勅選) 의원이었다.

헌법에서 말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자만을 말한다. 국정을 이끌어야 할 제18대 국회가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칙선된 임명제 의원들과 함께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돈 주고 비례대표 후보가 되고 또 당선된 것이 사실이라면 당선자는 제18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 이 글은 5월 8일자 문화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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