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유형은 지난 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정도의 선진국에서만 향유하던 예외적인 삶의 방식이었다. 이들 인구가 소수였으므로, 그리고 제3세계의 저성장-저소비 경제가 이를 보완하였으므로 지구는 지탱가능(sustainable)하였다.
"히말라야 경제권의 40억 인구가 서구 사람들과 똑같이 산업화하고, 소비한다면 지구는 큰 재앙에 부딪칠 것이다" 미래연구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또 걱정하였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화 되었다.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 중국을 필두로 한 제3세계의 `굴기'로 대기 중의 CO2 증가, 수질오염과 해양오염 등 환경오염이 가속화되었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문제가 심각하게 되었다. 미국을 강타하였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인도네시아의 해일 등 잦은 자연재앙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각종 자원가격이 앙등하기 시작하였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고유가에 이어 석탄과 에탄올 등 에너지로부터 최근의 식량에 이르기까지 가격의 급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에너지 가격의 상승, 그리고 이어지는 자원가격의 상승, 그 핵심에는 에너지의 폭발적 소비증가가 있다.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에너지 수요를 예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10 년이 넘는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감당할 수 있는 나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은 대안은 결국 대체에너지 개발과 더불어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이는 것이다.
이 중에서 대체에너지 개발은 전체적으로 방향은 옳으나 대체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공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장구하므로 장기대책에 속한다. 따라서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대안은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이는 것이다.
IT는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IT기기 사용으로 인해 전력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일개 회사 구글이 웬만한 지역 전체만큼 엄청난 전기를 사용하듯이 IT부문 자체가 전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IT를 활용해 생산-분배-소비의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효율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에너지 탐사 및 생산단계에서 IT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함으로써 비용효율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한편 에너지 소비단계에서 지능형시스템으로 자동차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며, 유ㆍ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하여 소비자가 자신의 에너지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IT와 에너지의 융복합으로 IT는 에너지 가치사슬 전 부문에 걸쳐 신경망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현재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IT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스마트 에너지 네트?스' 전략을 통해 전력 및 가스망과 IT를 접목시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고, 미국도 유사한 인텔리그리드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신규 전력네트워크 감시와 전체 네트워크 신뢰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I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T를 통한 에너지 효율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두 부문 사이의 의사소통이 아쉬운 실정이다. IT와 에너지 융ㆍ복합에 대한 연구가 전력, 가스, 석유 등 개별적 연구에 국한되어 있고 에너지와 IT간 협력이 종합적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에너지와 IT의 융ㆍ복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뿐만 아니라 IT를 활용한 에너지 효율화 정책, 나아가 에너지 중장기 계획의 수립을 위해 본격적이고도 구체적인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자원이 빈약하고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비상하게 높은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IT와 에너지의 융합을 도모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4월 18일 디지털타임즈 [DT시론]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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