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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북-미 싱가포르합의」의 함정
 
2008-04-21 11:21:35

「북-미 싱가포르합의」의 함정

박태우 한밭정치경제포럼 대표이사

 
美 부시대통령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합의를 사실상 승인했다는 소식은 북한 핵 외교전술의 집요한 승리를 의미한다.
 
플루토늄 추출량 등에 대한 북한의 정확한 신고를 촉구하는 선에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核 거래 의혹 등에 대한 신고마저 후퇴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 낸 크리스토퍼 힐의 고뇌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파행 위기 속에 있던 6자회담을 회생시킨 공로까지 폄하할 생각은 없는 것이다.
 
필자가 거듭된 칼럼에서 몇 번이고 지적했듯이 더욱더 큰 문제는 우리정부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노무현 정권 기간 내내 이 문제에 대해서 좌파정권일지라도 이 문제만큼은 국민의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명확하고 단호한 원칙을 ‘신 북 핵 선언’이란 이름으로 담을 것을 주장했지만, 굴종적인 대북노선을 추종했던 해바라기성 안보부처관료들의 잘못된 정권에 대한 과잉 충성심은 우리 정부의 양심적 마지노선마저 파괴해 버린 것이다.
 
바로 이러한 과거정권들의 북한에 대한 원칙 없는 수준의 친북적인 온건하고도 미지근한 접근이 오늘 북 핵 문제를 이렇게 꼬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 10년의 從北노선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명확하고 확실한 선언을 하는 토양이 오염되어 할 수 없었다는 측면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제는 「한반도 비핵화 3000 구상」등이 명문화되는 시점에서 더 분명한 우리의 「대북 핵 독트린」을 가져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미국정부의 보이지 않는 셈법으로 韓美동맹의 강화를 주장하지만 전 노무현 정권에서 저지른 전작권 전환협상 등에 대한 우리정부의 요구를 공식적으론 거절할 정도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부분을 우리가 면밀하게 관찰한다면 지금 북미싱가포르합의의 허점도 우리 스스로 짚어 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땅에서 자란 안보전문가라면 누가 보아도 지금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 우리 정부의 단독행사가 시기상조라고 생각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북한의 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북한의 불안정한 독재정권이 정치적인 안정기를 맞아 개혁·개방의 물결로 접어드는 시점까지는 우리의 단독행사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 자체의 동아시아 군사운용전략의 틀을 갖고 아직은 이러한 우리의 재협상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우리정부가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하듯이, 필자가 보기엔, 이번에 북한과 미국 간에 합의한 싱가포르 회동내용이 결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족시키는 내용이 아니다 라는 결론에 우리가 스스로 도달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 한미당국은 미군의 수를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왜 美日동맹의 강화를 추진하는 지에 대한 우리의 진지한 고민도 우리 외교안보부처의 혼선과 전략부재로 아직은 일반국민들에게 현실적인 고민으로 전달이 되고 있질 못한 시점인 것이다.
 
지금 우리정부는 6자회담 자체를 위한 외교적 제스처 보다는 더 단호한 목소리로 플루토늄은 물론이고 우라늄, 그리고 핵 시설 및 프로그램의 제3국 이전에 대한 북한의 분명하고 진실 된 입장표명과 이를 시정하기 위한 명확한  북한당국의 답을 듣고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미국정부야 파국으로 치닫는 6자회담을 살리고 대선에서의 공화당 후보를 위한 외교적 성과를 무시하기 어려운 입장에서 아주 애매한 문구로 북한의 합의를 이끌어내었다고 하지만, 우리정부의 입장은 분명히 다르다는 외교적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자꾸 기존의 합의 사항에서 후퇴하여 북한의 변명과 합의를 지연시키고 파기해온 국제사회에 대한 직무유기(職務遺棄)를 용인하는 미국의 협상전략도 맘에 들지 않지만, 이러한 北美간의 대화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정부의 태도도 큰 문제로 다가온다.
 
한반도에 만에 하나 核이 폭발하는 사건이 난다면 바로 우리 한민족이 다치는 것이지 미국시민이 다치는 것이 아니라는 더 냉정하고 다급한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외교적으로 전달하는 살아있는 대한민국의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북-미 싱가포르 합의 주요 내용으로;
 
"1.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및 시리아와 핵 협력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인정하고 기술된 사실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2. 북한은 플루토늄 추출량 기록에 대한 참가국들의 검증은 물론 관련시설 사찰을 허용한다."
 
는 애매모호(曖昧模糊)한 언어구사와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핵을 폐기키로 한" 종전의 협상수준을 깨고 북한이 원하는 플루토늄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합의문은 북한의 지루하고 무모한 핵 전술이 일정부분 승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에 가슴이 아픈 것이다.
 
가장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부분들이 양보되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과거의 수준으로 북핵 문제 논의를 이끌 수가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우리가 입으로만 외치는 북 핵 문제 해결을 넘어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계획 수립의 첫 번째 단추는 이 북 핵 문제를 얼마나 현실성 있고 믿을 만한 수준으로 해결하느냐는 시험대를 통과할 때만 시작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박태우 박사 이력 :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원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민주태평양연맹(DPU Korea) 사무총장
주한동티모르 명예영사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www.hanbatfo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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