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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미·일 순방, 핵심은 FTA
 
2008-04-17 10:02:11

미·일 순방, 핵심은 FTA

안세영(한반도선진화재단 국가경쟁력팀장,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순방길에 나섰다. 두 나라는 경제나 안보 면에서 가장 가까워야 하는 맹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좌파정권 10년간 불신의 안개가 깔린 어정쩡한 우방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실용외교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는 두 나라와 동맹의 신뢰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다. 우선 방미(訪美)의 하이라이트는 두 정상 부부가 같이 먹고 산책하며 인간적 신뢰를 다지는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다. 두 사람 모두 CEO 출신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국정을 밀어붙이는 '불도저형 지도자'이기에 한미동맹 복원에서 북핵, 한미 FTA 비준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교감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 투자설명회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연사로 나서 그간 미 기업인들 사이에 쌓인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세일즈 정상외교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한미 불신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FTA 비준의 칼자루를 쥔 미 의회 지도자들과 LA갈비(뼈 있는 쇠고기)를 같이 먹으며 "한국인들도 이 같은 쇠고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치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미 대통령에서 시작해 우리 200만 교민까지 즐기고 국제수역기구(OIE)까지 먹어도 된다고 공인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더 이상 미룰 명분도 실익도 없다. 그간 대미(對美) 수입 규제로 LA갈비 한번 제대로 먹어 보지 못한 가난한 근로자와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과감히 금수(禁輸)조치를 풀어야 한다. 물론 미국도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를 강화해 우리에게 화답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5월 임시국회에서 우리가 먼저 한미 FTA 법안을 통과시키면 미 의회의 비준을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핵 대응 등 앞으로 한미관계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순방 과제는 가까우면서도 멀어져 버린 나라 일본과의 관계를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다. 지난 정부 때 역사 교과서, 독도문제 등으로 다소 감정적으로 꼬이더니 급기야 2004년 겨울 우리 정부가 FTA 협상을 결렬시켜 버림으로써 아주 얼어붙어 버렸다.
 
지금 도쿄는 이웃나라에 새로운 지도자가 나온 것을 환영하며 이번 방일을 관계 정상화의 계기로 삼고 싶어한다고 한다. 특히 한국이 미국, EU와 FTA를 추진하는 것에 자극받아 한일관계 냉각의 상징인 FTA 협상 재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관계의 새 지평을 여는 발걸음이 되기 위해선 FTA 협상 재개선언이 꼭 들어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대일(對日) 무역 역조 심화, 일본의 농산물 시장 개방 의지 약화 등을 이유로 회의적인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일본과의 FTA는 대미협상과 달리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한 장기 경협형으로 추진해야 한다. 즉 단순한 무역수지뿐만 아니라 상호투자, 기술협력, 문화, 인력교류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과 대화의 창을 여는 것이다. 특히 한류를 문화상품 수출과 연계시키고 노령화사회를 겨냥한 인력교류에 착안해야 한다. 이번 방일을 계기로 두 나라가 손을 잡고 농수산물 품종개량-식품가공-유통까지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미·일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분명 중국이 우리와 FTA 협상을 시작하자고 바짝 다가설 것이다. 좋다. 일본과 중국을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 앉혀 놓으면 우리로선 꽃놀이패다. 특히 베이징과 대화의 창을 열면 중국과 치열한 헤게모니 게임을 벌이는 미국을 자극해 의외로 의회 비준을 빨리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FTA 허브 국가로 도약해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4월 15일 조선일보 [사설·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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