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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견제·심판론 급부상… 한나라 위협
 
2008-04-08 10:23:01

견제·심판론 급부상… 한나라 위협

김형준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팀장 / 명지대 교수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분석해보면 서울 48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이 24곳, 민주당 8곳, 창조한국당이 1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경합 지역은 15곳에 이르고 있다.

서울 지역 최종 판세는 일차적으로 어느 정당이 경합 지역을 석권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런데 현재의 여론 흐름은 한나라당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첫째, '정당 프리미엄'보다 '현역 의원 프리미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배 이상 앞서지만 실제 지역구 정당 후보 지지도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게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와 같이 '구름 청중'을 몰고 다니는 파괴력을 갖춘 지도부가 존재하지 않고,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지지를 결집시켰던 '국정실패 세력 심판론'도 정권교체 이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기대했던 '대통령 후광 효과'도 맥을 못 추고 오히려 '대통령 부담 효과'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층에서 '현재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탈층이 15%에 육박하고 있다.

더구나 서울 지역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34.6%)는 응답이 '좋아졌다'(18.2%)는 응답보다 배 정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정치 신인들은 공천이 늦어져 자신들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민주당 현역 의원은 높은 인지도와 튼튼한 조직력으로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둘째, 견제론과 심판론의 부상이다. 최근 '거여 견제론'이 '국정 안정론'을 앞지르고, 심지어 출범 한 달밖에 안 된 새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KSDC 조사에 따르면 "누구를 찍을지 결정할 때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24.0%가 '이명박 정부 심판'을 제기했다. 최근 총선 쟁점으로 급부상한 '한반도 대운하'(16.2%)가 그 뒤를 이었다. 모두가 한나라당으로서는 악재임에 틀림없다.

셋째, 부동층 증가 현상이다. 지난 대선에서 서울 지역의 이명박 후보 지지는 53.2%였다. 그런데 총선이 다가올수록 부동층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나라당 대세론'이 꺾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한나라당 핵심 지지 계층이었던 여성, 저소득, 저학력층에서 부동층이 유난히 많은 데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지지층이란 점에서, 부동층이 줄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동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서울 지역에서 3000표 이내에서 승부가 갈릴 곳이 11곳(22.9%)이었다. 그런데 총선 직후 KBS와 MBC가 공동 실시한 서울 지역 출구조사에서 박빙 지역 8곳의 예측이 틀렸다. 모두 여당인 우리당이 승리한다고 예측했지만 반대로 야당인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이러한 빗나간 예측은 여론조사에서 '여당 부풀리기'가 어느 정도 작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론됐다. 작금의 총선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어느 정도 내재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열악하게 변화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최악의 경우 민주당 현역 의원이 출마한 경합 지역 9곳에서 모두 패배하고, 현역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경합 지역 4곳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둔다면 26석(58.3%)을 얻는 데 그칠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20곳, 창조한국당 1곳에서 승리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진보 신당(노회찬)의 원내 진출 여부는 한나라당이 전략 공천한 노원병(홍정욱)의 선거 결과에 따라 가려질 것이다. 다만, 한나라당이 민주당 현역 의원이 출마한 경합 지역에서 절반 정도 승리하면 최대 31석(64.6%)까지도 가능할지 모른다. 이는 2004년 탄핵 열풍 속에서 우리당이 얻은 32석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 이 글은 2008년 4월 6일 국민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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