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31 11:26:56
문화란 무엇인가?
이청승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위원 / 베세토 대표이사
문화는 음식과 같다. 문화라는 양식이 없으면 우리의 정신은 굶주리기 때문이다. 아침과 점심을 먹고 또 저녁밥을 먹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 문화를 먹고 마시면서 살고 있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처럼 우리는 문화를 떠나서 살 수 없다.
문화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보다 나은 삶이다. 사전에도 진리를 구해 끊임없이 향상하려는 인간의 학문, 예술, 도덕 등의 정신적 활동과 그 성과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문화란 음식의 맛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저 음식처럼 다양하고 맛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음식처럼 오감을 통해 체험되어지는 경험이다. 특히 감각적인 경험일수록 우리의 기억을 환기시키고 상상의 자유로운 무대를 제공해 준다.
언제나 호기심에 가득 찬 눈, 끊임없이 킁킁거리는 코(세상의 모든 사물은 다 자기 냄새가 있다), 매우 탐욕스러운 입, 쫑긋이 서 있는 두 개의 귀, 무언가 만지고 싶어 하는 손, 피부에 와 닿는 촉감,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문화와의 통로이다. 오감을 통해 다시 감성을 기르고 그 감성을 통해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을 느끼고 즐긴다. 이것이 다 세상을 살아가는 몸짓이며 문화를 문화답게 해주는 일이다.
문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보리밥에 열무김치 하나만 얹어도 별미이듯이 작대기 하나만 잘 꽂아도 문화가 된다. 된장국에 냉이만 넣어도 예술이다. 떡 하나로도 예술이 될 수 있고 차, 한잔도 문화다.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 물 한번만 끼얹고 들어가도 문화인이다.
돈 버는 사업도 기업문화가 될 수 있다. 어떤 인생이 그 나름의 존재감을 가지면 그 나름의 예술적인 인생이다. 가정마다 가풍이 있는 것처럼 국가도 국가마다 그 나름의 국풍을 갖고 있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영향력이다. 일제 암흑기에 김구선생께서 한없이 갖고 싶어 했던 것도 문화의 힘이다.
공기의 저항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오늘의 척박한 정치와 천박한 삶속에서 시민들은 오히려 문화에 침잠하려는 듯한 모양새다. 이제 문화는 우리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제부터 그 그릇에 무엇을 담는가가 문제이다. -문화라고 하는 물은 오묘한 천하의 암컷이다. 물은 흘러도 물이고 그릇에 담겨도 물이다. 어느 틈바구니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 자리를 잡는다. 온 천지를 촉촉이 적시며 생성으로 이끈다.
예컨대 3류 정치는 나라를 어렵게 하지만, 문화란 3류 문화까지도 그 나름의 문화로서 존재한다. 젓가락을 두드리며 서민의 애환을 달래준다. 섬세하고 둔탁하며 거기에는 어떤 가식이 없다. 형식이 없고 이해관계가 없다. 언제나 물처럼, 공기처럼 사람을 가리지 않고 강자에겐 예의와 여유를, 약자에게는 자유공간이자 해방구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건너 가야할 강이 있다면 그때 문화는 그 다리가 되어준다. 문화란 우리 삶 속에 녹아있는 우리의 인간성이다.
다만 자동차가 잘 달리기 위해서는 신호등과 원활한 교통문화가 필요하듯이 바로 문화는 문화라는 무형의 어떤 역할을 가져야 한다. 문화인즉, 우리의 탈출구이자 공감대이기에 좀 더 넓은 마음 씀씀이와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이른바 양극화라는 문제도 그 대안은 문화다. 바로 그 문화를 통한 융합이다. 동서, 남북으로 갈라진 인심과 제반 갈등도 하나의 문화정신으로 결집할 수 있다. 또 문화와 예술이라는 촉매제로 베이징-서울-도쿄를 잇는 [BESETO문화공동체]를 만들어 볼 수 있고 한류 열풍의 세계화를 꾀해 볼 수도 있다.
그림을 색채로 그린 것이 시(詩)라면, 시는 문자로 쓴 그림이다. 그 시화의 울림을 음악이라고 말한다(-이우근). 예술은 서로의 장르를 넘나들며 서로를 보듬고 부추긴다.
거기에는 마땅한 연합과 쉼이 있다. 아름다운 순정과 감동이 있고 당연한 여지가 있다. 항상 융합의 큰 문이 열려있고 예술이라는 이름아래 어떤 주제도 봄바람처럼 가벼워진다. 차츰 시간이 지나 따뜻해지면서 사랑의 움이 튼다.
이제 문화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영역을 넘어 삶의 새로운 가치와 문화공동체 의 '단초(端初)'가 되기도 한다.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문화이며 그 폭발이 르네상스다. 르네상스의 요체는 정신의 껍데기 속에 갇히지 않은 대담한 영혼과 냉철한 합리적 정신에 있다. 여기에 더하여 정신과 육체의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조화이기도 하다.(-시오노 나나미)
그러한 정신운동과 감성경영이 왕성해지고 사회서비스화 되어 질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 21세기 새로운 시대정신을 지향하는 우리야말로 새로운 융합(融合)의 르네상스문화를 열어야 할 때이다. 문화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문제의 발견과 해결이기도 하다.
과연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란 “왜 사냐?”에 대한 간접적인 답이다. 이제 문화란, 존재의 가치이자 이유이다. 삶이 문화를 낳고 문화가 문화를 낳는다. 아니, 우리의 삶 자체가 그대로 문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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