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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정권 초 인사말썽 '법치(法治)'로 해결하자
 
2008-03-28 07:53:55

정권 초 인사말썽 '법치(法治)'로 해결하자

- 政務인사 실무인사 나눠 각각 다른 검증기준 둬야

이창원 한반도선진화재단 연구위원 /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정권 출범 때마다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 '오기인사' 등의 용어가 언론에 등장한다. 이명박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여당 원내대표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함께 시동을 건 공기업 및 정부 산하단체 기관장 퇴진논란까지 가세하면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인사행정'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작금의 인사검증 논란이 그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은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이 있지만 이 법의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이나 고위직 약 3500명 중 국무위원·국정원장·검찰총장 등 50여 직위에 불과하고, 최근 청문회 결과에서 보듯이 여당은 '무조건 찬성', 야당은 '무조건 반대'라는 상투적인 결과로 인해 '청문회 무용론'이 나온 지 이미 오래되었다.
 
미국의 경우 고위 공직자 검증은 '정부윤리법', '백악관인사권한부여법' 등을 근거로 병역·납세나 재산내역뿐 아니라 친인척과 주변 인사에 대한 점검, 의료기록 및 학창생활과 주민여론까지 점검할 정도로 철저하다. 우리나라도 고위 공직자 검증을 체계적이고 타당하게 수행하기 위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첫째 어느 기관이 검증의 주체이고, 둘째 검증의 대상은 어느 공직까지인지, 셋째 어떠한 절차와 기준으로 검증을 수행할 것인지부터 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직무수행능력, 준법의식, 청렴성, 도덕성, 이해충돌 가능성 및 공정성 같은 검증기준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검증항목을 마련하여야 하며, 이러한 세부 항목에 대한 검증결과를 기초로 검증자료를 공개적으로 대통령 및 국회 인사청문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치밀한 법제도적 근거 없이 진행되는 인사검증은 사실상 정략적이면서 고무줄 잣대로 인한 검증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아무리 문제가 많은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해버리면 그만인 악순환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타당성을 갖춘 법률이 제정되면 국회의 '인사청문회법'도 청문회별로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찬반 의사'를 분명하게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나가라' '못 나간다'고 서로 삿대질하면서 마치 시장바닥 자리싸움처럼 벌어지는 정부 산하기관장들 사퇴논란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많이 해결될 수 있다. 사실 공공기관장 자리는 부처의 장관 같은 정무직과는 달리 정부의 통치 이념이나 국정철학과는 별로 큰 상관이 없는 자리도 많다. 경영능력이나 조직관리 능력이 보다 요구되는 자리도 많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 산하기관장 자리를 정무직처럼 정치적 성향이 필수적인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로 구분하여 임기보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근 기관장 퇴진 논란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일 것이다.
 
앞으로 타당성을 갖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이 새로 제정되면서 공공기관장 임기보장 문제를 그 기관의 성격구분, 즉 정무적 판단 우선인가 아니면 전문성이 보다 중요한가로 구분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정권 출범 때마다 벌어지는 인사논란이 많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도 최근의 기관장 퇴출논란이 '노란 낙하산'을 '파란 낙하산'으로 바꾸기 위해 벌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시원하게 보여 주기 바란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 중 하나라고 하는 '법치'의 개념과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2008년 3월 24일자 조선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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