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4 10:05:30
국가미래전략이 필요한 이유
이각범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 IT전략연구원장
우리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번 변화의 사이클을 따라잡지 못하면 영영 뒤처지게 되는 무서운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미래가 없다.
최근 빌게이츠는 "언제든지 두려움에 떨면서 내달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제의하였던 배경에도 이러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성공은 획기적 기술개발과 더불어 정보와 광고의 `개인화'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늘 `미래로 향하는 길(The Road Ahead)'의 선두에 있다고 자타가 공인한 빌 게이츠 회장마저도 변화에 잠시 뒤졌음을 절감한 것이다.
벌써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던 정보통신기술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IT 이후 (Post-IT)"를 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개혁으로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니까 주요 일간지들도 IT섹션을 없애면서 단편기사로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성급함 역시 IT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융합추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융합은 새로운 네트워크와 새로운 터미널을 만든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PC나 인터넷, TV 등의 모습은 앞으로 몇 년 안에 확연히 바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최근 강연에서 아직도 많은 IT분야가 "미개척 상태"라고 하였다. 방송통신융합이 본격화되면 IPTV가 뉴스와 광고를 개인화함으로써 PC의 기능을 통합한 복합 터미널이 될 전망이다. 또한 기존의 마우스나 자판 대신 음성ㆍ필체 인식 소프트웨어가 보편화되며, 3D 컴퓨팅기술과 오감통신이 새로운 방송통신융합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월드 와이드 웹(WWW)이 월드 와이즈(wise) 웹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이렇게 무섭게 변화하는 시대에 세계 일류 기업들은 미래비전을 갖추는데 몰두하고 있다. 사실 국가는 기업보다도 더 장기적 비전을 갖추고 국가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세계의 강대국들이나 강소국들은 미래전략의 수립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가 동서냉전으로 양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하여 안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중심이 되는 나라를 세우고, 밖으로는 자유진영 국가와의 유대를 돈독히 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전략 역시 미래비전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적어도 5년 후를 내다보는 전략이었으며, 그 계획의 준비기간과 확정기간을 합친다면 10년 후를 바라보는 비전이 있어야 가능한 전략이다. 그 이후 `정의사회구현'을 내세운 5공이나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를 표방한 6공은 미래비전보다는 현재를 보다 강조한 시기였다. 문민정부에 이르러 세계화와 정보화를 통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세계가 변화하는 방향으로 우리도 변화하려는 전략의 시도를 의미하였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 등장한 두 민주정부가 만든 "잃어버린 10년"은 `과거의 한'을 푸는 데에 전력한 결과였다. 이명박정부의 등장으로 과거에 맞춰졌던 시계는 현재로 맞추어졌다. 나름대로 큰 진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취임 한 달도 안 되는 정부에 예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당면과제 해결과 당기 대차대조표에 집착하여 미래비전과 전략수립을 한가한 여유라고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가의 미래전략은 무섭게 변화하는 시대에 갖추어야할 가장 중요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2008년 3월 21일자 디지털타임스 [DT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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