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2004년 7월 15일자 내일신문에 실렸던 인터뷰입니다.
비록 4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시대에도 필요한 글이라고 생각되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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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실체는 국민 가치관 바꾸는 것”
인터뷰 : 박세일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 내정자)
<내일신문 : 2004년 7월 15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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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개혁은 시대의 화두다. 대권탈환을 위해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4·15 총선이 끝난 직후 한나라당 당선자들이 밝힌 각오였다. 당시 의원들은 ‘한나라당으로는 안 된다’며, 명과 당헌·당규를 개정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역전되었다. 당선초기 77명이 당명개정에 찬성했으나, 국민여론조자를 빌미로 당명개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초로 ‘한나라당 해산·신당 창당’을 제안했던 박세일 의원(여의도 연구소장 내정자)은 현재의 상태를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총선 때 약속한 새로운 정책정당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낙PT다는 결의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세일 의원을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났다.
당명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나?
두달 전 당선자 연찬회에서 ‘당 해체’까지 얘기하며 강조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당의 정체성, 당헌·당규의 전문과 정강정책을 새롭게 하는 일이다. 지금이 당명개정의 적당한 때가 아니라면 전당대회에서 당명 개졍의 시기를 결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1년 안에 당을 이렇게 바꿔내고, 당명과 정강정책을 바꾸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정체성을 세우는 과정을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한나라당이 추구해야할 가치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압축하면 ‘선진화’다.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 단계를 거쳐 선진화가 우리의 과제이며, 선진화의 주체세력을 만드는 것이 한나라당의 존재 이유다. 그리고 선진화된 사회의 조직원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공동체주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리는 평준화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경쟁할 수 없는 계층, 특별하게 가난하거나 능력이 없는 부분은 공동체에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이는 ‘잘나가는 사람은 더 잘나가게 해주고, 어려운 사람만 신경써주자’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금 국민은 두 가지 커다란 걱정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첫 번째는 경제문제. 단순히 생활이 어렵고 몇 개월 고통을 참아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나라가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안보에 대해 불안해한다고 했다. 그는 “다수 국민들 눈에는 여당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라 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후 “야당이라도 국민들이 느끼는 절박성, 위기감을 같이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스스로를 비판했다.
기대와 달리 당의 역동성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당이 인적구성에서는 과거와 달라졌지만 조직문화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들이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의 에너지를 제대로 결집시키지 못했다. 과거 조직문화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직후 의원들은, 변화와 개혁은 이 시대의 불가피한 요구라는 것. 한나라당이 변화하고, 앞장서야 한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동감했다. 사람들이 모두 수구 반동으로 바뀌었을까? 아니다. 각자가 자기일은 나름대로 성실하게 하고 있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상임위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에너지가 당과 국가경영의 방향으로 힘을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다.
해결방안은?
현재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당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시간이 없었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의 리더십이 만들어지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대략 9월부터는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열의가 조직되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개별 국회의원의 문제는 없나?
국회의원들 각자의 철학과 목적한 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의 목표와 국가의 발전에 대해거도 많은 시간을 고민해야 한다. 당력을 집중하는데, 의원들이 좀 더 노력해야 한다. 민주화가 되었으나 힘이 분산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새로운 리더십이 해결해야 한다.
박 의원은 19일 전당대회에 많은 기대를 건다고 했다. 전당대회 후 새로운 리더십과 새로운 시스템이 작동하면 당이 많은 변모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그는 당의 정체성, 나아갈 방향, 국가발전 비전 등 한나라당의 3개년 발전전략을 만들고 있다. 그는 시스템을 바꾸고,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 다양한 발전전략을 구상 중이다.
한나라당을 이끌 새 리더십의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당의 정체성을 이익집단에서 가치집단 중심으로 새롭게 확립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국가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인기가 있든 없든 이것만은 꼭 지켜나가겠다. 그래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잘살 수 있다고 믿는다.’고 호소해야 한다.
둘째, 당내 정책 전문가 그룹과 개혁세력 등 다양한 역량을 조직화하고, 동원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그룹을 참여시키고 동시에 당이 결정한 실천과제에 대해 에너지를 통합·집중하는 강력한 통합능력과 추진력이 요구된다.
세 번째는 원외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 등 국민을 상대로 한 ‘미래 희망 만들기’ 작업을 해야 한다. 우리사외의 가장 큰 문제는 지금의 어려움보다 앞날에 대한 비전이 안보이고, 미래에 대해 자신을 잃고 있다는 데 있다.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원외 네트워크를 강화시켜야 한다.
박 의원은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중 하나로 리더십의 약화를 지적했다. 리더십은 리드하는 것(이끌어 가는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쫓아가는 리더십이 되었다는 것이다. 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리더십이 약화되고, 대신 포퓰리즘(대중추수주의)이 만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위가 깨지는 것을 보고 다들 기뻐하고, 리더가 없는 세상 속에서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 리드할 능력이나 책임감도 없으면서 리더를 깨는 것만 즐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민주화는 기본적으로 분권이고 힘이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지만, 다시 집중되고 균형을 이루어야 성공한다”며, “현재는 분권화와 원심력만 강화되고 있으며, 다시 집중화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현상은 국가위기로 연결될 수 있으며, 전화기라고 규정했다.
전환기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은 무엇인가?
진짜 리더십은 국민을 바꾸는 것이다. 국민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바꿔줘야 한다. 가치창조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처는 영국 사람의 사고를 바꾸었다. 진정 어려운 사람을 위한 길이 파업이나 분배 중심이 아니라며 계속 싸워 나갔다. 그래서 대처리즘이 나온 것이다. 등소평도 그런 리더십에 속한다. 종전의 사회주의 사고는 잘못됐다고 생각을 바꿔주었다. 국민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바꿔주는 것은 이념과 비전의 힘이다.
당도 마찬가지다. 돈으로 의원을 이끌 수 없다. 공천권도 없다. 그러면 당을 이끄는 동력은 가치의 힘이다. 비전과 이념의 힘으로 당을 결속시켜야 한다. 국민에 대한 희망도 만들어 내야한다.
한나라당에서 그런 리더십이 나오길 기대한다. 과거의 사고와 내용, 틀로는 불가능하다.
백왕순 기자 :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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